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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제주엔

엑소의 디오, 충무로를 접수하다

등록 2017-12-22 10:01수정 2017-12-22 21:24

[제주&]영화 <신과 함께-죄와 벌> <7호실> 도경수

아이돌에서 청룡영화상 수상 배우로
가요계에선 화려한 아이돌 판타지
영화에서는 ‘을’인 청년의 삶
도경수
도경수
일일이 열거하지 못할 만큼 아이돌 출신 배우들이 흔한 시대다. 하지만 그중에서 연기력을 인정받는 아이돌은 손에 꼽힌다. 아이돌 그룹 엑소(EXO) 멤버인 도경수(D.O.)는 영화 <카트>(감독 부지영, 2014)로 연기를 시작해 최근 <형>(감독 권수경, 2016)으로 불과 3년 만에 청룡영화상 남자배우 신인상을 받아 충무로에서 누구나 탐내는 배우가 되었다.

흥미로운 건 엑소의 디오와 배우 도경수의 간극이 매우 크다는 사실이다. 엑소의 디오는 화려하다. 그는 평범하게 살다가 1~2년 연습생 생활을 거친 뒤 2012년 엑소로 데뷔했다. 엑소는 마블이나 DC처럼 멤버 각자의 매력을 내세워 세계관을 확장하며 아이돌 판타지에 서사를 입힌 그룹이었다. 교복을 입은 채 꽉 짜인 군무를 추며 “으르렁으르렁으르렁댔”고(<으르렁>), 고가의 스포츠카에 걸터앉아 “이 거리는 완전 난리야 콜 미 베이비”를 부르는 모습()은 중국을 포함해 아시아, 아니 전세계 팬들을 매료시켰다.

반면, 그룹에서 빠져나와 그가 혼자 연기를 하며 맡았던 캐릭터들은 하나같이 어려운 현실을 감내하는 청년(혹은 소년)의 얼굴이었다. <카트>에서 그가 맡았던 고등학생 태영은 마트 일로 바쁜 엄마(염정아)가 깜빡 잊고 급식비를 미납해 속상해 하고, 구형 휴대폰을 쓰며 제주도 수학여행을 못 갈까 전전긍긍한다. 그러다 편의점 사장님으로부터 아르바이트비를 못 받게 되자 한순간에 불만을 터뜨린다.

도경수는 태영의 아픔을 표현하기 위해 자신의 어린 시절을 되돌아보았다. <씨네21>과의 인터뷰에서 그는 “나도 태영처럼 형편이 좋지 않아서 고등학생 때 아르바이트를 했다. 고깃집에서 서빙을 해 번 돈을 부모님께 드리곤 했다”고 털어놓았다. 아픔을 집어삼키는 소년 태영은 배우 도경수의 궤적에 큰 영향을 끼친다.

이후, 그는 극 중 작가의 어린 시절의 분열된 자아를 보여주기도 했고(드라마 <괜찮아, 사랑이야>(2014)), 유년기에 당한 학대로 괴물이 되기도 했다(드라마 <너를 기억해>(2015)). 영화 <형>에서 그가 연기한 두영은 국가대표 유도 선수로, 리우올림픽 선발전을 치르다 사고를 당해 시력을 잃으면서 마음의 문을 굳게 잠근다. 엑소 활동하랴, 연기하랴 몸이 두 개라도 부족할 법도 한데, 그는 이 상황을 부담스러워하지 않고 자신이 당연히 감당해야 할 몫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재밌어서 하는 일이니까 나머지 일들을 희생해서라도 열심히 하려고 한다. 연기와 노래,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고 싶다, 진심으로.”

그는 <카트>에 이어 <7호실>(감독 이용승, 2017)에서도 아르바이트비를 제때 받지 못한다. 이 영화에서 그가 맡은 태정은 학자금 대출을 갚기 위해 DVD방에서 아르바이트하는 대학생이다. 충무로의 제작자나 감독들이 그에게서 밝거나 화려한 모습보다 어두운 면모를 끄집어내는 걸 즐기는 동시에 그 또한 ‘을’로 대변되는 청년의 삶에 끌리는 게 분명하다. “밝고 행복한 이야기를 해도 좋겠지만 비정규직 문제를 모르고 있는 분들도 많지 않나. 내가 연기한 작품을 통해 사람들이 사회의 아픈 부분을 알게 될 수 있다. (이용승 감독의 전작) <10분> 같은 영화를 보면서 크게 감동했고, 영화를 본 후 없던 감정이 막 생기더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현재 그는 신작 영화 <신과 함께-죄와 벌>(감독 김용화) 12월 20일 개봉을 앞두고 있고, 강형철 감독의 신작 <스윙키즈>에서 로기수 역할을 맡아 한창 촬영 중이다. <신과 함께-죄와 벌>에서 그가 맡은 배역은 원 일병으로 “지금까지 만난 캐릭터 중에서 가장 슬프고 불쌍한 사람”이다. “앞으로 내가 할 작품 중에도 이 정도로 안쓰러운 인물은 없을 거”라고 하니 극장 갈 때 손수건 한 장 준비해야 할 듯하다. 현실의 어두운 이면을 고스란히 새겨놓은 얼굴이기에 그의 말이 더욱 기대된다.

글 김성훈 <씨네21> 기자· 사진 제공 SM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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