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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제주엔

한 가닥 와이어에 실려 두둥실, 발아래 제주 곶자왈·녹차밭

등록 2018-08-20 10:00수정 2018-08-20 10:31

[제주&] 집라인 체험해보니

패러글라이딩보다 간단하고
번지점프보다 편안하고 즐거운 집라인
시원한 동굴카페에서
설치미술 작품 감상도
녹차밭 사이로 한 여행객이 와이어에 몸을 싣고 집라인을 체험 중이다.
녹차밭 사이로 한 여행객이 와이어에 몸을 싣고 집라인을 체험 중이다.
“어머, 봤어? 녹차밭 사이에 수박밭도 있네. 정말 재미있다!”

제주시 조천읍에 있는 ‘짚라인제주’에서 집라인 체험을 막 마치고 내려온 김은주(54)씨는 흥분이 채 가라앉지 않는지 일행과 함께 연신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집라인은 열대우림 원주민들이 뱀이나 독초 등을 피해 나무들 사이에 밧줄을 연결한 이동수단에서 유래된 이색 레포츠다. 문을 연 지 5년째인 ‘짚라인제주’는 제주 유일의 집라인 체험장으로, 관광객들에게 꾸준히 입소문을 타면서 작년 이용객이 4만4천 명에 이를 정도로 성업 중이다. 하늘을 나는 것 같은 기분을 느끼면서 제주의 아름다운 풍광을 즐길 수 있는 게 ‘짚라인제주’가 자랑하는 매력 포인트다. “패러글라이딩보다 간단하고, 번지점프처럼 무리하게 공포심을 유발하지 않아 편안하고 즐거운 레포츠”라는 게 ‘짚라인제주’의 설명이다.

한 여행객이 짚라인제주에서 와이어에 몸을 싣고 짚라인 체험을 하고 있다.
한 여행객이 짚라인제주에서 와이어에 몸을 싣고 짚라인 체험을 하고 있다.
전남 곡성에서 동년배 친구들과 함께 제주 여행을 온 김씨는 “어제 탄 스피드보트는 조금 무서웠는데, 집라인은 무섭지도 않고 주변 경치가 좋아 신이 났다”고 했다.

8월5일 찾은 체험장에서 직접 하네스(다리와 등, 어깨를 동시에 지탱하는 안전장비)와 헬멧을 착용하고 간단한 교육을 받았다. 약 20m 높이까지 계단을 오르니 약간 긴장이 됐지만, 시원한 바람이 온몸의 땀을 식혀줬다. 진행요원의 지시에 따라 자세를 취하고 한 가닥 와이어에만 몸을 의지한 채 하늘을 가르기 시작했다. “징!”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한라산과 윗밤오름, 알밤오름을 품은 조천읍 와흘리의 아름다운 풍광이 파노라마처럼 스쳐 지나갔다.

체험은 223m에서 52m까지 다양한 길이의 코스 4개로 이뤄지는데, 마지막 코스에서는 함덕해수욕장의 푸른 바다까지 한눈에 담을 수 있다. 아담한 규모지만, 제주 원시림의 정취를 간직한 곶자왈과 녹차밭도 볼 수 있다. 집라인의 강렬한 경험을 잊지 못한 고명진(20)씨는 이번에는 쌍둥이 동생 고민지씨와 함께 와이어에 몸을 실었다고 했다. 고씨는 다소 구름이 끼어 있어 시야가 못내 마음에 걸렸던지 “전에는 날씨가 더 좋았지만, 그래도 동생과 함께해서 즐겁다”고 했다.

집라인 체험이 끝이 아니다. 고즈넉한 녹차밭 사이로 여름 햇살이 넘실댔다. 이어지는 곶자왈 산책로를 따라 자귀나무와 때죽나무, 삼나무 지대가 만들어낸 제주 원시림의 환상적인 풍경이 이어진다. 화산활동으로 생긴 동굴 안에 차려진 카페에 들어서면 시원하다 못해 한기가 온몸에 서린다. ‘빛’을 주제로 한 상설전시 ‘라이트 아트 페스트(라프)’도 열리고 있다. 브루스 먼로나 톰 프루인, 제이슨 크루그먼 등 세계적인 예술가들의 설치미술 작품들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다. 야외에 설치된 작품들을 제대로 즐기려면 해가 넘어가는 저녁 시간이 좋다고 한다.

화산활동으로 만들어진 천연 동굴에 자리한 동굴카페.
화산활동으로 만들어진 천연 동굴에 자리한 동굴카페.
동굴카페 천장에 설치된 이병찬 작가의 ‘어반 크리쳐’(Urban Creature)는 현대인들이 배출하는 각종 쓰레기와 폐기물로 이뤄진 미지의 생명체다. 검은 비닐 재질인 촉수 사이로 공기가 들어가 움직이자 카페에서 땀을 식히던 관광객들의 시선이 일제히 천장으로 향했다. 이번 행사를 기획한 문이식(45) 부사장은 “눈을 감고 들어보면 작품 사이로 바람이 들어가 움직일 때마다 파도 소리가 난다”고 했다. 그의 말대로 눈을 감고 주변 소리에 귀를 기울이자 정말 부드러운 파도 소리가 귓전에 맴돌았다. 문 부사장은 “집라인 등 역동적인 액티비티도 좋지만, 이 공간을 여러 주제로 구성해 인문학적 상상력을 가미한 힐링 테마공원으로 조성하고 싶었다”고 했다.

주말 집라인 체험은 예약이 필수다. 체중이 30㎏∼100㎏ 사이라면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다. 예약 문의는 전화(064-784-9030)나 누리집(www.jejuzipline.co.kr)으로 하면 된다.

글·사진 송호균/제주도민이 된 육아 아빠·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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