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혜의 자연환경을 간직한 제주이지만, 때론 색다른 자극도 필요하다. 날씨가 좋지 않은 날 또는 자연과의 교감에 다소 지친 아이들을 위해 실내에서 즐길 수 있는 체험 관광은 어떨까? 서귀포에서 가볼 만한 곳 2곳을 소개한다.
플레이케이팝
중문관광단지 안에 있는 ‘플레이케이팝’에서는 빅뱅, AOA, 2NE1, 싸이 등 한류 열풍의 선두에 선 케이팝 스타들을 만날 수 있다. 단연 인기를 끄는 코너는 스타들이 직접 눈앞에서 노래하고 춤추는 생생한 현장감을 맛볼 수 있는 ‘라이브 홀로 콘서트’다. 최신 홀로그램 기술을 결합해 마치 살아 있는 스타들이 무대에 선 듯한 착각에 빠지게 한다.
11월 2일 오후 공연 시간에 맞춰 입장한 관람객들이 한쪽에 준비된 셀프 카메라로 자신의 얼굴을 찍자 남녀노소 다양한 얼굴들이 대형 스크린에 나타났다. 한 중국인 여성은 자신의 얼굴을 한 등장인물의 어깨를 빅뱅이 감싸 안자 “꺅!” 하고 비명을 질렀다. 싸이가 신나는 말춤을 추고, 댄스듀오 클론은 전성기 시절의 파워 댄스를 선보였다.
관람객들이 ‘스타 매직 벤치’에서 마치 지드래곤을 직접 만난 것처럼 즐거워하고 있다. (이상 플레이케이팝 제공)
케이팝을 테마로 한 다양한 체험은 끝이 없다. ‘스타윈도’ 코너에서 지드래곤과 함께 사진을 찍거나, 2NE1 멤버들과 커다란 소파에 앉아 다정한 포즈를 취해볼 수도 있다. 한국 대중음악의 역사를 다룬 ‘사운드 터널’을 지날 때면 한 시대를 풍미했던 인기곡을 감상할 수 있다. 유재하·김창완·이적·신해철 등 반가운 목소리가 스피커를 타고 흘러나왔다. 케이팝 스타들처럼 메이크업하거나, 함께 노래하고 춤춰볼 수 있는 체험 코너도 있다.
중국, 일본, 인도, 태국까지 국적도 다양한 관람객들의 발걸음이 이곳 ‘플레이케이팝’에 머문다. 호주에서 왔다는 제인 클록(21) 씨는 “빅뱅의 팬이어서 제주 여행 중에 이곳을 찾았다. 환상적인 경험이다”라고 했다.
이곳에선 심심할 틈이 없을 정도로 ‘놀거리’가 차고 넘친다. 최신 4D 기술이 적용된 ‘플레이 브이알(VR)’에서는 스카이다이빙이나 도심 추격전 등의 짜릿한 가상현실 체험을 실감 나게 즐길 수 있다. 입장료는 성인 1만5000원이고, 브이알 체험에는 별도의 비용이 든다. 관람 문의는 064-780-9000.
피규어뮤지엄 제주
제주에서 웬 피규어 구경이냐고 만만하게 생각해선 안 된다. 중산간도로와 평화로가 만나는 서귀포시 안덕면의 상창교차로 인근의 ‘피규어뮤지엄’ 건물 외벽에는 아이언맨과 스파이더맨이 요염한 자태로 거리를 감시하고 있다.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실물 크기의 닥터 스트레인지가 보는 이를 압도한다.
토니 스타크와 스티브 로저스가 서로 대치하고 있는 영화 <캡틴 아메리카 : 시빌 워>의 유명한 장면을 고스란히 재현한 대형 피규어부터, 막 스크린을 찢고 나온 듯한 생생한 헐크·토르·블랙 팬서 등의 슈퍼히어로 캐릭터들이 사방에 자리 잡고 있다. 실제 사이즈의 배트 모빌 옆에 기댄 캣우먼은 골똘히 뭔가를 생각하는 표정을 짓고 있다. 스타워즈 코너에서는 다스 베이더와 요다, 다스 몰과 두쿠 백작이 각각 사용하는 광선 검들이 당장이라도 ‘지잉’ 하는 레이저 소리와 함께 칼춤을 출 것만 같다. 아이를 위해 박물관을 찾았다가 디테일한 피규어의 매력에 빠지는 어른이 적지 않은 이유다.
전시품이 늘어나면서 최근 별관을 확장 개장했는데, 별관에서는 영화 <반지의 제왕> <해리 포터> <매트릭스> 등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다양한 캐릭터를 만날 수 있다. 아라곤만 해도 광야를 떠돌던 스트라이더부터 사우론을 물리치고 왕좌에 오른 모습까지 다양한 버전이다. 간달프를 향해 포효하는 고대의 괴물 발로그와 불타오르는 나즈굴 무리까지 모두 영화에서 본 그대로의 모습이었다.
해리포터 코너에 도착하면 아이들은 다시 한번 비명을 지른다. 호그와트 마법학교의 단짝 해리 포터와 론 위즐리, 헤르미온느는 물론 시리우스 블랙, 스네이프 교수, 실물 크기의 집 요정 도비까지 구성도 다양하다. 근엄한 표정의 모피어스는 낡은 소파에 앉아 “빨간 약을 줄까, 파란 약을 줄까” 하고 묻는다. 로봇 태권브이와 철인 28호, 아톰 등의 전시품도 30~40대 성인들의 아련한 동심을 자극한다. 연중무휴로 운영하며 입장료는 성인 1만2000원, 어린이는 9000원이다. 관람 문의는 064-792-2244로 하면 된다.
송호균/제주도민이 된 육아 아빠·자유기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