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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오징어 게임’의 기훈은 잊어라, 이정재 감독의 ‘헌트’가 왔다

등록 2022-08-06 08:00수정 2022-09-13 22:38

첫 연출 감독작 ‘헌트’ 개봉하는 이정재
1980년대 안기부 스파이 색출
국내외 두 요원의 첩보액션작
새달 토론토영화제 초청돼 상영
영화 <헌트>를 연출한 배우 겸 감독 이정재. 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제공
영화 <헌트>를 연출한 배우 겸 감독 이정재. 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제공

<오징어 게임>의 빨간 머리 성기훈은 잠시 잊자. 배우 이정재가 메가폰을 잡고 만든 감독 데뷔작 <헌트>로 돌아왔다. 오는 10일 개봉하는 <헌트>는 1980년대 안기부를 배경으로 조직 내에 숨어든 스파이를 색출하기 위해 국내팀 요원 김정도(정우성)와 해외팀 요원 박평호(이정재)가 서로를 의심하며 대한민국 1호 암살작전에 휘말리는 첩보 액션 영화다.

이정재 감독은 연출뿐만 아니라 각본·연기·제작까지 도맡았다. 이정재와 정우성이 설립한 아티스트 스튜디오와 제작사 사나이 픽처스가 공동 제작했다. 무엇보다 <헌트>는 30년지기 친구이자 동료인 정우성과 <태양은 없다>(1999년) 이후 23년 만에 공동 출연하는 영화로 화제다.

“지금껏 쌓아온 배우로서의 커리어를 내걸고 평가받는다는 공포심을 안고” 홍보에 여념이 없는 이정재 감독을 지난 3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만났다. 그는 어떤 마음을 갖고 배우에서 감독으로의 변신을 꾀했을까. “처음 출발은 <남산>이란 제목의 시나리오였다. 수많은 감독이 각색하다가 중도 포기했던 프로젝트인데, 제작하고 싶어서 판권을 구매했다. 마땅한 연출자를 물색하는 중에 문득 내가 직접 시놉시스를 수정해서 쓰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조금만 다듬으면 정우성과 함께 출연까지 할 수 있을 영화가 될 것 같다는 막연한 기대를 품게 되면서 이 프로젝트가 시작됐다.” 그는 “자칫 잘못하면 배우로서의 평판도 떨어질 걸 잘 알고 있었지만, <헌트>가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주제”라 여겼다고 했다. 시나리오를 직접 고치는 과정에서 제목도 지금의 <헌트>로 바뀌었다.

영화 &lt;헌트&gt;의 한 장면. 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제공
영화 <헌트>의 한 장면. 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제공

영화 &lt;헌트&gt;의 한 장면. 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제공
영화 <헌트>의 한 장면. 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제공

이정재와 정우성은 충무로 대표 동료이자 친구로서 이미 수차례 협업을 시도했으나 지금껏 한번도 제대로 성사되지는 못했다. “직접 연출하게 된 작품을 그(정우성)와 함께하게 돼 의미가 더 큰 것 같다”고 말하는 이 감독이 정작 섭외에 가장 애를 먹은 배우는 정우성이다. “내 제안을 4년 동안 거절했다.(웃음) 둘이 친하니까 그냥 출연할 수도 있지 않으냐고 할 수 있지만, 우정을 떠나 작품에 임할 때 정우성은 누구보다 진지하다. 함께 출연하는 게 정말 맞는지를 치열하게 고민하다 보니 4년이나 걸렸다.” 그러다 보니 감독으로서 남다른 포부도 생겼다. “우리는 사적으로도 친구니까 더욱 조심스러웠고, 그래서 더 어려웠다. 이왕 할 거면 정우성을 한국에서 제일 멋지게 찍어야겠다고 생각했다.”

<헌트>는 배우 정우성을 필두로 주연급 배우들이 쏟아지듯 등장해 관객을 사로잡을 채비를 마친 영화다. <범죄도시>의 허성태가 김정도의 오른팔 역을 맡고,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의 전혜진이 박평호의 조력자 역을 맡았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넷플릭스 시리즈 <보건교사 안은영>, <스위트홈>에서 얼굴을 비친 신인 고윤정은 이정재가 연기하는 박평호와 중요하게 얽히는 인물을 연기한다. 스파이 색출을 위해서 팽팽하게 맞서는 이들 네 사람 외에도 주지훈, 김남길, 박성웅, 조우진, 정만식 등 스타급 배우들이 카메오 출연해 놀라운 액션 연기를 선보인다.

지난달 27일 오후 서울 강남구 메가박스 코엑스점에서 열린 영화 &lt;헌트&gt; 제작발표회에서 감독과 주연을 맡은 배우 이정재(오른쪽)와 정우성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27일 오후 서울 강남구 메가박스 코엑스점에서 열린 영화 <헌트> 제작발표회에서 감독과 주연을 맡은 배우 이정재(오른쪽)와 정우성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헌트>는 지난 5월에 열린 75회 칸국제영화제 미드나이트 스크리닝 부문에 초청돼 7분 동안 기립박수를 받기도 했다. 외신은 이 영화를 두고 “액션으로 가득 찬 매력적인 심리 첩보전”(<데드라인>), “역동적이고 강인한 정밀도를 가진 압도적 액션과 웅장한 피날레!”(<스크린 데일리>), “날카로운 영상미, 속도감 있는 편집, 긴장감 넘치는 선율에 더해진 테크니컬한 세련미”(<할리우드 리포터>)를 지닌 작품이라고 호평했다. 다만, 동북아 정세가 복잡하게 얽힌 정치적 사건과 다양한 입장으로 나뉜 인물들이 쉴 틈 없이 맞붙는 사건 전개는 다소 어렵다는 반응도 있다.

<헌트>는 역사 속 가상의 첩보전을 다루는 영화지만, 한국 근현대사에 밝은 관객이라면 ‘미얀마 아웅산 테러 사건’이나 그 밖의 여러 실존 인물들을 떠올릴 수 있다. 이 때문에 감독으로서 그는 개봉 이후 관객 반응을 궁금해하고 있다. 극 중 안기부 요원이나 첩보전, 간첩이 등장하는 등의 설정에 대해선 “인물들이 어떤 위치에 있건, 어떤 신념을 가졌건, 옳고 그름 앞에 선 인간의 갈등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한다. 남북의 이념적 대치 상황 속에 놓여 있는 인물들의 위치를 묘사함에 있어서는 “감독으로서 부담도 있었지만, 그럴수록 더 과감하게 표현할 필요가 있었다”고 강조했다. “1980년대를 살았던 사람들이 그들 각자의 충성심과 신념을 갖고 행동하다가 그것이 잘못되었음을 깨닫는 순간, 옳은 행동을 해야겠다고 마음먹게 되는 모습을 통해 관객들에게 내가 가진 신념이 과연 옳은 것인지 되돌아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주고 싶었다. 극 중 인물들의 설정은 대립각을 더욱 극명하게 보여줄 수 있는 장치 정도로 봐줬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영화 &lt;헌트&gt;를 연출한 배우 겸 감독 이정재. 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제공
영화 <헌트>를 연출한 배우 겸 감독 이정재. 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제공

<헌트>는 올해 칸국제영화제 공식 초청에 이어 47회 토론토국제영화제 갈라 프레젠테이션 부문에도 초청받아 9월15일 북미에서 프리미어 상영을 하게 된다. 현재 프랑스, 독일, 일본, 대만, 필리핀, 멕시코 등 세계 144개국에 판권이 판매됐다. <오징어 게임>으로 전세계에 이름을 알린 배우 이정재의 감독 데뷔작이라는 사실만으로도 화제를 불러모을 것으로 기대된다.

김현수 전 씨네21 기자·영화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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