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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노무현 대통령은 한국영화를 볼 자격이 없다”

등록 2006-07-02 00:54수정 2006-07-03 17:25

스크린쿼터 사수 영화인 결의대회 1일 서울 대학로에서 열린 ‘스크린쿼터사수 및 FTA저지 결의대회‘에서 영화인들이 참석해 구호를 외치고 있다.(연합)
스크린쿼터 사수 영화인 결의대회 1일 서울 대학로에서 열린 ‘스크린쿼터사수 및 FTA저지 결의대회‘에서 영화인들이 참석해 구호를 외치고 있다.(연합)
‘참여정부에는 국민이 없다’

스크린쿼터 축소 시행 첫날인 1일 서울 대학로 마로니에 광장 앞과 광화문 시민열린마당에서 ‘스크린쿼터 원상회복 및 한미FTA 저지를 위한 결의대회’(이하 결의대회) 및 문화제가 열렸다. ‘참여정부에는 국민이 없다’라는 부제가 붙은 이날 결의대회와 문화제는 한미 FTA 저지 범국민운동본부 산하 영화인대책위원회·문화예술공동대책위원회·시청각미디어공동대책위원회·교수학술공동대책위원회·금융공동대책위원회가 공동주최했으며, 제작가, 영화감독, 스태프 등 영화인들과 5개 위원회 산하단체 회원 및 시민 5천여명이 참석했다. 영화배우 강혜정·공형진·김선아·김수로·김주혁·김혜수·김희라·류승범·문소리·박중훈·배종옥·설경구·송강호·안성기·엄정화·오지혜·이범수·이정진·이준기·임원희·임하룡·전도연·장진영·정경호·최민식·하지원·황정민 등도 참석해 시민들의 열띤 호응을 이끌어냈다.

이날 오후 5시15분께부터 시작된 결의대회에서는 졸속적이고 수세적으로 한·미FTA를 추진하며 스크린쿼터를 축소해버린 노무현 정부와 열린우리당에 대한 5개 공대위 대표들의 성토 발언이 봇물을 이뤘다.

신우철 영화인대책위 공동위원장은 “우리 모두가 문화주권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노무현 정권이 스크린쿼터를 반토막냈다”며 “노 정권은 스크린쿼터를 포함해, 한·미FTA 협상테이블에 앉기도 전에 양보한 4개안을 재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김정헌 문화예술공대위 공동대표는 “노무현 정부는 얼마 전 (민간과 함께) ‘문화적 권리는 시민의 기본권이며 평등한 권리’임을 천명한 문화헌장을 공포해놓고, 미국과는 문화주권(스크린쿼터)을 놓고 거래를 하고 있다”며 현 정부를 질타했다. 신학림 시청각미디어공대위 공동상임대표는 “스크린쿼터와 공영방송, 국내제작 프로그램 방영 비율 규제 등은 다른 나라들이 모두 부러워하는 우리나라의 독특한 제도”라며 “한·미FTA가 체결되면 이런 것들이 일거에 무너질 것”이라는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또 “1997년 노동법 개악 총파업 이후 최초로 언론노동자들의 파업을 단행할 예정”이라며 한·미FTA 체결저지와 관련한 언론노조총파업을 예고하기도 했다. 김세균 교수학술단체공대위 공동상임대표는 “한·미FTA는 미국의 초국적 자본과 이들을 상전으로 모시고 있는 한국 거대 자본의 음모”라며 “국민의 생존권과 문화예술을 지키기 위해 FTA를 결단코 저지하자”고 밝혔다. 또 정종권 금융공대위 공동위원장은 “스크린쿼터를 절반으로 축소한 노무현 대통령은 한국영화를 볼 자격이 없다”고 일갈하기도 했다.

스크린쿼터 사수 영화인 결의대회 1일 서울 대학로에서 열린 ‘스크린쿼터사수 및 FTA저지 결의대회‘에서 영화인들이 참석해 구호를 외치고 있다.(연합)
스크린쿼터 사수 영화인 결의대회 1일 서울 대학로에서 열린 ‘스크린쿼터사수 및 FTA저지 결의대회‘에서 영화인들이 참석해 구호를 외치고 있다.(연합)

이날 결의대회에는 민주노동당 권영길·심상정 의원과 문경식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은 물론, 불교인권위원회 범상 스님과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인권위원회 목사 등 종교계 인사들도 참석해 영화인들의 스크린쿼터 축소 반대 노력을 지지했다. 권 의원은 “40여명의 국회의원이 모인 ‘한·미FTA를 연구하는 모임’ 등도 한·미FTA 체결 저지를 위해 국회에서 싸울 것”이라고 밝혔다.

결의대회를 마친 5천여명의 참가자들은 오후 6시30분부터 1시간30분동안 대학로에서 광화문 시민열린마당까지 행진했다. 이 과정에서 배우들은 “문화는 교역의 대상이 아니라 교류의 대상입니다”(안성기), “노무현 정부는 147개국과 약속한 유네스코 문화다양성 협약을 지켜야 합니다”(문소리), “무엇을 보고 듣고 느끼겠습니까? 우리의 문화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습니다”(전도연) 등의 문구가 적힌 손팻말을 들고 시민들에게 영화인들의 의지를 전달했다.

문화제는 이날 저녁 8시30분께부터 시민열린마당에서 시작됐다. 이날 문화제에서는 문화제 주최 쪽이 선정한 ‘한·미FTA 오적’이 발표됐다. 노무현 대통령을 포함해, 한덕수 경제부총리, 김현종 통상외교본부장, 정문수 청와대경제보좌관, 보수언론 등이 오적으로 언급됐다. 이들은 국익이 아니라 외국을 위해 일했거나, 여론을 호도한 죄 등을 이유로 오적이 됐다. 주최 쪽은 ‘오적 조형물’을 만들어 시민열린마당 한 켠에 전시했으나, 이 가운데 노 대통령 조형물은 문화제 시작 전 경찰이 압수해갔다.


이날 문화제에서 영화인들은 ‘영화인선언문’을 발표했다. 참가 배우들이 번갈아가며 낭독한 이 선언문에서 영화인들은 “스크린쿼터 146일은 한국영화의 숨통이었고, 한국영화 오늘의 영광을 만든 젖줄이었고, 영화관객 1000만명 시대를 몰고 온 토양이었고, 투자자들의 안전판이었고, 영화인들의 자양분이었지만, 오늘 146일이 죽었다”고 비통해했다. 그러면서도 “미국적 가치와 미국적 생활방식을 강요하는 이 야만적인 문화패권주의에 맞서, 우리말과 글로 된 우리의 영상언어, 한국영화의 부름 앞에 당당히 서서 스크린쿼터 146일을 반드시 원상회복시키고야 말 것”이라는 결의를 내보였다.

5개 공대위도 ‘한미FTA 저지 공동결의문’을 발표했다. 이들은 공동결의문에서 “양심적인 시민사회세력 및 국민들과 연대하여 한·미FTA를 반드시 막아낼 것”이라며 “한미FTA 협상을 당장 중단하고 스크린쿼터를 원상회복시키지 않으면 노무현 대통령 퇴진투쟁을 전개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문화제’답게 스크린쿼터 축소 및 한·미FTA 체결에 반대하는 다양한 문화행사도 마련됐다. 공형진이 사회를 맡은 1부 ‘선언’에서는 각종 ‘선언’들 이외에 KBS 관현악단 공연, 극단 골목길의 <왕의 남자> 패러디 공연, 가수 전인권 공연이 시민들을 즐겁게 했다. 문소리가 사회를 맡은 2부 ‘연대’에서는 일렉쿠키, 키네틱 국악그룹 YEN, 하찌와 TJ, 꽃다지 및 코오롱노조의 공연과 개그맨 블랑카의 1인 개그, 도종환, 송경동 시인과 KTX 조합원의 시낭송, 개그맨 김미화의 지지발언, 평택 대추리 주민들의 연설 등이 이어졌다. 박철민, 오지혜가 사회를 맡은 3부 ‘문화투쟁’에서는 정두홍 감독과 액션스쿨의 무술쇼, 한국조명감독협회의 조명쇼, 북미자유무역협정 관련 영상, 소리쇼 등이 흥을 북돋웠다.

글·전정윤 기자 ggu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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