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멘터리 <강을 건너는 사람들>의 주인공들 모습. 왼쪽부터 한·일 역사를 바로 알리려고 고려박물관을 일본에 세운 재일동포 송부자씨. 한·일 학생 교류를 주도하고 있는 일본 고등학생 다카키 구미코(두번째 사진 앞줄 오른쪽), 외국인 노동자 인권운동에 뛰어든 세키타 히로오 목사.
한일 굴곡의 역사 다룬 다큐 ‘강을 건너는 사람들’
다큐멘터리 <강을 건너는 사람들>은 일본의 다마강에서 시작해 임진강으로 끝맺는다. 다마강을 김경석 태평양전쟁한국인희생자유가족 회장은 17살에 일본제철소로 강제징용가며 건넜다. 임진강은 지난 5월 남북을 잇는 경의선이 넘었다. 재일동포 김덕철 감독은 일본과 한국, 남과 북을 가르는 상징적인 강을 건너 공존을 모색하는 김경석 회장 등 주인공 4명의 이야기를 7년 동안 카메라에 담았다. <강을 건너는 사람들>은 과거를 붙잡고 미래를 바라본다.
재일동포·일본인 4명 이야기
7년 동안 카메라에 담아
내레이션 없이 판단은 관객에
일본 군수공장이 몰려있던 가와사키에는 재일동포 9000여명이 산다. 이곳에서 강제노동에 시달리던 김경석씨는 1943년 1300명과 함께 사흘 동안 파업을 벌였다. 노인이 된 그는 “출구가 없던 청년기는 앞이 막힌 철길처럼 느껴졌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는 원통해만 하는 노인이 아니다. 유가족 회장으로 야스쿠니 신사에 합사된 유골을 되찾는 운동에 앞장선다. 후생성 관리들의 논리를 논파하는 목청은 쩌렁쩌렁하다. 유골 반환 소송이 기각되고 얼마 뒤 그는 80살로 세상을 떠난다.
<강을 건너는 사람들>은 다른 연령대에 다른 배경을 지닌 일본인과 재일동포의 이야기가 엮여있다. 일본에서 태어난 송부자씨는 한복을 입고 일본어로 일인극을 펼친다. 가족 3대의 수난사를 이야기하더니 일본 관객을 향해 말한다. “여러분을 사랑합니다.” 초등학교 시절 그는 재일동포라고 왕따를 당해 자살을 시도했다. 자녀가 차별을 받을까 학부모회의 날엔 비싼 기모노를 차려입었다. 재일동포 인권을 위해 투쟁하는 이인화 목사를 만난 뒤 삶이 바뀌었다. 그는 한일 교류의 역사를 바로 세우는 ‘고려박물관’을 만들려고 한다. 일인극은 모금 활동이자 함께 살아가야 하는 사람들에게 보내는 화해의 몸짓이다.
송씨의 몸짓에 일본인 세키타 히로오 목사는 외국인 노동자 인권 운동을 벌이며 화답하고 있다. 한국에서 위안부 할머니들을 비로소 알게 된 여고생 다카키 구미코는 한국·일본·총련계 재일동포 고등학생들이 모이는 3박4일 일정을 마련했다.
<윤의 거리> 등의 촬영감독을 하고 다큐멘터리 <건너야 할 강>을 만든 김덕철 감독(50대)은 2000년 6월 첫 남북정상회담이 성사된 날 이 다큐멘터리를 시작했다. 동포사회의 반응을 담으려 했는데 주인공들을 만나며 7년을 따라가게 됐다. 그는 가와사키에서 100여명을 인터뷰한 뒤 “느끼고 생각하고 좋은 세상을 만들려고 움직이는” 주인공들에 집중했다. 김 감독은 주요 인물의 가족사부터 주변 인물들 이야기까지 “감독님, 됐습니다”라고 끊기 전까지 줄줄 말할 수 있다. 그렇지만 다큐멘터리에서 나레이션으로 설명하지 않는다. 그냥 뜬금없이 보여줄 뿐이다. “관객이 감정과 이성을 가지고 다큐멘터리 안으로 스스로 조금씩 들어가 종합적으로 판단해줬으면 했어요.”
제작비는 거의 극영화 촬영감독으로 벌어 충당했다. 왜 그렇게 매달렸냐고 물었더니 질문이 의아하다는 표정을 짓는다. “그야 중요하기 때문이죠. 재일동포들이 일본 사회에서 인권을 지키며 공존할 수 있느냐는 것은 아시아 전체, 세계 평화의 문제와 바로 연결된 것이잖아요.” 30일 개봉. 김소민 기자 prettyso@hani.co.kr 사진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영화사진 진진 제공
7년 동안 카메라에 담아
내레이션 없이 판단은 관객에
김덕철 감독
제작비는 거의 극영화 촬영감독으로 벌어 충당했다. 왜 그렇게 매달렸냐고 물었더니 질문이 의아하다는 표정을 짓는다. “그야 중요하기 때문이죠. 재일동포들이 일본 사회에서 인권을 지키며 공존할 수 있느냐는 것은 아시아 전체, 세계 평화의 문제와 바로 연결된 것이잖아요.” 30일 개봉. 김소민 기자 prettyso@hani.co.kr 사진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영화사진 진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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