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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무색무취? 진짜 내 색깔 보여주겠어

등록 2009-02-01 19:14수정 2009-02-01 19:35

‘마린보이’로 연기 변신 김강우
‘마린보이’로 연기 변신 김강우
‘마린보이’로 연기 변신 김강우
김강우(31)는 성실한 얼굴의 배우다. 지금까지 그가 연기한 인물들 얼굴에서는 어딘지 모르게 진중한 청년 느낌이 난다.

그래서 김강우는 인라인 스케이트 타고 젊음을 발산하던 <태풍태양>의 모기나 오토바이 타고 남성적 매력을 뽐내던 <가면>의 조경윤보다는, <나는 달린다>의 무철이나 <식객>의 성찬에 더 어울리는 연기의 결을 가졌다. 성실해 보여서 무난하고, 기본 연기력이 뒷받침되기 때문에 어느 역에서나 제 몫을 해낸다. 하지만 그건 ‘무색무취’의 다른 표현일지도 모른다.

김강우는 “그런 면에서 새 출연작 <마린보이>는 개인적으로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그동안 표현해 온 인물들과 정말 달라요. 진지한 면은 찾을 수 없고 까불까불한 젊은이죠. 원래 제 성격도 그런 편인데 ….”

마약 운반 전직 수영선수
3개월간 몸만들며 “고생”

조재현과 맞대결 기대
“진짜 연기는 30대 이후”

<마린보이>의 천수는 낮에는 수영강사, 밤엔 도박판을 기웃대는 전직 국가대표 수영 선수. 다이버 천국 팔라우로 뜨기 위해 ‘인생 한 방’을 꿈꾸며 도박판에 뛰어들었다가 억대의 빚을 진다. 사채업자들로부터 목숨에 위협을 받던 중 마약계 대부 강 사장(조재현)을 만난다. 강 사장은 일본제 신종 마약을 몸속에 숨겨 현해탄을 건너는 ‘마린보이’가 돼 달라고 제안한다.

강 사장은 ‘냉동 소시지’로 사람을 때려 죽이는 극악한 인물이다. 천수가 세상 물정 모르는 20대 젊은이의 밝음을 보여준다면, 강 사장은 인생 밑바닥까지 추락해 본 중년 남성의 어두움을 그린다. 그 사이 ‘팜 파탈’(요부·악녀)인 유리(박시연)가 등장한다. 유리는 죽은 강 사장 동료의 딸. 강 사장은 유리에 대한 애틋한 감정을 숨기고, 천수는 유리에 끌리는 젊음을 감당하기 힘들어 한다.


‘마린보이’로 연기 변신 김강우
‘마린보이’로 연기 변신 김강우
김강우는 애초 박시연과 농도 짙은 정사신을 찍었지만, ‘15살 이상’ 관람가 등급을 받기 위해 최종 편집 과정에서 잘라냈다고 한다. 석 달 동안 전직 수영 선수에 어울리는 미끈한 몸을 만들어야 했다는 뒷이야기도 나왔다. “원래 웨이트 트레이닝 같은 것 별로 안 좋아해요. 왜 저 쇳덩어리를 들었다 놓는 동작을 반복하나 싶기도 하고. 영화 제목이 마린보이고, 배역이 전직 수영 선수니까 정말 고생 많이 했죠. 수영은 다시 하기 싫어요.”(웃음)

­천수와 강 사장의 관계가 흥미롭다. 처음 충돌하다 나중에는 부자처럼 보이기도 하는데?

“그런 느낌을 주고 싶었다. 극은 노련미가 있는 강 사장과 젊은 혈기의 천수가 맞붙어 일으키는 파열음을 그린다. 천수는 총을 쥔 상대에게 겁먹기보다 ‘야, 쏘지 마. 그거 정말 나가는 거야!’라고 타이르는 인물이다. 그래서 겁도 없이 강 사장에게 시답지 않은 농담을 건다. 강 사장도 그런 천수를 내치지 못한다.”

­연기 조화가 중요했을 것 같은데?

“매우 중요했다. 감독이 여백을 많이 줘서, 배우들이 많은 공간을 채워 나가야 했다. 대사도 내 입말대로 많이 바꿨고, 애드리브도 많았다. 워낙 조 선배 연기가 좋아서 선배가 하나 치면, 내가 받아 다시 쳐주고 하는 느낌들이 좋았다.”

­연기는 좋지만, 자기 색깔이 없다는 지적이 있다.

“내가 꽃미남은 아니다. 여러 작품을 했지만, 인생 경험이 별로 없는데 뭘 보여줄 수 있겠는가. 어릴 때부터 진짜 연기는 30대 이후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이 작품에 애착이 크다. 30대가 된 뒤 처음 내놓는 작품이니까.”

그의 다음 작품은 국내 대표 감독들과 함께 작업한 두 개의 단편. 다섯 감독이 에로스라는 주제로 다섯 가지 얘기를 풀어내는 <오감도>에는 허진호 감독과 함께 불치병 걸린 아내가 죽어가는 과정을 지켜보는 남자를 연기한다. 공상과학 갈래의 세 단편을 모은 <인류 멸망 보고서>에서는 자의식을 갖게 되는 로봇의 수리공 역을 맡아 김지훈 감독과 손발을 맞췄다.

한편 <마린보이>를 찍은 신인 윤종석 감독은 지난달 20일 기자 시사회 뒤 ‘제2의 최동훈’이란 호평을 받기도 했다. 5일 개봉.

글 길윤형 기자 charisma@hani.co.kr 사진 정용일 기자 yon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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