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밴드 노리플라이 멤버들. 권순관씨, 정욱재씨(왼쪽부터). 사진은 해피로봇레코드 제공.
〈착한콘서트 두드림⑫〉 인디계 ‘늙은 아이돌’ 노리플라이
인디같지 않은 ‘때깔’이 매력…‘제2 전람회’ 평가도
인디같지 않은 ‘때깔’이 매력…‘제2 전람회’ 평가도
‘노리플라이’는 스스로 “인디계의 나이 많은 아이돌”이라고 말한다. 노리플라이의 발자국을 따라가 보니 이름 앞을 꾸미는 수식어가 화려하다. 2006년 유재하 음악 경연대회 은상 수상, ‘제2의 전람회’라는 평. 그뿐만이 아니다. 2008년 봄에 발매한 싱글 앨범의 수록곡 ‘고백하는 날’은 공중파 인기 오락 프로그램의 배경음악으로 깔렸다. 2009년 6월과 9월에 낸 음반 두 장은 잘 만들어져 완성도가 높다는 ‘웰메이드(well-made) 앨범’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언제나처럼 호기심을 자극하는 것은 밴드 이름이다. ‘노리플라이(No Reply)’를 우리말로 하면 ‘응답 없음’이다. 취재수첩에 빼곡하게 적어둔 질문을 다시 읽어봤다. 이 많은 질문에 응답이 없으면 어쩌나?
느닷없이 인디밴드에 대한 어느 인터뷰 기사의 한 문장이 떠올랐다. “뮤지션은 음악으로 말한다.” 이미 노리플라이의 음악에 살짝 마음을 빼앗겨 괜스레 고민에 빠진다. 그들 역시도 “음악으로 승부하겠다”고 하면 어쩌나, 어쩌나, 어쩌나…. 그렇게 걱정하는 마음을 진정시키며 노라플라이를 만나러 홍대로 향했다. 서울 마포구 서교동에 있는 해피로봇 레코드 사무실이 그들의 아지트였다.
#1. 곱단이와 겸손 남, 자칭 ‘훈남 듀오’
문을 열고 들어서니 구석에서 컴퓨터 자판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탁탁탁.’ 그 앞에 정욱재(기타·코러스)씨가 앉아 있다. 그는 “안녕하세요”라며 수줍은 미소를 날렸다. 그의 애칭은 ‘곱단’이란다. “왜 곱단이냐”고 물으니 “집에서 기르는 강아지의 이름인데, 지난봄에 이별했다”고 말했다. 정씨는 애칭에 걸맞게 마음도 고운 천생 곱단이다. 어릴 적부터 환경 문제에 관심도 많고, 동물에 대한 사랑도 남다른 건강한 청년이었다.
잠시 뒤, 검은 뿔테 안경을 쓴 권순관(보컬·피아노)씨와 마주쳤다. 선해 보이는 인상, 씽긋 눈인사를 나눴다. 겸손함이 철철 흐르는 두 청년, 인터뷰를 앞두고 살짝 긴장한 모습이었다.
#2. 음악에 색깔을 담지 않으려고 지은 이름 ‘노리플라이’
노리플라이의 멤버들은 20대 초반부터 ‘따로 또 같이’ 음악 활동을 시작했다. 욱재씨는 2004년부터 홍대에서 락음악을 했고, 순관씨는 실용 음악을 공부했다. 2006년 유재하 음악 경연대회를 계기로 두 사람의 음악이 하나가 됐다.
-노리플라이 멤버들의 인연이 남다르다고 들었는데. 언제, 어떻게 만나서 같이 음악을 하게 됐나?
=(순관) 어린 시절을 같이 보냈어요. 욱재는 두 살 터울 동생인데, 같이 농구도 하고, 놀고 그랬죠. 그때는 음악을 하던 시기는 아니었어요. 안양시 평촌에서 중고등학교를 같이 나왔어요. 각자 음악에 대한 뜻은 항상 있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자연스럽게 음악을 같이하게 된 거죠.
=(욱재) 결정적으로 노리플라이라는 이름을 짓고 활동하게 된 계기는 2006년도 유재하 음악 경연대회에 나가게 되면서부터입니다.
-노리플라이란 밴드 이름의 뜻이 궁금한데. 음악과 어떤 관계가 있나?
=(순관) 노리플라이란 이름이 조금 암울한 느낌은 있지만, 음악에 색깔을 담지 않으려고 지은 이름입니다. 또 당시에 좋아했던 비틀즈, 칸나요코의 곡 제목이기도 했지요.
=(욱재) 외국 친구들을 만나면 “왜 밴드 이름을 그렇게 지었느냐”고 물어요. 리플라이(Reply)가 아니고, 노리플라이(No Reply)냐고 의아해 하는 경우도 있었어요. 그래도 전 마음에 들어요.
인터뷰가 시작되고 30분이 지났을까. 스튜디오에 따뜻한 열기가 올랐다. 멤버들의 입가에 환한 웃음꽃이 피었다.
-노리플라이에 대해 스스로 어떻게 생각하나?
=(욱재) 우리는 인디계의 ‘훈남 듀오.’(?) 하하하하.
=(순관) 요즘엔 ‘인디계의 아이돌’이라는 소문이…. 제가 말하려니 쑥스럽네요. 건방지다고 생각하지 마시고 ‘나이가 조금 더 있는 아이돌’이라고 생각해주시면 좋겠어요. 하하하.
그렇게 우정만큼이나 진한 그들의 ‘음악’ 이야기가 시작됐다.
#3. “우리 음악은 청춘의 불안정함, 그리움”
-노리플라이의 음악은 ( )이다(?)
=(순관) 노리플라이의 음악은 ‘청춘’이라고 말할 수 있어요. 저희 음악을 들어 보면 청춘의 불안정함이라던가, 그리움이라던가, 그 시절만 가질 수 있는 저희만의 이야기를 담았다고 생각해요. 세대를 구분 짓고 싶은 것은 아닌데, 모든 사람들이 공감하는 이야기라고 생각합니다.
-멤버들이 아끼는 곡이 궁금한데.
=(순관) 뭐, 그게 매일 바뀌는 것 같아요.(웃음) 오늘은 바람이 차갑고 스산한 날씨니까 ‘바람은 어둡고’란 곡을 꼽겠습니다. (이어서 한 소절을 불렀다) ‘시간의 흐름이 멈춰선 것처럼, 1초도 잊을 수 없었던 너와 나의 겨울….’
=(욱재) 전 제가 참여한 음반은 잘 안 듣게 되는 것 같아요.(웃음) 작업 과정에서 몇천 번을 들으니까요.(큰 웃음) 연습도 매일 하고, 공연도 자주 하니까 생각은 자주 하죠. 악기 코드는 다 기억나지 않지만, 음들은 하나씩 다 기억이 나요.
=(순관) 그래서 가사를 잘못 외우는 구나.(웃음)
=(욱재) 공연할 때는 가끔 가사를 잊어버리기도 하고.
=(순관) 저희는 불안정한 인간들입니다. (웃음)
#4. 음악은 소통, 음악은 치유
- 두 멤버에게 ‘노리플라이’란? 혹은 ‘음악’ 이란?
=(순관) 과거에 저는 ‘히키코모리’(은둔형 외톨이) 였어요. 노리플라이는 제가 세상과 소통할 수 있는 유일한 것이라고 생각해요. 팀을 결성하면서 전 목숨을 걸었어요. 사실 전 말도 잘못하고, 사람들과 친하게 어울려 지내는 성격도 아니에요. 음악이라는 통로가 없으면 전 별 볼일 없는 사람이에요. 재주도 없고, 마음도 닫혀 있고 그런 사람인데, 노리플라이와 음악은 사람들에게 제 얘기를 할 수 있는 통로가 된 것 같아요.
=(욱재) 맞는 이야기인 것이, 어린 시절부터 형(순관)을 봤지요. 형이 방에서 소주와 함께.(웃음) 5년 동안.(웃음) 노리플라이를 시작하면서 달라졌어요. 제 전공이 환경이라 알게 된 이야기인데, 태양에 그런 힘이 있대요. 낮에 태양을 쬐고 있으면 즐거운 기운이 생긴대요. 형이 낮에 밖에 나와서 태양도 쬐고 하니까 긍정적으로 변한 것 같아요.(웃음)
-그럼, 주량이 센가요?
=(욱재) 형은 원래 주량이 많고, 제가 좀 늘었는데요. 그래서 몸이 상했어요.
=(순관) 크게 취할 때까지 마시지는 않아요. 아무래도 부모님의 영향이……. (욱재) 형은 안 취하니까요. (웃음)
#5. ‘제2의 전람회’, 그 이름 부끄럽지 않게…
-제2의 전람회란, 평가를 받고 있는데.
=(순관) 심각하게 고려해봤는데, 그렇게 말씀을 해주시는 것만으로도 영광으로 생각합니다. 김동률 선배가 노리플라이 음악은 토이에 가까운 것 같고, 남성 듀오의 포맷이 전람회와 닮았다고 했어요.
=(욱재) 열심히 해야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이고 있어요. (웃음)
-욱재씨의 솔로앨범이 나왔다고 들었는데.
=(욱재) ‘튠 유얼 마인드 (Tune Your Mind)’입니다. 환경과 사회의 메시지를 담은 솔로 앨범을 냈습니다. 환경문제에 대해 뮤지션이 앞장서서 활동하면 많은 분이 참여해주시지 않을까 생각해요. 대중들에게도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는 거죠. 이 앨범을 통해서 환경 문제에 관심이 많고, 공감하는 분들과 직접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기회를 많이 만들려고 합니다. 환경단체의 행사에 참여해서 대화도 많이 나눌 예정이에요. 제가 ‘튠 더 월드’(www.tunetheworld.net)에 다양한 자료와 일정을 올리고 있으니까 많이 찾아와 주세요.
#6. 헬로루키에 선정…“잘하고 싶다”
-앞으로 계획이 궁금하다.
=(순관) 헬로루키(교육방송 음악방송인 ‘스페이스 공감’의 인디밴드 경연대회)에 선정됐어요. 11월14일에 열리는 결선에서 여섯 팀과 겨룹니다. 결과에 대해서는 마음을 비웠어요. 즐겁게 할 생각입니다. 12월12일에 단독 공연을 준비하고 있어요. 열심히 해야죠. 2집 준비도. 1집을 뛰어 넘는 앨범을 만들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욱재) 12월에 하는 공연은 세 번째 단독 공연인데, 신인인 저희에게 규모가 큰 공연이죠. 같은 마음입니다. 잘 하고 싶어요. 솔로 앨범도 약속한 대로 소통하는 자리를 많이 마련할 겁니다. 전 학생이다 보니 학점 관리도 해야 합니다.(웃음)
인터뷰가 끝날 무렵, 제작진은 멤버들에게 서로 칭찬해보자고 했다.
순관씨는 “심성이 곱고, 둥글둥글한 곱단(욱재)은 실천하는 음악가”라고 말했고, 욱재씨는 “형(순관)은 꼼꼼하고, 섬세한 면모가 천생 아티스트”라고 말했다. 역시 환상의 짝꿍이다. 영상·글 박수진 피디 jjinpd@hani.co.kr
노리플라이의 기타리스트 정욱재의 솔로 프로젝트 튠(TUNE)의 앨범 자켓이다. 사진은 해피로봇레코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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