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축지법과 비행술’
전주국제영화제에서 공개된 ‘축지법과 비행술’
배우 오달수 출연…단편영화만의 묘미 보여줘
배우 오달수 출연…단편영화만의 묘미 보여줘
25분짜리 영화라면, 관객들한테 무언가 전달하기에 너무 짧은 게 아닐까?
27일 전주국제영화제에서 공개된 영화 <축지법과 비행술>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한 주제를 짧은 시간안에 선명하게 보여주는 단편영화만의 묘미가 무엇인지 제대로 알려주는 영화다. 2008년 단편 <여보세요>를 연출했던 이경섭 감독의 작품으로, <7번방의 선물> <도둑들> <괴물> 등 관객 1000만명을 넘긴 흥행영화에서 돋보이는 감초 연기를 보여줬던 배우 오달수씨가 단편 영화에서도 강력한 연기 내공을 선보인다.
취업준비생 영식(배우 임영식)은 늘 바다로 여행을 꿈꾸지만 언감생심이다. 만화방에서 아르바이트로 근근이 생활하는 처지다. ‘갑’인 주인아저씨는 “열심히 하자”는 말만 되풀이한다. 무료한 일상을 보내던 어느날, 그의 눈에 ‘축지법과 비행술’이란 학원 간판이 눈에 들어온다. 무심코 들어갔다가 영식은 10만원이 넘는 회비까지 내게 된다. 사기성 짙어 보이는 ‘사부’(오달수)는 “축지법은 땅과 하늘의 이치를 거스르는 것이어서 아무도 보여줄 수가 없다”라든가 “의심하면 모든 게 불가능하다”라는 말을 늘어놓고는 당장 축지법을 가르치기 시작한다.
그가 말하는 하늘을 나는 방법은 이렇다. “오금을 살짝 구부리고 뒤꿈치를 정강이 앞에 두고, 눈은 하늘을 보는데 힘이 많이 들어가면 안된다.” 땅을 줄여서 단걸음에 먼 거리를 가는 축지법 요령은 또 다르다. “축지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편하게 걷는 거야. 그러면서 오른 다리를 왼다리 8부 정도에 대고 학이 나는 자세를 취한 다음 공중에 떠있는 발이 땅에 닿기 전에, 땅에 닿아있는 발을 떼야해.”
사부는 언젠가 알래스카로 떠날 거라고 했다. 그를 가르쳤던 사부는 비행술로 알래스카를 건너다 공력이 떨어져서 중간에 바다에 떨어져서 죽었다고 한다. “비행기 타고 가면 안돼요?” 영식이 묻는다. “무슨 말이야, 내가 날수가 있는데” 사부는 근엄하게 꾸짖는다.
이들의 동행은 짧지만 따스하다. 그러던 어느날 사부는 바다 건너 시베리아로 간다는 작은 메모만 남겨놓고 떠난다. 혼자가 된 영식은 쓸쓸히 길을 걷는다. 그러다가 숨을 크게 들이마시고 하늘을 쳐다본다. 고단한 삶이지만 꿈을 꾸는 영식한테 어디선가 사부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조급해 할 필요없어. 마음 편히 먹고 일정한 보폭을 유지해야 해. 이제 땅이 허락해주길 기다려. ‘아’라는 소리가 날 정도로 입을 벌려. 그렇지!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건 나를 믿고 그리고 자넬 믿으면 돼.”
마지막 반전에서 영화는 ‘25분의 마술’이라고 할 만큼 짜릿한 감동을 준다. 관객들한테 넉넉한 웃음과 눈물 한방울까지 선사할만 하다. 일반 상영관에서 이런 단편영화를 좀처럼 감상하기 어렵다는 점이 아쉽다.
홍석재 기자 forchi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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