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씨네 유씨네
때때로 영화는 힘이 셉니다. 한국 영화 <도가니>(2012)의 흥행으로 영화의 실제 인물이던 장애아동 성폭력 가해자한테 죗값을 치르게 한 게 대표적입니다. 외화에서는 모건 스펄록의 다큐멘터리 <슈퍼사이즈 미>(2004)가 치명적 비만을 유발해온 맥도널드의 햄버거 메뉴 ‘슈퍼사이즈’를 퇴출시켰고, 영화 <로제타>(1999)는 벨기에 미성년 노동자의 최저임금 보장을 가능하게 했습니다. 이런 일이 자주 일어나지 않는다 해도, 여전히 세상을 변화시키는 ‘영화의 힘’을 믿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입니다. 31일 제작발표회를 여는 다큐멘터리 영화 <핵마피아>도 이런 유의 영화입니다. 영화는 국민의 생명을 담보로 잘못된 원자력 정책을 펼쳐놓고, 뒤로는 자신들의 탐욕을 채워온 정부 관료, 산업 관계자, 언론계 인사들의 과거와 현재를 쫓는다고 합니다.
이들을 추적할 ‘9인 탐정단’도 꾸려졌습니다. 탐정단은 액션플랜팀, 연구조사팀, 퍼포먼스팀으로 나뉘는데, 하승수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 배우 맹봉학, 뮤지션 야마가타 트윅스터와 전업주부, 대학생, 현역 군인 등이 각각의 팀에 합류했습니다. 원전 반대 시민모임 ‘차일드세이브’ 회원이자 ‘9인 탐정단’ 액션플랜팀 소속의 주부 탐정 이송년씨의 말이 울림을 줍니다.
“엄청난 양의 방사능 오염수가 태평양으로 쏟아져 나옵니다. 우리 아이가 5살이 될 무렵, 우리나라 앞바다로 오게 될 오염수. 나는 내 부모로부터 바다를 물려받았는데 우리 아이에게는 물려줄 바다가 없습니다.” 영화로 인권·평화·환경을 말해온 기록영화제작소 ‘다큐이야기’의 김환태 감독과 권우정 피디가 제작에 나섰습니다. 김 감독은 다큐멘터리 영화 <708호, 이등병의 편지>(2004)와 <원폭 60년, 그리고…>(2005) 등을 통해서, 권 피디는 <농가일기>(2001), <땅의 여자>(2009)를 연출해 국내외 국제영화제에서 큰 주목을 받아왔습니다. 핵과 원전의 문제점을 알기 쉽고 재밌게 전달하기 위해 기발한 아이디어를 마련하고 있다니 기대를 걸어봐야겠습니다.
홍석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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