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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천안함 프로젝트, 국방부는 왜 태클을 걸까요

등록 2013-05-03 19:54수정 2013-05-03 22:41

[토요판] 친절한 기자들
안녕하세요. 문화부 영화담당 홍석재 기자입니다. 지난 주말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천안함 프로젝트>를 연출한 백승우 감독을 만났는데요. 백 감독한테 “이렇게 (살갑게) 말하는 기자는 처음”이라고 칭찬 들을 만큼 꽤 친절한 기자입니다. 제가 운동도 좀 해서 사내축구팀 주전 공격수인데요. 마침 4일부터 50여개 언론사가 출전하는 한국기자협회 서울지역 축구대회가 있습니다. 오늘은 대회 앞두고 몸 푸는 셈 치고, 국방부에 백태클 한번 넣어볼까 합니다.

며칠 전 국방부가 다큐멘터리 영화 <천안함 프로젝트>의 상영금지 가처분 신청을 검토하고 있다는 기사가 나왔습니다. 국방부 관계자는 “영화 내용이 허위사실이거나 군의 명예를 훼손할 가능성이 있는 경우 가처분 신청을 할 수 있는지 분석해 보라고 해군에 지시했다”고 하네요. 왜 그랬을까요.

<천안함 프로젝트>는 지난달 27일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처음 공개됐고, 이제 겨우 2회 상영됐습니다. 당연히 대부분의 독자분들은 못 보셨겠죠? 지난 상영 때 군복 입은 사람들도 안 보이는 것 같던데, 지시 내린 국방부 관계자는 영화를 봤을까도 궁금하네요. 아무튼 어떤 내용인지 간단히 알려드릴게요.

2010년 3월26일 밤 10시께 천안함이 백령도 인근 바다에서 침몰했습니다. 국방부 공식 발표를 보면, 북한 정찰총국이 어뢰를 이용해 천안함을 수중에서 반토막 낸 사건으로 당시 우리 해군 46명이 숨지거나 실종됐습니다.

영화는 국방부 발표에서 석연찮은 부분을 크게 8가지로 나눠서 보여줍니다. △좌초냐 폭침이냐 △북한 반잠수정에 의한 어뢰공격은 가능한가 △구조 과정은 정상적이었나 △‘제3의 부표’ 자리에 잠수함 존재설 등입니다. 당시 사회부 24시팀(경찰팀) 소속으로 백령도에서 꽤 열심히 취재했던 기억이 납니다. 살다 보니 천안함과 또 이렇게 얽히네요. 나름 사건을 꼼꼼히 살펴봤던 저로서도 몇가지 궁금증이 잘 안 풀리더군요.

먼저 침몰한 천안함을 찾는 데 왜 그렇게 오래 걸렸을까요. 우리 해군에는 ‘사이드 스캔 소나’(측방 감시용 수중음파탐지기)란 게 있습니다. 이게 한번 스윽 훑고 지나가면 바닷속 좌우 1.5㎞ 거리에 있는 돌출물을 모조리 찾을 수 있다고 해요. 지난해 말 북한이 로켓을 쏜 적 있잖아요. 이때 사이드 스캔 소나로 전라북도 군산 서쪽으로 160㎞ 떨어진 망망대해 바다 밑에서 1㎡가 안 되는 크기의 로켓 잔해물 10여개를 찾았거든요. 천안함은 길이만 따지면 축구장만해요. 게다가 수심 20~40m 정도의 얕은 곳에 가라앉았고요. 군은 왜 이런 장비를 안 썼을까요. <천안함 프로젝트>에서 해난구조 및 인양 전문가 이종인씨가 적극적으로 문제제기를 하는 부분입니다.

또다른 의문은 북한이 쏘았다는 어뢰 추진체를 쌍끌이 어선이 찾아냈다는 겁니다. 당시 저는 ‘부산 싸나이’인 이 쌍끌이 어선 선장님을 만나러 부산에 갔었는데요. 그는 “내가 끌어올렸으니까 의심할 여지가 없다. 기적 같은 일”이라고 했습니다. 그의 말투에서 진정성이 느껴지더군요. 하지만 우리 해군이 쌍끌이 어선만도 못하다는 건 믿기 어려웠습니다. 최근 남북관계가 답답하기만 한데요, 요즘 같으면 쌍끌이 어선들이 비상대기라도 해야 하나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궁금증을 넘어 아프게 느껴지는 것은 천안함에 갇힌 장병 46명을 단 한명도 추가로 구하지 못한 점입니다. 구조 작전은 이해하기 어려울 만큼 더디게 진행됐습니다. 해군 관계자들의 실제 법정 증언을 보면, 함수·함미 수색팀이 현장에서 서로 정보교환조차 하지 않았다네요. 이유는 “서로 무전기가 달랐다”는 것입니다. 도대체 이게 말입니까, 망아지입니까? ‘69시간 생존설’로 희망고문을 가한 대목까지 가면 참혹한 느낌마저 받습니다.

국방부는 ‘우리가 북한 어뢰 공격에 당했다고 결론 내렸으면 됐지, 뭐가 이상하다는 거냐’며 법정공방을 벌일 기세입니다. 영화를 기획·제작한 정지영 감독은 이걸 “암흑시대”라고 간단히 정리했다네요. 엊그제 전화로 다시 만난 백 감독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천안함 사태가 아직도 첨예한 논란이 되는 것은 정부와 군을 비롯한 우리 사회의 소통 부재 탓이라는 걸 얘기하고 싶었어요. 상영금지 가처분 신청 같은 건 상상도 못했죠. 관객이 ‘좋더라, 나쁘더라’ 할 수는 있어요. 그러나 국방부가 ‘이 영화는 존재할 수 있다, 없다’라고 말할 권한은 없죠.” 백 감독 주장에 동의합니다. <천안함 프로젝트>는 범인 잡는 첩보영화가 아닙니다. 사회적 소통 부재를 말하는 영화를 놓고, 또 소통이 안 되니 답답할 노릇입니다. 제 생각은 이렇습니다. 기왕에 뚫린 입인데, 말이나 좀 하고 삽시다!

홍석재 문화부 대중문화팀 기자 forchi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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