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문화 영화·애니

영등위가 미니스커트 단속이라도 하나요

등록 2014-06-26 19:08수정 2015-05-27 09:21

시네 플러스+
예전에는 길거리에서 영화 포스터를 많이도 만났습니다. 인터넷이 없던 시절, 포스터는 영화를 볼지 말지 결정하게 만드는 중요한 요소였죠. 영화사들은 한 장의 포스터를 위해 엄청난 고민을 하고 공을 들입니다. 뤼크 베송 감독의 <그랑블루>(1988) 포스터를 참 좋아했습니다. 파란 밤바다 한가운데에 사람과 돌고래의 실루엣이 찍혀 있는 포스터는 그 자체로 멋진 작품이었습니다. 최근 영화 중에선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포스터가 마음에 듭니다. 분홍빛의 비현실적인 호텔 건물을 보고 있으면, 현실의 고단함을 훌훌 털고 미지의 나라로 여행이라도 떠나는 듯한 기분이 들거든요.

얼마 전 독특한 포스터 하나를 봤습니다. 라스 폰 트리에 감독의 신작 <님포매니악> 포스터였는데, 배우 9명의 얼굴을 모은 것을 뿌옇게 블러 처리한 것이었습니다. 영화 수입사에 물었습니다. 배우들이 성적 황홀감을 느끼는 표정을 연기한 것인데, 영상물등급위원회(영등위)가 불가 판정을 내렸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고육책으로 뿌옇게 처리했답니다. 영등위는 포스터의 경우 모든 연령대가 보는 기준에 따라 심의한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김조광수·박찬경·양익준·윤성호 감독, 김도훈 <허핑턴포스트코리아> 편집장, 영화평론가 심영섭씨 등이 <님포매니악> 포스터를 패러디한 이른바 ‘보여줘’ 포스터를 만들어 영등위를 비꼬기도 했습니다.

포스터에 대한 영등위의 지나친 잣대가 헛웃음을 산 사례가 적지 않습니다. <인간중독> <폼페이: 최후의 날>은 키스 장면이 있다는 이유로 반려돼 수정 뒤 재심의를 받아야 했습니다. <시네마천국>에서 영화에 키스 장면만 나오면 가위질을 해대던 신부가 떠오릅니다. <관능의 법칙> 포스터에선 문소리의 허벅지 노출이 심하다는 지적을 받고 컴퓨터그래픽으로 치마 길이를 늘리는 해프닝도 있었습니다. 1970년대 미니스커트 단속이라도 하나요? 상식이 통하는 영등위를 기대해봅니다.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문화 많이 보는 기사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1.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2.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3.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4.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5.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