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네 플러스+
아직도 ‘울며 겨자 먹기’로 극장에서 비싼 팝콘과 음료를 사드시나요? “네”라고 대답한 당신은 ‘호갱님’(호구 고객)입니다.
다들 알고 계시죠? 지난 2008년 공정거래위원회가 영화관이 외부음식 반입을 막는 것은 불합리하다며, 반입 가능한 음식의 종류를 확대하라는 시정조치를 내린 것 말입니다. 그런데 최근 한국소비자원이 소비자 5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를 보니, 멀티플렉스에 대한 불만으로 응답자의 79.2%가 여전히 ‘높은 식·음료 가격’을 꼽았더군요.
요즘 영화를 제값 주고 보는 관객은 거의 없죠. 신용카드나 통신사 카드를 이용하면 할인이 되니까요. 하지만 ‘배보다 배꼽’이 더 크다고, 영화 값보다 팝콘·음료 값이 더 드니…. 지난달 소비자단체가 조사한 내용을 보니 극장에서 5000원에 파는 팝콘의 원가가 고작 613원이라더군요. 얼추 8배 넘는 ‘바가지’를 씌우는 거죠. 탄산음료 역시 2000원에 판매하지만 원재료 가격은 600원이라네요. 여기에 요즘은 ‘팝콘+탄산음료 1잔’ 패키지가 사라지고 ‘팝콘+탄산음료 2잔’이 등장했다니 횡포도 이런 횡포가 없네요.
멀티플렉스가 관객에게 씌우는 ‘바가지’는 이뿐만이 아닙니다. 영화 시작 전 무차별적으로 상영되는 ‘광고’가 짜증난 적 없으신가요? 문화체육관광부가 지난해 영화관 광고 현황을 조사해보니 씨지브이는 평균 14분, 롯데시네마는 10.4분, 메가박스는 8.2분의 광고와 예고편을 상영했다는군요. 극장주들은 이 광고로 해마다 수백억원의 수입을 올립니다. 관객에게 ‘반강제’로 광고를 보여주고 돈은 자기들이 챙기니, 이 역시 바가지죠. 이제 보니 그간 우리 모두는 ‘호갱님’ 노릇을 톡톡히 해왔던 거네요. 오늘부터 극장 갈 때 먹거리를 잔뜩 사가고, 광고 끝날 때까지 기다려 영화관에 들어가는 건 소심한 저항일까요? 공정거래위 누리집에 민원성 글을 올리는 건 어떨까요? 무엇이 됐든 덮어놓고 호갱님 노릇 하는 것보다야 낫지 않을까요?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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