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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3대 국제영화제 중 가장 역사가 오랜 제71회 베네치아(베니스)영화제가 27일 이탈리아 베네치아 리도섬에서 개막했습니다.
‘영화제의 꽃’은 역시 경쟁부문. 이번 ‘베네치아 71’에는 모두 20편이 초청돼 다음달 5일까지 황금사자상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입니다. 2012년 김기덕 감독이 <피에타>로 황금사자상을 수상한 기억이 아직 생생합니다. 하지만 한국 영화는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공식 경쟁부문에 초청받지 못했습니다. 홍상수 감독의 <자유의 언덕>이 오리존티 장편부문에, 임권택 감독의 <화장>이 비경쟁 부문에 초청됐고, 김기덕 감독의 <일대일>이 베니스 데이스에 초청됐지만 아쉬운 마음을 달랠 수 없습니다. 앞서 열린 베를린과 칸 영화제 경쟁부문에도 역시 한 편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습니다.
물론 국제영화제가 영화에 대한 평가 잣대의 전부가 될 순 없을 겁니다. 하지만 <명량>이 1600만 관객을 돌파하고 한국 영화가 3년 연속 1억명 넘는 관객을 동원하는 성과를 올린 것에 비춰보면, 이런 성적표는 초라합니다.
한국 영화도 전성기는 있었습니다. 앞서 언급한 김기덕 감독 외에도 2002년 임권택 감독이 <취화선>으로 칸에서 감독상, 박찬욱 감독도 칸에서 <올드보이>(2004)와 <박쥐>(2009)로 심사위원대상(2등상)과 심사위원상(3등상)을 받았습니다.
그렇다면 왜 한국 영화는 최근 국제영화제에서 고전하는 걸까요? 영화계에서는 1990년대 데뷔한 박찬욱, 김기덕, 홍상수의 뒤를 이을 명감독이 더이상 배출되지 않는 데서 이유를 찾습니다. 예술성이 강한 감독들이 배출되지 않는 데는 한국 영화 시장이 너무 상업적으로 흐르고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일부 대기업이 영화의 투자·제작·배급을 독점하면서 소위 ‘돈 되는 영화’에만 모든 물량을 쏟기 때문이란 거죠. <명량> 등 일부 상업영화의 흥행 신기록에 들뜰 때만은 아닙니다.
유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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