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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로마의 바티칸 박물관을 찾아간 적이 있습니다. 바티칸 시국 교황청 안에 있는 박물관으로, 영국 런던 대영 박물관, 프랑스 파리 루브르 박물관과 함께 세계 3대 박물관으로 꼽히는 곳이죠. 해마다 500만명 넘는 관광객들이 방문한다던데, 저도 머릿수 하나 보탠 셈이죠.
미술에 대한 조예가 깊지 않은 터라 1일 가이드를 신청했습니다. 별다른 정보 없이 박물관 안의 24개 미술관 1400개 방을 무작정 헤매다가는 제대로 보지도 못하고 시간을 다 써버릴 게 불보듯 뻔했기 때문입니다. 한국인 가이드는 각기 따로 온 여행객들을 데리고 주요 작품들을 찾아다니며 상세한 해설을 곁들여주었습니다. 가이드 신청하길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당시 경험을 말로 전해봐야 무슨 소용이겠습니까? 직접 가서 보는 게 최고지요. 하지만 그럴 기회가 누구에게나 쉽게 오는 건 아니죠. 다행히 비행기 타고 가지 않고도 바티칸 박물관을 즐길 수 있는 길이 생겼습니다. 박물관 곳곳을 초고화질(UHD) 3D 영상으로 담은 <바티칸 뮤지엄>이 8일 개봉하거든요.
지난 5일 시사회에서 영화를 미리 보면서 예전에 박물관을 찾았을 때 기억이 되살아났습니다. 뱀에 물려 고통스러워하는 라오콘 군상, 성모 마리아가 숨이 멎은 예수를 안고 있는 미켈란젤로의 피에타상 등 여러 조각품들이 손에 잡힐 듯 생생한 입체영상으로 눈앞에 다가왔습니다. 배우 채시라 목소리로 녹음된 해설은 현지 가이드 해설 못지 않았습니다.
르네상스의 천재화가 라파엘로가 그린 벽화 <아테네 학당>이나 미켈란젤로가 평생의 역작으로 시스티나 성당의 천장과 벽을 꾸민 프레스코화 <아담의 창조> <최후의 심판> 등은 분명 2차원 그림인데도 튀어나올 듯한 3차원 입체로 되살아났습니다. 미켈란젤로가 4년 동안 고개를 뒤로 젖힌 채 거의 누운 자세로 천장에 그림을 그리다가 관절염, 근육경련, 눈병 등 온갖 질병에 시달리게 됐다는 얘기를 들으니 예술을 향한 그의 숭고한 집념에 고개가 숙여지더군요. 바티칸에선 고개를 젖히고 천장의 그림을 보느라 목이 아팠는데 극장에선 목이 안 아파 좋다는 생각을 잠시 한 제가 부끄러워졌습니다.
서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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