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문화 영화·애니

등쌀 시달린 ‘꽃분이네’ 결국…

등록 2015-01-27 19:23수정 2015-05-27 09:12

시네 플러스+
영화 <국제시장>의 주요 배경이 된 부산 국제시장의 ‘꽃분이네’가 문 닫을 처지에 놓였다고 합니다. 영화가 1000만명 넘는 관객을 모으며 큰 인기를 끌자 ‘꽃분이네’에도 관광객들이 몰렸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었지만, 양말이나 허리띠 등 잡화를 파는 장사에는 별 도움이 되지 않았다고 합니다. 사람이 너무 많이 몰리는 바람에 ‘꽃분이네’ 주변 상점은 오히려 장사에 방해를 받기도 했다는군요.

가게 주인은 ‘꽃분이네’ 운영자 신미란씨에게 오는 3월로 예정된 재계약 때 거액의 ‘권리금’을 요구했다고 합니다. 사람들이 몰리는 ‘핫 플레이스’가 됐기 때문이죠. 하지만 신씨는 방문객 수만 늘었을 뿐 매출로 이어지지 못한 상황에서 권리금이 부담스럽다며 재계약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습니다. 영화 촬영 때문에 내걸었던 ‘꽃분이네’ 간판도 이제 내리기로 했다는군요.

영화가 인기를 끌면서 뜻하지 않게 피해를 입은 사례는 또 있습니다. 76년을 함께해온 노부부의 사랑을 그린 다큐멘터리 <님아, 강을 건너지 마오>가 크게 사랑받으면서 영화 속 주인공인 할머니가 거처를 옮기게 된 것입니다. 할머니는 할아버지를 떠나보낸 뒤 아름다운 추억이 담긴 집에서 남은 생을 보내려 했습니다. 하지만 집으로 찾아오겠다는 한 언론사의 전화를 받고는 자녀 집으로 들어갔습니다. 몇년 전 노부부의 사연이 방송에 소개된 뒤 수시로 찾아오는 취재진과 방문객 때문에 힘들어했던 기억이 떠올랐기 때문입니다.

2009년 개봉해 300만명 가까운 관객을 모은 다큐멘터리 <워낭소리> 때와 판박이처럼 닮았습니다. 당시 영화가 주목받을수록 영화 속 할아버지와 가족의 불편은 커졌습니다. 사람들이 무턱대고 집으로 찾아오거나 협박·장난 전화를 걸어왔기 때문이죠.

재미있고 감동적으로 본 영화 속 실제 인물이나 장소에 관심이 가는 건 인지상정입니다. 하지만 그 관심이 당사자에게 피해로 돌아간다면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죠. “개그는 개그일 뿐 따라하지 말자”는 말을 바꿔 “영화는 영화일 뿐 찾아가지 말자”고 하면 지나친 걸까요?

서정민 기자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문화 많이 보는 기사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1.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2.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3.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4.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5.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