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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영화인들은 술자리에서 “영화는 역시 미제야”라는 말을 합니다. <어벤져스 : 에이지 오브 울트론>, <매드 맥스 : 분노의 도로>와 같은 할리우드 블록버스트 영화만 일컫는 게 아닙니다. 할리우드가 이른바 예술영화, 다양성영화도 잘 만들기 때문입니다.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2014), <위플래쉬>(2015) 등 우리 평단의 찬사를 받은 영화들도 사실은 할리우드의 메이져 스튜디오들이 만든 작품입니다.
이런 흐름은 지난 2000년 이후 할리우드 스튜디오들이 중간크기의 예술영화 시장의 가능성에 주목해 ‘스페셜티 디비전’을 잇달아 세우면서 시작됐다고 합니다. 당시 <저수지의 개들>(1992), <마이 리틀 선샤인>(2006) 등이 선덴스영화제를 통해 유명세를 타면서, 이른바 예술영화도 시장이 있다고 판단했던 것이죠. <와호장룡>(2000)이 미국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르는 등 미국에서 외국영화도 장사가 된다는 게 확인되면서, 나름 자극제 구실을 했습니다.
스페셜티 디비전으로는 예술성과 흥행성의 두 마리 토끼를 잡는다고 하는 ‘폭스 서치라이트’와 잘 만든 예술영화를 표방하고 있는 ‘포커스 피쳐스’, 오스카 외국어영화상의 최강자로 불리는 ‘소니픽쳐스 클래식’ 등이 있습니다. 예술성 있는 시나리오에 스타 배우나 유명 감독을 붙이는 게 이들의 가장 중요한 전략입니다. 이렇게 대중적인 예술영화를 만들었고, 예술영화이면서도 블록버스터처럼 흥행에 성공하는 이른바 ‘아트버스트’ 열풍까지 불었습니다. <그녀>, <인사이드 르윈>도 그런 영화들입니다.
미국에서는 이런 영화들이 매년 10% 이상의 시장 점유율을 기록한다고 합니다. 반면, 우리나라에서 다양성영화는 외국영화까지 포함해 관람객 비중이 3% 안팎에 머물고 있습니다. 지난해 유독 7%까지 치솟았지만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480만 관객) 덕분입니다. 우리나라도 예술영화, 다양성영화를 더 잘 만들고, 관객들이 이를 더 많이 즐기는 날이 오길 기대합니다.
안창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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