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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려 5년. 영화 <자가당착: 시대정신과 현실참여>를 개봉하기까지 걸린 시간입니다. 영상물등급위원회(영등위)의 ‘끈질긴 발목잡기’로 개봉이 불투명했던 이 영화를 드디어 다음달 개봉관에서 만날 수 있다고 합니다. 늦었지만 참으로 다행스런 일입니다.
도대체 어떤 영화기에 이 난리인지 궁금하다고요? 지난 2010년 제작된 <자가당착>은 법과 질서의 수호자인 경찰 마스코트 포돌이가 쥐들과 전쟁을 벌이는 과정을 통해 현실 정치와 공권력을 비판하는 내용입니다. 이명박 정부 때 벌어진 촛불집회, 용산참사, 4대강 사업 등에 대한 풍자는 물론 박근혜 대통령 마네킹도 등장해 주목을 받았지요.
정권의 심기를 불편하게 해서일까요? 이 영화는 지난 2011년 6월과 2012년 9월 영등위로부터 두 번의 ‘제한상영가’ 판정을 받았습니다. 제한상영관이 없는 현실에선 사실상 상영금지 결정이기에 김선 감독 등 제작진은 서울행정법원에 ‘제한상영가 등급분류 결정 취소 소송’을 냈습니다. 지난 2014년 7월 법원이 최종적으로 제한상영가 등급 취소를 결정했고, 그로부터 1년이 더 지나서야 영화는 관객과 만날 수 있게 됐습니다. 비록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이긴 하지만 말입니다.
5년 만에 극장 개봉을 앞두고 <자가당착>을 연출한 김선 감독이 지난 13일 보도 자료를 내 소회를 밝혔습니다. “꾸준한 헛수고를 해주신 영등위에 감사를 전하고 싶다. 덕분에 개봉도 안 한 영화가 뉴스에 나올만큼 유명해졌고, 대한민국 등급 역사에 또 하나의 좋은 선례가 됐다.” 김 감독은 이어 “정권에 과잉충성 하려 했다고 솔직히 말하면 더는 묻지 않겠다. 진정 국민 눈높이를 위하는 심의기관이라면 사과 한마디쯤은 해야 한다. 그럴 마음이 추호도 없다면 그냥 자폭하라”고 시원하게 똥침을 날렸죠.
사실 개봉을 확정했지만 <자가당착>이 상영관을 몇개나 확보할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습니다. <다이빙벨>을 상영했다는 이유로 인디스페이스 등 일부 독립·예술영화전용관이 각종 지원 사업에서 탈락한 사례에서 볼 수 있듯 상황이 녹록치는 않습니다.
어떤 장면 때문에 제한상영가 등급을 받았는지, 정말 5년 동안 영화 상영을 지연시킬 만큼 큰 문제가 있는지 궁금하지 않으신가요? 판단과 평가는 관객의 몫입니다. 관심이 있으신 분들은 조금 불편하더라도 이 영화를 상영하는 개봉관을 찾아 꼭 관람하시길 권합니다.
유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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