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젝트 ‘세월호 세대와 함께 상처를 치유하다’는 세월호 세대의 이야기를 담아 여러 편의 치유 다큐로 제작될 예정이다. 이종언 감독 제공
지난 2월9일 ‘세월호 세대와 함께 상처를 치유하다’ 프로젝트에 세월호로 친구를 잃고 이제는 청년이 된 친구들이 모였다. 이들은 지난 3년 동안 아무에게도 털어놓지 못한 고통에 시달려 오다가 정신과 전문의 정혜신 박사가 마련한 세월호 ‘공감’ 프로젝트에서 집단상담을 통해 입을 열기 시작했다. 2월25일부터는 세월호 당시 같은 나이였던 세월호 세대 20여명이 집단상담에 합류했다. 같은 또래로서 세월호의 슬픔을 듣고 이야기 나누며 상담 과정을 영상으로 기록하는 ‘공감기록단’에 자원한 이들이다.
‘세월호 세대’는 세상에서 가장 슬픈 세대 지칭어다. 뒤늦게 세월호가 부식된 몸체를 드러냈지만 이들 세대는 자신이 희생자일 수도 있었다는 가능한 상상 속에서 여전히 집단 참사를 주요한 생애 기억으로 떠안은 채 살아간다. 어린 시절부터 가까웠던 친구들을 잃은 그들은 사회에 대한 불신과 분노, 억울함 등을 집단상담에 털어놓았다. 그들 중 일부는 자살 충동이나 자해를 시도한 일도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세월호 유가족조차 냉담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사회에서 그들의 슬픔과 상실, 불안은 이해받기 어려웠다. 집단상담을 진행한 정혜신 박사는 “그저 사고로 가까운 친구를 잃는 경험을 단순 골절이라고 한다면, 세월호 참사는 국가의 무능과 무책임, 세월호를 둘러싼 우리 사회의 분열들, 희생자와 유족을 덮어버리려는 태도가 2차 가해가 되어 복합골절이라고 표현할 만큼 유족과 친구들의 정신적 외상이 깊었다”고 전했다. 정혜신 박사는 2014년 9월부터 안산에서 세월호 참사 피해자 가족들을 위한 민간 심리치유공간 ‘이웃’을 운영해오고 있다.
벌써 3년 동안이나 물아래 갇혀 잠잠히 있어야 했던 그들의 상처는 과연 치유될 수 있을까? 2월9일부터 3월18일까지 10여차례 진행된 집단상담을 통해 이들은 많은 심리적 변화를 겪었는데 정혜신 박사는 “처음에 상처를 드러내도록 돕는 것은 치유자의 몫이지만 치유의 약이 된 것은 또래 집단, 같은 세월호 세대의 공감능력이었다”고 했다. 처음 집단상담 땐 세월호 희생자 친구들은 대부분 자신의 상처와 죽은 친구의 기억에 갇혀 쉽사리 마음을 열지 못했다. 그런데 자신들의 이야기를 듣다가 울고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는 아이들을 보면서 어느 순간 세상에 대한 불신의 벽이 허물어졌다고 했다. 16~21살 청소년들로 구성된 공감기록단원들은 3년 동안 우리 사회가 생략해온 공감과 위로를 대신한 사람들이었던 셈이다.
‘세월호 세대와 함께 상처를 치유하다’ 프로젝트는 이 상담의 과정을 치유 다큐멘터리로 제작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모두 27명의 청년이 참여하고 있다. 공감기록단은 각자의 시선으로 영상을 찍었다. 더불어 이창동 감독 연출부로 활동했던 이종언 감독이 공감기록단과 세월호 희생자 친구들의 모습을 모두 담아 1편의 다큐멘터리로 만든다. 짧게는 1분부터 길게는 90분까지 여러 편의 다큐멘터리가 나오는 것이다. 스토리펀딩 사이트(storyfunding.daum.net/project/12435)에서 다큐멘터리 제작비를 모금하고 있다. 이종언 감독은 “세월호 희생자 친구들이 처음으로 자신의 고통을 입 밖으로 꺼내는 순간과 같은 세대 공감을 받으며 처음의 무겁고 우울하던 얼굴이 홀가분하게 변해 가는 과정이 영상에 고스란히 담겼다”고 했다.
남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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