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의 원천 아이피가 되고 있는 마블 코믹스 속 히어로들.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제공
“지구엔 <어벤져스>가, 우주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가, 초현실엔 <닥터 스트레인지>가 있다.”
월트디즈니가 소유한 가장 막강한 ‘파워 아이피’는 마블 코믹스의 슈퍼 히어로들이다. 1939년 ‘타임리 코믹스’로 시작한 마블은 지난 80년 가까운 세월 동안 아이언맨, 헐크, 토르, 캡틴 아메리카 등 우리에게 친숙한 캐릭터를 포함해 무려 8000명에 이르는 등장인물을 창조해냈다.
마블 캐릭터들은 서로 다른 만화를 통해 제각기 탄생한 뒤, 또 다른 만화에서 팀을 이뤄 활약하거나 때로는 경쟁을 펼치며 진화해왔다. 마블은 ‘마블 유니버스’라는 가상의 공간에 마블 캐릭터들이 존재한다고 설정하고, 이들의 활약상을 묶어 이야기를 만들어냈다. 2008년엔 첫 영화 <아이언맨>을 통해 만화의 세계를 영화로 구현한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arvel Cinematic Universe)를 창조했다. 여기에 날개를 달아준 것이 디즈니다. 이듬해 디즈니가 마블을 40억달러(4조3000억원)에 인수하면서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는 제대로 된 꼴을 갖춰나가기 시작한다.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란 <아이언맨>이 <아이언맨>, <아이언맨2>, <아이언맨3>의 순서로 이어지면서도 한편으로는 <인크레더블 헐크>, <어벤져스>, <토르> 등 마블의 다른 영화들과 세계관을 공유하며 밀접하게 연결된 구조를 가진다는 것이다. 디즈니는 2019년을 목표로, 3단계로 나눠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를 완성해나가고 있다.
1단계는 <아이언맨>, <인크레더블 헐크>(2008), <아이언맨2>(2010), <토르>, <캡틴 아메리카: 퍼스트 어벤져>(2011)에 이어 <어벤져스>(2012)로 마무리됐다. 1단계의 목적은 영웅들을 팬들에게 소개하는 것이다. 아이언맨, 헐크, 토르, 캡틴 아메리카가 앞선 다섯 편의 주인공으로 출연해 각각의 탄생 과정과 능력을 보여준다. 또 각 영화의 엔딩에 쿠키 영상(다음 작품의 힌트 등이 담긴 보너스 영상)을 끼워 넣어 관객들의 호기심을 자극한 뒤 마침내 <어벤져스>에서 이 ‘떡밥’을 회수하며 대미를 장식한다. <어벤져스>에는 앞선 4명의 영웅 말고도 호크아이와 블랙위도가 합세했다.
2단계에선 기존 멤버들의 성장, 그리고 새로운 캐릭터와 이야기를 활용해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를 확장했다. <아이언맨3>와 <토르: 다크 월드>(2013)를 거쳐 <캡틴 아메리카: 윈터 솔져>(2014),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2015)에 이르는 동안 비전, 팔콘, 스칼릿 위치, 워 머신 등의 새 캐릭터가 추가됐다. 작아서 더 강한 앤트맨(2015)도 등장했다.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2014)는 아예 배경을 우주로 옮겨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범위 자체를 넓혔다.
영웅들의 변화와 진화는 3단계에서 이뤄졌다. 지난해 개봉한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는 어벤져스 내부의 분열과 갈등을 다뤘다. 3단계에서도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확장은 계속돼, 지구와 우주를 넘어 마법이 존재하는 초현실 세계까지 진출한 <닥터 스트레인지>가 등장한 바 있다. 그리고 이달 2일부터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2>가 관객들과 만나고 있다. <스파이더맨: 홈 커밍>은 7월, <토르3: 라그나로크>(2017)는 10월 개봉 예정이다.
이 모두는 결국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로 연결된다.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파트1)>에는 어벤져스 멤버뿐 아니라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의 주인공까지 가세할 예정이어서 3단계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가 지구와 우주를 넘어 어떻게 확장될지 관심을 끌고 있다. 마블 쪽은 “6개의 인피니티 스톤이 모두 모여 열매를 맺게 되는 이야기로, 웅장한 대서사시가 될 것”이라고 설명한다.
검은 표범을 연상시키는 비브라늄 슈트를 입은 <블랙 팬서>와 여성 영웅 시대를 열 <캡틴 마블>(2018),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파트2)>, <인휴먼즈>를 끝으로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 3단계는 2019년 마무리될 예정이다.
김봉석 대중문화평론가는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는 유기적으로 연계되고 또 확장하면서 관객들에게 하나의 세계관을 만들어주고 있다. 아예 안 볼 수는 있지만, 한 편을 보면 다음 편을 안 볼 수 없는 흡인력을 가질 수밖에 없는 이유”라며 “앞으로도 얼마나 확장될지 알 수 없는 이 무한한 가능성이 바로 마블과 디즈니 아이피의 힘”이라고 설명했다.
유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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