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멘터리 <파란나비효과>의 한 장면. 인디플러그 제공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사드)는 현재 진행 중인 문제다. 최근 며칠만 봐도 아침 뉴스부터 마감 뉴스까지 언론은 사드 문제에 목소리를 높인다. 하지만 정작 사드 배치가 진행되고 있는 경북 성주군에 사는 주민들의 반대 목소리는 잊힌 지 오래다.
22일 개봉하는 다큐멘터리 영화 <파란나비효과>(감독 박문칠)는 그래서 꼭 봐야 할 영화다. 올해 전주국제영화제 다큐멘터리상 수상작으로, 지난해 7월 경북 성주가 사드 배치 최적지로 결정 난 뒤 생존권에 위협을 받게 된 성주 주민들이 펼친 투쟁기를 담고 있다. 투쟁의 중심에는 ‘사드가 무엇인지도 몰랐던 평범한 엄마들’이 있다. 평소 정치에 전혀 관심이 없었던 이들이 투쟁에 뛰어든 이유는 단순하다. ‘사드가 내뿜는 유해 전자파로부터 내 아이를 지키기 위해서’다.
다큐멘터리 <파란나비효과> 한 장면. 인디플러그 제공
영화의 첫 번째 중요한 점이 여기 있다. 왜 남성이 아닌 여성이 저항의 중심이 됐는가. 성주 남자들은 말한다. “나라가 하겠다는데 별 수 있어?”, “우리가 국가의 힘을 당해낼 수 있겠어?” 엄마들은 다르다. 아이 건강이 위협받는다는 사실을 깨닫자 계산 대신 행동에 나선다. 사드 반대 투쟁을 상징하는 파란 리본을 만들어 나눠주고, 가두방송을 하며 시위대를 모으고, 가가호호에 손글씨로 쓴 반대 펼침막을 내건다. 어차피 질 싸움 아니냐며 희생과 노고를 들이는 것을 꺼리는 남성들과는 사뭇 다르다.
이 과정을 통해 엄마들은 진일보한다. 영화의 두 번째 중요한 지점이다. 처음엔 ‘내 아이를 지키려고’ 거리로 나섰지만, 이 문제가 결국 지역을 넘어 국가의 문제, 정치의 문제, 그리고 평화의 문제임을 깨닫는다. 그래서 엄마들의 구호는 ‘사드 가면 평화 온다’, “최고의 안보는 사드가 아니라 평화’ 등으로 진화한다. “사드를 제3부지(롯데 성주골프장)로 옮기겠다”는 정부 발표에 성주군수와 지역 단체들이 투쟁에서 이탈하지만 엄마들은 멈추지 않는다. “제3부지 역시 폭탄 돌리기에 불과할 뿐”이라며 “이제 와 멈춘다면 지금까지의 투쟁이 님비였음을 스스로 인정하는 꼴”이라고 외친다.
다큐멘터리 <파란나비효과> 한 장면. 인디플러그 제공
엄마들은 연대의 중요성도 깨닫는다. 자신을 “평생 1번만 찍은 보수주의자”라고 밝힌 한 엄마는 고백한다. “성주의 억울함을 페이스북에 호소했더니 지인들이 그러더라. 그것 참 고소하다고. 아, 이것은 내가 광주 5·18문제에, 제주 강정마을 문제에, 세월호 문제에 무관심했던 결과구나.” 이들은 파란 리본과 함께 세월호의 노란 리본을 매단다. 그리고 시간을 쪼개 팽목항을 방문한다.
“개개인이 목소리를 내지 않으면 정치는 절대 바뀌지 않는다. 정치는 먼 나라 이야기가 아니라 바로 우리 삶 자체다.” 성주 엄마들이 내린 결론은 작지만 의미 있는 ‘나비효과’다. 과연 이 나비효과는 사드 배치 철회라는 더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까?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