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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박종철 그린 첫 영화 ‘1987’ …시사회 관람 당시 주역들 “심장 떨린다”

등록 2017-12-15 07:00수정 2017-12-15 13:08

고문·장례 장면서 “아이고” 탄식
“긴박하면서 실감난다”
“젊은 사람들이 많이 봤으면”
27일 개봉하는 <1987>의 한 장면. 박종철 사망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기 위해 분투하는 기자가 취재 현장 접근을 막는 전경들에게 둘러싸여 있다. 씨제이이앤엠 제공
27일 개봉하는 <1987>의 한 장면. 박종철 사망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기 위해 분투하는 기자가 취재 현장 접근을 막는 전경들에게 둘러싸여 있다. 씨제이이앤엠 제공
“와~영화 잘 만들었네!“

앤드크레딧이 모두 올라갈 때까지 아무도 자리를 뜨지 않았다. 쉽사리 자리에서 일어날 수 없게 만드는, 무겁지만 따뜻한 공감이 영화관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그때 누군가 외친 한 마디에 관람석에서 박수가 터졌다. 뜨거웠던 1987년의 역사를 만든 숨은 주역들은, 스크린을 통해 30년 전의 자신과 마주한 경험을 그렇게 자축했다.

13일 저녁 씨지브이(CGV) 용산 아이파크몰에서는 특별한 행사가 열렸다. ‘6월 민주항쟁’에 불을 붙인 박종철 고문치사사건을 다룬 영화 <1987>의 실제 주인공들이 한자리에 모여 영화를 관람하는 시사회가 마련된 것이다. “영화로 만들려는 시도는 여러 번 있었지만, 번번이 무산됐어요. 세상이 달라져 이런 영화가 만들어지니 종철이도 기뻐하지 않을까요? 어떻게 그려질까 궁금하네요.” 시사 전 만난 박종철의 형 박종부(60)씨는 영화에 대한 기대감을 감추지 못했다.

제작사가 마련한 대기실에서 ‘나를 연기해 준 배우’와 짝을 이뤄 기념사진을 찍으며 즐거워하던 모습은 싹 잊은 듯 영화가 시작하자 관람석엔 긴장감이 흘렀다. 박종철 고문 장면과 이한열 죽음 장면에서는 “아이고”하는 탄식이 흘러나왔다. 박종철의 아버지가 아들의 유골을 강에 뿌리며 “아버지는 할 말이 없데이~“라는 말하는 장면에선 여기저기서 눈물이 터졌다.

영화를 관람한 실제 주인공들은 “영화적 각색은 일부 있지만 대체로 사실에 부합하게 잘 만들었다”고 평가했다. 박종부씨는 “적당한 긴장감도 팩트도 잘 조합된 것 같다”며 “다만, 시간의 한계 때문이겠지만 일부 검찰이 은폐에 가담한 사실이 생략돼 아쉽긴 했다”고 말했다. 박씨는 “영화 시나리오 단계부터 제작사·감독과 소통했지만 아직도 동생의 고문과 사망장면을 보니 심장이 떨린다. 연로하신 부모님은 영화를 못 보실 것 같다”고 했다.

당시 조작 사실을 폭로한 이부영의 옥중서신을 외부에 전한 교도관 한재동(70)씨는 “실제로도 긴박했지만 살을 붙여 영화로 만드니 재밌고 실감 났다. 유해진씨가 연기는 참 잘하더라”며 웃음을 터뜨렸다. 이어 “영화와 달리 저는 고문을 당하진 않았다. 붙잡혔으면 죽었을 수도 있는데, 운이 좋았다”고 했다.

의사 오연상(60)씨는 남영동 대공분실에 왕진을 나가 박종철 고문치사사건의 목격자가 된 인물이다. 그러나 그는 ‘기자에게 사실을 전한 용기있는 분’이라는 말에 고개를 저었다. “앞뒤 재거나 계산하면 어려웠겠지만, 당시엔 그 사건이 옳지 않다는 생각만 들었어요. 용기와는 좀 다르죠. 할 수 있는 행동을 한 것일 뿐.” 오씨는 “모두가 주인공”이라는 영화의 주제가 마음에 든다고 했다. “모든 게 협력해 선을 이룬다고 하잖아요. 이 사건은 하늘마저도 도왔죠. 하나의 목적을 향해 모두가 힘을 합쳐 파헤친 진실이라는 점이 영화에 잘 드러나 좋았습니다.”

당시 박종철의 시신 화장을 거부하고 부검을 요구했던 검사 최환(74)씨는 ”영화는 사실 묘사가 참 잘 됐는데, 나와 극 중 하정우의 캐릭터가 너무 다르다”고 투덜댔다. “하정우는 업무 중에 막 술을 먹고 발길질도 하는 터프가이로 나오는데, 실제로 난 조용한 사람이요. 그게 영~마음에 걸리네. 하하하.”

실제 주인공들의 공통된 바람은 젊은 사람들이 이 영화를 많이 봤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동생의 죽음은 우리 가족의 삶을 송두리째 바꿔놨지만, 한편으론 역사를 바꾸는 데 기여했어요. 한 700만~1000만은 들었으면 해요. 젊은 친구들도 영화를 보며 촛불혁명이 우연이 아닌, 87년의 연장이라는 것을 기억하길 바라요. 행동하는 양심의 소중함도 깨달으면 좋겠고요. 그게 종철이가 바라는 거 아닐까요?”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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