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반하장!”
김기덕 감독이 자신을 향해 쏟아진 ‘#미투(ME TOO·나도 폭로한다)’와 관련해 여러 건의 역고소를 제기한 데 대한 영화계와 여성계의 공통된 목소리다.
18일 오전 ‘영화감독 김기덕 사건 공동대책위원회’는 서울 서초구 변호사회관에서 ‘고소 남발 영화감독 김기덕 규탄 기자회견’을 열어 “김 감독은 2차 가해인 역고소를 멈추고 자신의 잘못을 반성·사죄하라”고 촉구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홍태화 전국영화산업노동조합 사무국장, 박건식 문화방송(MBC) <피디수첩> PD, 강혜란 한국여성민우회 공동대표, 배복주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 상임대표, 한유림 한국영화성평등센터 든든전문위원, 이윤소 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부소장 등이 참석했다.
김 감독은 지난해 촬영현장에서 벌어진 인권침해와 성폭력 의혹을 보도한 <피디수첩>과 방송에서 증언한 여배우 두 명에 대해 무고와 명예훼손 혐의로 소송을 제기했으나 패소했다. 이어 최근에는 한국여성민우회에 3억원, <피디수첩>과 여배우 ㄱ씨에 10억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배복주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 상임대표는 “성폭력 가해자는 피해자를 대상으로 역고소(무고, 명예훼손, 위증, 손배소 등)를 하거나 피해자를 지원하는 단체·개인을 상대로 고소(명예훼손, 위증, 손배소 등)를 해 피해자를 위축시키고 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덮거나 축소하려고 시도한다”고 비판했다. 배 대표는 여성가족부 관할 ‘한국성폭력위기센터 지원센터’의 2017년 전체 구조 195건 중 22건, 2018년 전체 구조 380건 중 81건이 역고소 피해 지원이라는 통계를 밝히며 미투운동 이후 역고소 피해자들이 급격히 늘었다고 지적했다.
강혜란 여성민우회 공동대표는 “2017년 이후 김기덕 감독을 둘러싼 피해자들의 증언은 계속 이어졌다. 그와 운명을 같이 하는 영화인들은 여전히 제작현장에서 벌어진 문제적 행위들을 함구함으로써 제대로 된 진실 규명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며 “그로 인해 피해자들은 반복적으로 2차 가해에 노출된 것이 현실”이라고 짚었다.
상황이 이런데도 일본 유바리국제판타스틱영화제는 김 감독의 <인간, 공간, 시간 그리고 인간>을 개막작으로 초청했고, 18일 열리는 모스크바국제영화제는 그를 심사위원장으로 위촉했다. 김 감독은 이를 방패 삼아 국내에서는 역고소를 진행하며 아무 문제 없이 해외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홍태화 영화노조 사무국장은 “가해자는 영화계에 활발히 남고 피해자는 영화계를 떠날 수밖에 없는 한국 영화의 현실이 참담하다. 김기덕 감독은 자신의 행동에 대해 깊게 반성하고, 피해자들에게 진심 어린 사죄를 하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이들은 이날 성명서를 내어 “김기덕 감독이 더 이상의 2차 가해를 멈추고, 이제라도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자성하기를 촉구한다. 김기덕 감독이 ‘입증 가능한 법적 책임’만큼이나 도의적 책임의 무게를 깊이 깨닫길 바란다”고 주장했다.
유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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