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 감독의 <기생충 각본집 & 스토리북 세트>
작품상·감독상 등 아카데미 4개 부문을 석권한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오스카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북미 상영관이 급증하고, 영국에서도 관람 붐이 일어나는 등 국외에서 흥행 탄력을 받기 시작했다. 국내에서도 각본집·스토리보드 북세트의 판매량이 급증하고, 봉 감독의 전작 감상이 늘어나는 등 또 한번 열풍이 불 조짐이다.
11일 미국 연예 전문매체 <버라이어티>를 비롯한 외신들의 보도를 종합하면, <기생충>의 북미 배급사 네온은 상영관 수를 10일 현재 1060개에서 이번 주말 2천개 이상으로 늘릴 예정이다.
윤필립 평론가는 “아카데미 수상작의 경우 언론 보도 등으로 인지도가 올라가 매출이 뛰는 점을 고려해 배급사가 상영관을 늘린 것으로 보인다. 북미에서 아카데미 작품상 수상작은 통상적으로 20% 안팎의 매출이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북미 박스오피스 모조를 보면, <기생충>은 이날까지 북미에서만 3553만달러(420억원)의 티켓 수입을 거뒀다. 북미에서 개봉한 비영어 영화 가운데 6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기생충 흥행 열풍은 영국에서도 시동이 걸렸다. <버라이어티>는 “지난 7일 영국에서 개봉한 <기생충>은 시사회 등을 포함해 첫 주말에만 약 140만파운드(21억4천만원)를 벌어들였다”며 “이는 영국에서 개봉한 비영어 영화 오프닝 최고 기록”이라고 보도했다. 영국 배급사 역시 현재 136개인 상영관을 400여개까지 늘릴 예정이다.
봉 감독의 <기생충 각본집 & 스토리북 세트>
<기생충>의 ‘오스카 효과’는 국내에서도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출간된 봉 감독의 <기생충 각본집 & 스토리북 세트>(플레인) 판매량은 날개를 달았다. 이 책은 봉 감독이 직접 쓴 각본과 직접 그린 스토리보드 2권으로 이뤄져 있으며, 창작 과정과 영화 세계에 대한 인터뷰와 스케치, 미공개 편집 장면 등이 실려 있다. 봉 감독은 본문에서 “어찌 보면 내가 가장 외롭고 고독할 때의 기록이자, 촬영장의 즐거운 대혼란을 관통하기 이전의, 고요하고 개인적인 순간들”이라고 밝혔다.
11일 오전 집계 결과, 하루 10~15권씩 팔리던 이 책은 시상식 직후 만 하루 동안 예스24에서만 1110권이 팔렸고, 종합베스트셀러 10위 안에 진입했다. 교보문고에서도 온라인으로 1000여권이 팔렸다. 교보문고 쪽은 “일시적으로 물량이 달려 24일부터 출고될 예정이고, 일부 오프라인 서점에선 구할 수 있다”고 밝혔다. 알라딘 역시 11일 오후까지 1300여권이 판매됐다.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오티티)에서도 봉 감독의 전작 감상이 크게 늘었다. 왓챠플레이에 따르면, 아카데미 시상식이 열린 10일 밤, 봉 감독 영화의 재생 순위가 급상승했다. <설국열차>와 <괴물>이 각각 많이 본 영화 1·2위에 올랐고, <살인의 추억>(4위), <마더>(6위), <플란다스의 개>(7위) 등이 모두 10위 안에 들었다. 시상식 전날만 해도 순위권 안에 <살인의 추억>밖에 없었던 것과 대조적이다. 왓챠 관계자는 “봉 감독의 전작은 하루 시청량이 모두 4~9.9배까지 늘었는데, 거의 알려지지 않은 <거울에 비친 마음: 디지털 삼인삼색 2004>는 하루 시청량이 467배나 증가했다”고 전했다.
국내 <기생충> 재열풍의 정점은 오는 26일 예정된 <기생충> 흑백판 개봉과 맞물려 정점을 이룰 것으로 전망된다.
유선희 이주현 기자
duc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