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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조성진의 달빛 아래 쇼팽…초가을 밤 7000여 관객 홀렸다

등록 2022-09-01 11:46수정 2022-09-02 15:50

8월31일 연세대 노천극장에서 야외공연
7000여 좌석 매진…온라인 유료 관객도 5000명
불리한 여건에서도 조성진·관객 모두 초집중
8월31일 서울 연세대 노천극장에서 열린 ‘조성진 그리고 쇼팽’ 공연에 운집한 7000여명의 청중은 피아니스트 조성진의 연주에 깊이 몰입했다. 크레디아 제공
8월31일 서울 연세대 노천극장에서 열린 ‘조성진 그리고 쇼팽’ 공연에 운집한 7000여명의 청중은 피아니스트 조성진의 연주에 깊이 몰입했다. 크레디아 제공

쇼팽 콩쿠르에서 우승한 피아니스트 조성진의 ‘티켓 파워’는 역시 막강했다. 지난 31일 밤 서울 연세대 노천극장에서 열린 ‘조성진 그리고 쇼팽’은 확성기를 사용한 야외 노천극장 공연인데도 7000여 좌석이 가득 들어찼다. 유료 온라인 생중계를 본 관객도 5000명에 이르렀다. 강력한 팬덤을 지닌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하나의 ‘문화 브랜드’로 소비되고 있다는 걸 다시 한번 보여준 공연이었다.

관객이 막판에 몰리면서 공연은 예정된 오후 7시30분을 17분가량 넘겨 시작됐다. 조성진이 무대에 모습을 드러내자 청중은 탄성을 지르며 환호했다. 손수건을 꺼내 든 조성진이 건반 위에 떨어진 날벌레들을 쓱쓱 닦아내자 청중석에서 웃음이 터져나오기도 했다. 멀리 자동차 경적이 들리고, 조명 불빛이 쏟아지는 피아노 주변으로 날벌레들이 날아드는 악조건 속에서도 조성진은 조금도 흔들리지 않았다. 클라리넷 연주자 김한과 함께한 프랑시스 풀랑크의 ‘클라리넷과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 조지 거슈윈의 프렐류드 1번으로 공연은 시작됐다.

피아니스트 조성진은 8월31일 서울 연세대 노천극장에서 쇼팽의 피아노 협주곡 1번, 2번을 모두 연주했다. 그가 연주하는 쇼팽 협주곡 2번은 국내 무대에서 처음이었다. 크레디아 제공
피아니스트 조성진은 8월31일 서울 연세대 노천극장에서 쇼팽의 피아노 협주곡 1번, 2번을 모두 연주했다. 그가 연주하는 쇼팽 협주곡 2번은 국내 무대에서 처음이었다. 크레디아 제공

조성진은 이어 쇼팽의 피아노 협주곡 2번과 1번 순서로 두 곡을 모두 연주했다. 조성진이 연주하는 쇼팽의 두 협주곡을 한 무대에서 감상할 드문 기회였다. 더구나 조성진의 쇼팽 피아노 협주곡 2번 연주는 국내에서 처음이다. 원래 대규모 오케스트라로 편성된 곡들이지만 이날 공연은 목관, 금관이 빠진 소규모 현악 앙상블이었다. 바이올리니스트 기돈 크레머가 1997년 창단한 앙상블 ‘크레메라타 발티카’ 단원 22명이 조성진과 함께했다. 지휘자 없이 진행된 공연이어서 조성진은 간간이 목을 힘있게 젖히거나 눈짓을 하며 단원들과 타이밍을 맞췄다.

이날 공연에서는 관객들의 성숙한 관람 태도가 특히 돋보였다. 불가피하게 확성기를 사용할 수밖에 없는 야외 공연은 좋은 음향시설을 갖춘 전문 콘서트홀과 달리 잔향을 느낄 수 없고, 음의 선명함도 다소 떨어질 수밖에 없다. 청중이 북적거리고 자리조차 불편한 야외 공연은 산만해지기 쉽다는 약점도 있다. 그런데도 7000여 관객은 2시간 가까운 공연 내내 놀라울 정도로 집중력을 발휘하며 흐트러지지 않은 채 연주를 감상했다. 전문 콘서트홀에서 흔히 일어나는 휴대전화 울림이나 악장 간 박수 등 이른바 ‘관크’(‘관객 크리티컬’의 줄임말·영화관이나 공연장에서 다른 관객의 관람을 방해하는 행위)도 전혀 없었다. 조성진이란 특출난 피아니스트를 아끼고 사랑하는 청중들이 같은 시간, 같은 공간에서 빚어낸 무언의 공감대가 작용한 결과로 보인다.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8월31일 서울 연세대 노천극장에서 연주한 쇼팽의 피아노 협주곡 1번과 2번엔 세계적 바이올리니스트 기돈 크레머가 1997년 창단한 앙상블 ‘크레메라타 발티카’가 함께했다. 크레디아 제공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8월31일 서울 연세대 노천극장에서 연주한 쇼팽의 피아노 협주곡 1번과 2번엔 세계적 바이올리니스트 기돈 크레머가 1997년 창단한 앙상블 ‘크레메라타 발티카’가 함께했다. 크레디아 제공

공연이 끝나자 스탠딩 좌석의 모든 청중이 일어서 환호하는 장면은 록스타에 열광하는 록 페스티벌 현장을 방불케 했다. 조성진이 앙코르곡으로 준비한 드뷔시의 ‘베르가마스크 모음곡' 중 ‘달빛’의 익숙한 선율을 연주하기 시작하자 관객들은 다시 한번 짧은 탄성을 내질렀다. 푸른 숲에 둘러싸인 노천극장의 청신한 공기 속에 피어오른 초가을 저녁의 피아노 음향은 실내 콘서트홀과 다른 야외 공연만의 독특한 분위기와 감성을 자아내는 듯했다.

이 공연은 기획사 크레디아가 2010년부터 조수미, 정명훈, 요요 마, 미샤 마이스키 등 세계적 연주자들을 초청한 ‘크레디아 파크콘서트’를 마무리하고, 연세대 노천극장에서 새롭게 시작하는 ‘크레디아 프롬스’의 첫 공연이었다. 지난해 열릴 예정이었지만 코로나19 여파로 연기됐다가 1년 만에 성사됐다.

임석규 기자 sk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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