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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Z 세대는 왜 미술에 빠진 걸까 [The 5]

등록 2022-09-10 14:00수정 2022-09-10 14:34

[더 파이브: The 5] 프리즈, 키아프 전시로 확인된 열기
프리즈 서울에서 세계적 화랑 하우저앤워스의 조지 콘도 작품이 280만 달러(약 38억 원)에 한국의 사립미술관에 팔렸다. 프리즈 제공
프리즈 서울에서 세계적 화랑 하우저앤워스의 조지 콘도 작품이 280만 달러(약 38억 원)에 한국의 사립미술관에 팔렸다. 프리즈 제공

‘우리가 시간이 없지 관심이 없냐!’ 현생에 치여 바쁜, 뉴스 볼 시간도 없는 당신을 위해 준비했습니다. 뉴스가 알려주지 않은 뉴스, 보면 볼수록 궁금한 뉴스를 5개 질문에 담았습니다. The 5가 묻고 담당 기자가 답합니다.▶▶주간 뉴스레터 휘클리 구독신청 검색창에 ‘휘클리’를 쳐보세요.

9월 초 한국 미술계는 ‘역대급’으로 뜨겁게 달아올랐는데요. 전 세계적 행사인 ‘프리즈(Frieze)’와 국내 대표 미술 장터인 ‘키아프(Kiaf)’ 전시가 서울에서 동시에 열리면서 관람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뤘죠. 특히 세계 3대 아트페어인 프리즈가 아시아에서 처음으로 서울에서 개최되며 세계 미술계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한국 미술 시장은 지난해 처음 9000억원대 매출 규모를 보였는데, 이는 예년보다 2배 가량 훅 뛴 것입니다. 이 폭발적 성장의 중심엔 2030, 이른바 엠제트(MZ) 세대가 있어요. 미술품 구매는 하나의 재테크 수단으로도 자리잡고 있고요. 요즘 미술계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요?

[The 1] 영국의 ‘프리즈’가 아시아 첫 개최지로 서울을 택한 배경이 뭘까요?

노형석 기자: 국내 미술 시장은 그 동안 답답하다 싶을 정도로 4000억~5000억원대의 벽을 넘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작년에 젊은 층이 투자자로써 미술품에 상당한 관심을 가지게 되고 투자 열기가 폭발하면서 시장이 갑자기 달아올랐죠. 9000억원대를 넘어서면서 두 배로 커졌어요. 서울에서 굉장히 역동적인 환경이 조성된 겁니다. 이는 다른 아시아권이나 유럽, 미국의 도시들과 비교해봐도 뒤지지 않는데요. 최근 상황이 외국의 미술 자본이나 아트페어 관계자들에게 매력적인 포인트로 다가간 것 같아요.

‘프리즈 서울' 전시장 입장을 기다리고 있는 관객들. 연합뉴스
‘프리즈 서울' 전시장 입장을 기다리고 있는 관객들. 연합뉴스

[The 2] 젊은층, 즉 엠제트(MZ) 세대를 빼놓고 얘기할 수 없는 거군요. 그들은 왜 미술에 빠진 걸까요?

노형석 기자: 먼저 세대적 특징이 있습니다. 엠제트 세대는 자기 표현에 능하고 선호하는 것이나 자기 감성에 맞는 것에 과감하게 몰입하잖아요. 그런 문화적 감수성이 미술 장르와 딱 맞아 떨어진 거죠. 어릴 적부터 디지털 기기를 접하며 시각 이미지의 활용과 소비에 익숙한 측면도 있고요. 두 번째는 경기 흐름 때문인데요. 작년부터 세계적인 불황 기조 속에 부동산이나 주식이 더 이상 확고한 금전적 이익을 보장하지 않잖아요. 불황 속에서 안전 자산에 대한 선호가 생겼고요. 젊은 층에서 소득이나 이해관계에 상당히 민감하다보니, 이런 경기 상황과 결부되면서 문화적 감수성에도 맞는 미술 투자로 방향을 확실하게 돌린 거죠.

[The 3] 엠제트 세대가 좋아하는 미술품의 특징이 있나요?

노형석 기자: 작가들 중에 엠제트 세대 작가들이 있습니다. 그들의 팝아트적인 것, 그러니까 일상에서 나타나는 이미지로 화폭이나 조형물을 작업하는 팝아트 작품들이 젊은 소비자들의 선호를 받고 있고요. 그뿐만이 아니라 금융에서 돈을 많이 번 이른바 ‘청년 갑부’들은 이우환 작가처럼 최정상에 있는 미술가와 함께 박서보, 하종현 등 단색조 화가에 관심이 큽니다. 이렇게 컬렉터들 사이에 세대 교체가 진행되고 있는데, 이들이 어떤 안목으로 투자 행보를 하느냐에 따라 향후 미술 시장의 성패가 달라질 것 같습니다.

파블로 피카소의 <방울이 달린 빨간 베레모 여인>. 작품 가액이 600억원에 달해 프리즈 서울 출품작들 가운데 가장 높았다. 프리즈 서울 제공
파블로 피카소의 <방울이 달린 빨간 베레모 여인>. 작품 가액이 600억원에 달해 프리즈 서울 출품작들 가운데 가장 높았다. 프리즈 서울 제공

[The 4] 미술이 너무 재테크 수단으로만 인식된다는 지적도 나온다면서요.

노형석 기자: 네. 사실 일반 투자자와 (미술 작품) 컬렉터는 다르거든요. 컬렉터는 그림에 대한 안목, 애정을 바탕으로 작품을 구매하면서 화랑, 작가와 친분을 가지고 커뮤니티를 만들잖아요. 그런데 엠제트 세대는 컬렉터보다는 투자자에 가까운 행태를 많이 보입니다. 예를 들면 작품을 사서 곧바로 넘겨버리는 거죠. 투자로 치면 단타 매매에 가깝게 하는 겁니다. 그만큼 미술에 대한 근본적인 관심이나 애착 측면에서 이전 세대와 비교할 때 이해타산적인 모습을 보이는 것 같습니다.

[The 5] 그렇군요. 국내 미술계는 요즘 상황에 대해 어떤 반응인가요?

노형석 기자: 흥분하고 있죠. 프리즈 같은 국제 행사가 처음이었고, 입장권이 7만원이라 싸지 않은 데도 이렇게 사람이 몰린 건 그만큼 좋은 작품에 대한 갈망이 한국 대중에게 있다는 걸 보여준 거니까요. 그런데 과제도 있는데요. 이번에 프리즈와 함께 국내 행사였던 키아프(한국국제아트페어)도 열렸잖아요. 전시 작품 수준과 디스플레이, 연출 부분에서 프리즈에 비해 부족한 게 많이 보여 아쉬웠고요. 국내 미술계에는 케이팝이나 드라마와 달리 ‘한류’가 없는 상황이거든요. 한국 작가가 중 외국 미술 시장에서 새롭게 두각을 드러내는 이가 아직 없는 점 등이 고민거리로 남아있습니다.

송경화 기자 freehw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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