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시간이 없지 관심이 없냐!’ 현생에 치여 바쁜, 뉴스 볼 시간도 없는 당신을 위해 준비했습니다. 뉴스가 알려주지 않은 뉴스, 보면 볼수록 궁금한 뉴스를 5개 질문에 담았습니다. The 5가 묻고 기자가 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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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지질학계 핫이슈는 ‘인류세’였습니다. 지구의 역사를 나타내는 지질시대의 한 단위를 ‘홀로세’에서 인류세로 바꿔야 한다는 논의가 뜨겁게 이뤄졌습니다. 46억년 지구의 기록을 다시 써야 할 만큼 인류의 활동이 지구 환경을 급격하게 바꿔놨다는 뜻인데요. 정말 인류가 인류의 멸망을 부채질하고 있는 걸까요? 인류는 인류세를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요? 남종영 환경논픽션 작가에게 물었습니다.
[The 1] 공룡처럼 인류도 멸종하는 건가요?
남종영 작가: 한때
지질시대를 대표했던 생물들이 멸종한 것처럼 인류도 언젠가는 멸종하겠죠. 다만 우리가 인식하는 시간대 안에서 멸종하긴 어려워요. 실제 기후위기로 인류의 삶의 질이 떨어진다는 논문은 있지만, 인류가 멸종한다는 논문은 없거든요.
지구온난화도 온도가 1.5도∼3도 올랐을 때를 가정한 시나리오들은 있는데요. 그 이상 기온이 상승했을 경우를 가정한 극단적 시나리오에 대한 연구는 아직 부족해요. 지구 변화 속도가 빨라지고는 있지만,
과학적으로 인류의 종말을 증명하긴 이르다는 거죠.
[The 2] 만약 내년 8월 국제지질학총회에서 인류세가 공식으로 지정되면 뭐가 달라지나요?
남종영 작가: 현재 지질시대는 ‘현생누대-신생대-제4기-홀로세-메갈라야절’이거든요. 만약 인류세가 공식 지질시대로 인정을 받으면 전 세계 모든 교과서에 지질시대 표가 바뀌겠죠. ‘현생누대-신생대-제4기-인류세-크로퍼드절’로요.
중요한 건
기후위기의 책임 소재가 명확해진다는 거예요. 자연재해가 공식적으로 인재가 되는 시대가 오는 거죠. 모든 지구의 변화의 책임을 인류에게 돌리긴 어렵겠지만, 적어도 ‘날씨가 왜 이렇게 더운 거야?’라고 하면 ‘당신이 에어컨을 켜서 그런 거야’라고 말할 수 있게 된다는 뜻입니다. 온실가스 배출이나 산림훼손 같은 인간의 인위적인 개입으로 지구 시스템이 바뀌었고, 그 개입에 인간 개인의 활동이 포함돼 있단 점을 인정하는 게 인류세니까요.
스리랑카 쓰레기매립장에서 먹이를 찾는 코끼리. 한국방송
[The 3] 지질시대 단위에 꼭 ‘인류’가 붙어야 하나요? 기후위기 책임을 똑같이 나눠지는 게 억울한 개인도 있을 텐데요.
남종영 작가: 인류세를 주장하는 학자들은 1950년을 인류세 시작점이라고 봐요. 핵 실험이 시작되고 인구가 급격하게 증가했던 시기거든요. 실제 1950년부터 이산화탄소 농도나 해양산성화 수치가 급격하게 오르는 현상이 관찰돼요.
일부 사회과학자들 생각은 달라요. 지구 변화의 책임을 인류에게 물으면 선진국 같은 소수 계급층의 악행을 엔(n) 분의 1로 분담해 그들의 악행을 덮어주는 효과가 있다는 거죠. 그러니 자본주의 출현을 기점으로 지질시대를 구분해야 한다고 주장해요.
인류세가 아니라 ‘자본세’라고 불러야 한다는 거죠. 콜럼버스가 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하고 서구 문명이 플랜테이션 농장을 만들었던 16세기를 기점으로 ‘농장세’로 명명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고요. 이때부터 특정 작물을 대량으로 재배하기 시작했고, 동·식물과 세균이 장거리 이동을 하게 됐다는 점이 근거예요.
[The 4] 지질시대엔 대표 화석이 있잖아요. 인류는 지구에 어떤 흔적을 남기게 될까요?
남종영 작가: 플라스틱이 대표적이에요. 플라스틱은 원래 코끼리 뼈와 같은 동물 뼈를 대체하기 위한 선한 목적으로 만들어졌는데요. 지금은 오히려 코끼리와 해양생물을 죽음으로 모는 지구 파괴의 주범이 됐죠.
지난 1월 스리랑카 쓰레기장을 취재한 한국방송(KBS) 피디(PD)를 인터뷰했는데요. 쓰레기매립지에서 플라스틱이나 비닐을 먹은 코끼리들이 장폐색으로 죽어가는 현장이 충격적이더라고요. 지난해 경기도 평택의 쓰레기매립장의 토양층 시추조사에 따라갔는데, 땅속에 수많은 비닐을 목격하기도 했어요.
[The 5] 인류세를 살아갈 우리는 뭘 해야 하나요?
남종영 작가: 온실가스 배출량의 3분의 1이 화석연료를 전기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나와요.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석탄이나 천연가스(LNG) 발전을 재생에너지로 바꿔야 하는 이유죠. 제철·시멘트 산업의 저탄소 기술 혁신도 필요하고요.
이 과정에서 정부를 감시하고 목소리를 내는
환경단체를 후원하는 게 지구를 지키는 가성비 좋은 방법이 될 것 같아요. 이런 단체에 힘을 실어 주면 플라스틱 빨대와 일회용 컵을 다시 쓰기로 한 정부의 역주행 정책을 막아내는 데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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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지담 기자
gonji@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