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교 30돌을 맞은 한국예술종합학교 김대진 총장이 25일 앞으로 추진할 중점 사업을 설명하고 있다. 한예종 제공
개교 30돌을 맞은 한국예술종합학교(한예종)가 석·박사 과정 신설을 핵심 과제로 추진하고 나섰다. 한예종은 1999년과 2006년에도 석·박사 과정 설치를 추진했으나 ‘한예종에 대한 특혜’를 주장하는 다른 대학들의 반발로 무산된 바 있다.
김대진 한예종 총장은 25일 서울 성북구 석관동 캠퍼스에서 간담회를 열어 “30년 뒤 전세계에서 유학 오는 학교가 되도록 대학원 설립과 통합 캠퍼스 건립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한예종 학사 과정은 학위를 인정받지만 석·박사 학위를 주는 대학원 과정은 없다. 김 총장은 “한예종이 실질적인 대학원 과정 운영에 필요한 기본 여건과 교육체계를 갖췄음에도 법률상 ‘각종학교’로 분류돼 대학원 설립과 석·박사 학위 수여가 불가능하다”며 ‘한예종 설치법’ 제정을 최우선 추진 과제로 제시했다. 한예종이 주는 ‘예술전문사’는 ‘석사 학위에 상응하는 학력’이지만 정식 학위로는 인정받지 못한다. 한예종을 나와 학업을 이어가려면 국외 유학을 가거나 국내 다른 대학에 가야 하는 게 현실이다. 김 총장은 “전세계적으로 호환되는 대학원 학위 과정이 없어 해외 유학생 유치가 어렵고 국외 대학들과의 교류, 협력에도 장애 요소로 작용한다”고 말했다.
김 총장은 이 밖에 현재 석관동과 서초동, 대학로 등 세군데에 나뉘어 있는 캠퍼스 부지를 한곳으로 통합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국회엔 국민의힘 이채익 의원과 민주당 김윤덕, 박정 의원이 한예종에 석·박사 과정을 두는 ‘한예종 설치법’을 발의해놓은 상태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수석전문위원은 발의안 검토보고서에서 “취업 및 해외 유학과 관련한 학생의 불이익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타당한 입법”이란 의견을 내놓았다.
하지만 석·박사 과정 추진은 ‘실기 중심 학교’란 한예종 설립 취지에 반한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지난 3월 국회 공청회에서 이대영 전국예술대학교수연합회 상임대표는 “한예종은 실기교육 문제점 해소 차원에서 예술가들의 영혼을 불살라보라고 만들어진 학교”라며 “다양한 혜택을 받는 한예종에 학위 과정까지 설치하는 것은 공평하지 않다”고 반대 의견을 밝혔다. 민주당 소속인 홍익표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장도 지난 19일 국정감사에서 “석·박사 학위를 수여하는 다른 예술대학들이 지금도 한예종 때문에 위축된다는 얘기가 있다”며 “문화예술계까지 학벌주의를 강화하려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임석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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