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프랑스 롱티보 국제 콩쿠르에서 우승한 피아니스트 이혁이 26일 기자간담회에서 연주를 하고 있다. 크레디아 제공
지난 26일 서울 서초구 스타인웨이 홀. 피아니스트 이혁(22)이 기자들 앞에서 쇼팽의 ‘영웅 폴로네즈’를 연주했다. 그는 지난달 프랑스 롱티보 국제 콩쿠르에서 일본 피아니스트 가메이 마사야와 공동 우승했다. 그는 “상을 탔다고 크게 달라지는 건 없는데, 연주 기회가 늘어서 좋다”고 했다. 28일엔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에서 롱티보 콩쿠르 결선 때 연주한 프로코피예프 협주곡 2번을 들려준다. 시벨리우스 바이올린 콩쿠르 우승자 양인모와 함께하는 ‘더 위너스 콘서트’다.
그는 다재다능한 팔방미인. 세살 때부터 피아노와 함께 배운 바이올린도 멘델스존, 쇼스타코비치 협주곡을 연주할 정도다. 그는 “언젠가 바이올리니스트의 꿈도 펼치고 싶다”고 했다. 드럼을 비롯한 여러 타악기에도 능하다. 바르샤바 국제 속기 체스대회 3위에 오른 ‘체스광’이기도 하다. 국내 최초로 ‘그랜드 마스터’(국제체스연맹이 부여하는 최상위 체스 선수 호칭)가 되는 게 또 다른 꿈이다.
피아니스트 이혁이 지난달 프랑스 롱티보 국제 콩쿠르 결선에서 연주하는 장면. 금호아트홀 제공
‘멀티 플레이어’인 그에게도 피아노는 ‘평생 배워야 할 무궁무진한 세계’다. “음악가로서 꿈은 딱 하나예요. 죽는 날까지 피아노를 공부하면서 새로운 레퍼토리를 계속 발전시켜나가는 거죠. 날마다 업그레이드한다는 생각으로요. 피아노는 평생 배워나가야 해요.” 이혁은 현재 프랑스 파리 에콜 노르말 음악원에서 유학 중이다. 2014년부터 모스크바 차이콥스키 음악원에서 공부했는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급하게 파리로 이주해야 했다. 그는 “모스크바는 10대를 보낸 정든 도시”라며 “선생님, 친구들과 작별 인사도 제대로 못 하고 나와 아쉽고 슬펐다”고 했다. 내년엔 유럽 여러 나라의 다양한 무대에 오른다. 9월엔 서울 서대문구 금호아트홀 연세에서 독주회를 연다. 동생 이효(15)와 피아노 듀오 공연도 계획하고 있다.
그는 지난 20일 서울 동작구 중앙대 아트센터 대극장에서 ‘기부 콘서트 OP. 1’을 열었다. 팬들과 함께 기획한 자선공연이었다. 그는 “자선음악회가 오랜 꿈 중 하나였다. 앞으로도 이어가고 싶다”고 했다.
임석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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