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 한국화랑협회장으로 재선된 황달성 회장. 금산갤러리 제공
“케이(K)팝의 인기와 함께 한국 미술품 시장도 지금 세계에서 주목받고 있습니다. 그 중심은 한국 화랑들이 특정한 기간에 외국 화랑들을 불러 작품들을 한자리에 내놓고 거래하는 국제아트페어입니다. 이 미술품 장터에 나가는 한국 화랑들 숫자를 줄이면 한국 작품들을 어떻게 세계에 널리 알릴 수 있겠습니까?”
지난달 23일 치른 한국화랑협회 21대 회장 선거에서 메이저 화랑주인 도형태 갤러리현대 대표를 불과 한표 차이로 꺾고 재선돼 문화판에 화제를 뿌린 황달성(70·금산갤러리 대표) 회장은 단호한 소신을 내비쳤다. 국내 최대 규모의 국제 미술품 장터로 협회가 22년째 주최해온 한국국제아트페어(키아프)에 가능한 한 많은 회원 화랑들의 출품을 보장하되 전시 수준을 높이기 위한 ‘조언과 계도 활동’을 대폭 강화하겠다는 구상이었다.
그는 지난 13일 오후 서울 시내 한 식당에서 재선 뒤 첫 기자간담회를 열어 올가을 열리는 키아프는 지난해보다 훨씬 규모를 키워 개최할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 삼성동 코엑스 1층의 진열 공간 전체로 행사장 규모를 확대하고, 국내 화랑 120~130곳, 외국 화랑 70여곳 등 200곳 넘는 국내외 화랑이 출품할 것이라고 전했다.
지난해 협회 쪽은 세계 굴지의 서구 아트페어인 프리즈와 공동 판매 장터 행사를 주최하면서 참가를 신청한 회원 화랑 심사 과정에서 30여개 업체들을 컷오프(솎아내기)시켜 내부적으로 상당한 갈등을 빚은 바 있다. 지금도 협회 안팎에서는 프리즈와 공동 개최하는 키아프의 수준 향상을 위해 국내 화랑들의 참가 규모를 더욱 줄여야 한다는 여론도 적지 않은 편이다. 선거에서 중견 화랑과 중소 화랑들의 지지를 받아 신승한 황 회장은 대다수 회원 화랑들과 ‘느리게, 멀리 가자’는 전략을 택한 셈이다.
역대 가장 치열한 협회장 선거전이 펼쳐졌고 불과 한표 차이로 재선돼 부담이 크지 않느냐는 취재진의 물음에는 “지역 회원들과 오히려 더욱 소통에 집중할 수 있어 매우 좋은 기회가 됐다”고 답했다. 그는 “시간이 문제일 뿐 실천하는 데는 지장이 없다”면서 올해 하반기 제2화랑미술제 개최, 인도네시아 등 국외 키아프 행사 개설, 온라인 작품 플랫폼 등 공약을 착실하게 추진하겠다고 공언했다.
노형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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