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문화 음악·공연·전시

베를린필 지휘봉 잡는 김은선…동양 여성 지휘자 최초

등록 2023-05-09 11:52수정 2023-05-10 02:49

김은선, 내년 4월 18~20일 베를린필 지휘
장한나∙성시연도 세계 무대서 잇단 러브콜
동양인 여성으론 최초로 독일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지휘봉을 잡게 된 지휘자 김은선. 현재 미국 샌프란시스코오페라 음악감독을 맡고 있다. 서울시향 제공.
동양인 여성으론 최초로 독일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지휘봉을 잡게 된 지휘자 김은선. 현재 미국 샌프란시스코오페라 음악감독을 맡고 있다. 서울시향 제공.

영화 <타르>의 주인공 리디아 타르는 베를린 필하모닉의 첫 여성 수석 지휘자 자리에 오른다. 주인공이 현대 음악사의 중요한 인물이란 점을 강조하려는 허구의 설정이다. 그만큼 이 콧대 높은 오케스트라는 ‘금녀의 벽’이 높은 곳이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오페라(SFO) 음악감독인 지휘자 김은선(43)이 내년 4월 18~20일 독일 베를린 필하모닉 콘서트홀 무대에 선다. 지금껏 동양인 여성이 이 오케스트라를 지휘한 적은 없다. 이제 그에겐 ‘베를린 필하모닉을 지휘한 최초의 동양인 여성’이란 새로운 타이틀이 붙게 됐다.

김은선은 세계 지휘계의 ‘마에스트라(여성 지휘자의 존칭) 열풍’을 이끌고 있다. 2021년 샌프란시스코오페라 음악감독 취임 자체가 새로운 역사였다. 미국 메이저급 오페라단 음악감독을 여성이 맡은 건 그가 최초였다. 정명훈을 제외하면 한국인 최초의 메이저 오페라 극장 음악감독이다. 그는 2021년에 <오징어 게임>의 이정재와 함께 <뉴욕타임스>가 뽑은 ‘떠오르는 문화계 샛별’에 이름을 올렸다.

이런 눈부신 이력은 오페라의 본향인 유럽에서 탄탄한 기초를 다졌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베를린 국립오페라, 빈 국립오페라 등 ‘특급 오페라 극장’에서 실력을 닦았고, 다니엘 바렌보임, 키릴 페트렌코 등 ‘특급 지휘자’들의 보조 지휘자로 일하며 역량을 인정받았다. 내년 베를린 필하모닉 공연에선 소프라노 타마라 윌슨이 부르는 쇤베르크의 ‘기대’와 라흐마니노프의 교향곡 3번을 지휘한다.

“여자 화장실에서 지휘자 만난 건 처음”

세계 양대 오케스트라로 꼽히는 베를린 필과 빈 필은 유난히 여성에게 보수적이다. 베를린 필은 1982년에야 여성 단원을 받아들였다. 여성 악장도 올해가 처음이다. 지난 2월 악장으로 임명된 라트비아 출신 바이올리니스트 비네타 사레이카가 그 주인공. 1882년 베를린 필 창립 이후 첫 여성 악장이다. 빈 필도 1996년까지 여성에게 입단 오디션을 허용하지 않았다. 백인 여성 지휘자가 아주 드물게 베를린 필을 지휘하지만, 동양인 여성 지휘자에겐 이런 기회조차 주지 않았다.

김은선도 처음엔 자신에게 따라붙는 ‘여성 최초’, ‘동양 여성 지휘자’란 타이틀이 그리 달갑지 않았다고 했다. 지난해 화상 인터뷰에서 그가 털어놓은 얘기다. “과거엔 기자들이 그에 관해 물으면 ‘그 질문은 받고 싶지 않다. 음악 얘기만 물어달라’고 요구할 정도였어요. 하지만 언젠가부터 달라졌습니다.”

미국 신시내티 오케스트라에서 겪은 일이 계기였다. “평생 여자화장실에서 지휘자를 만날 일이 없었는데 이렇게 여기서 만나니까 너무 좋군요.” 김은선이 화장실에서 마주친 은퇴를 앞둔 여성 비올라 주자에게서 들은 얘기가 그에게 새로운 깨달음을 안겼다. 이후 자신이 사회 변화에 보탬이 된다면 좋은 일이라고 ‘여성 1호’ 타이틀을 긍정적으로 생각하게 됐다고 한다.

오스트리아 빈 심포니를 이끌고 다음 달 내한하는 첼리스트 출신 지휘자 장한나. wcn 제공.
오스트리아 빈 심포니를 이끌고 다음 달 내한하는 첼리스트 출신 지휘자 장한나. wcn 제공.

첼리스트 출신 장한나(41)도 세계 무대에서 차근차근 입지를 다져가고 있다. 그는 카타르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를 거쳐 2017년부터 노르웨이 명문 트론헤임 심포니 오케스트라 음악감독이다. 지난해 9월엔 독일 함부르크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수석 객원지휘자로 위촉됐다. 스위스 출신 명지휘자 샤를 뒤투아도 이 오케스트라의 객원지휘자 명단에 있다.

1994년 12살에 로스트로포비치 콩쿠르에서 최연소 우승하며 ‘신동’으로 이름을 떨친 장한나는 30대 이후 지휘에 주력해 왔다. 지난해에 이어 다음 달 11일~14일에도 오스트리아 명문 악단인 빈 심포니를 이끌고 내한 공연을 펼친다.

네덜란드 로열 콘세르트허바우 등 세계 톱클래스 관현악단의 러브콜을 받고 있는 지휘자 성시연. 경기필하모닉 제공
네덜란드 로열 콘세르트허바우 등 세계 톱클래스 관현악단의 러브콜을 받고 있는 지휘자 성시연. 경기필하모닉 제공

지휘자 성시연(47)은 지난해 10월 뉴질랜드 오클랜드 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의 수석 객원지휘자로 임명됐다. 세계적인 악단들이 잇달아 그에게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2021년엔 네덜란드 로열 콘세르트허바우 오케스트라와 독일 바이에른 방송교향악단을 잇달아 지휘했다. 모두 세계 최정상급 오케스트라다. 지난해엔 영국 로열 필하모닉을 지휘했는데, 내년에도 초청받았다. 올해에도 바이에른 방송교향악단을 지휘한다. 성시연은 숄티 콩쿠르 우승, 말러 콩쿠르 1위 없는 2위 등 국제 콩쿠르 무대에서 실력을 검증받았다. 서울시립교향악단 부지휘자와 경기 필하모닉 상임지휘자를 거쳤다.

임석규 기자 sky@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문화 많이 보는 기사

OTT 불법 스트리밍으로 거액 챙긴 ‘누누티비’ 운영자, 결국 잡혔다 1.

OTT 불법 스트리밍으로 거액 챙긴 ‘누누티비’ 운영자, 결국 잡혔다

[단독] 뉴진스-아일릿 표절 공방…3년 차이로 기획안이 ‘닮았다’ 2.

[단독] 뉴진스-아일릿 표절 공방…3년 차이로 기획안이 ‘닮았다’

물 샐 틈 없이 정교했다…1600년 전 가야인 만든 물길 발견 3.

물 샐 틈 없이 정교했다…1600년 전 가야인 만든 물길 발견

김재중X김준수, 16년 만의 ‘동방신기’…가수도 관객도 울었다 4.

김재중X김준수, 16년 만의 ‘동방신기’…가수도 관객도 울었다

“친애하는 한강, 나와주세요”…노벨상 시상식, 한국어로 부른다 5.

“친애하는 한강, 나와주세요”…노벨상 시상식, 한국어로 부른다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