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권위의 클래식 음악 잡지인 ‘그라모폰’이 피아니스트 임윤찬(19)의 최신 발매 음반을 9월의 ‘에디터스 초이스’로 선정했다. 그가 지난해 역대 최연소로 우승한 미국 밴 클라이번 국제 피아노 콩쿠르 준결선에서 연주한 리스트의 ‘초절기교 연습곡’ 실황 음반이다. 연습곡 12곡 전곡을 담은 이 음반은 지난 6월에 출시됐다. 그라모폰은 매달 ‘에디터스 초이스’를 통해 주목할 만한 음반을 발표한다.
그라모폰은 이 앨범 리뷰에서 “의심할 여지 없이 훌륭한 피아노 녹음”이라며 “격렬하고 까다로운 이 난곡을 기술적 완벽함과 시적 통찰력으로 연주하는 건 대단한 일인데, 안전망이 없는 청중 앞에서 연주하는 국제 콩쿠르 준결선에서 이를 해내는 건 기적과도 같은 일”이라고 호평했다. 그라모폰의 찬사는 이렇게 이어진다. “경륜 있는 피아노 애호가라면 이 음반 소장을 망설이지 않을 텐데, 리스트 음악을 한 마디도 견디지 못하는 ‘리스트 회의론자’들에게도 이 놀라운 피아노 연주를 놓치지 말라고 권하고 싶다.”
이 곡은 연주가 어려워 흔히 ‘악마의 곡’ 또는 ‘기절기교 연습곡’으로도 불린다. 임윤찬은 지난해 밴 클라이번 콩쿠르 준결선에서 65분 동안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하며 이 곡을 한 치의 오차 없이 신들린 듯 연주했고, 일찌감치 우승을 예감하게 했다. 신랄한 비평으로 유명한 영국의 저명한 클래식 평론가 노먼 레브레히트도 최근 “모든 음을 초현실적인 곳으로 향하는 통로처럼 연주한다”고 임윤찬의 이 앨범을 극찬했다. 뉴욕타임스 역시 임윤찬이 결선에서 연주한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3번 연주와 함께 ‘초절기교 연습곡’ 연주를 지난해 ‘10대 클래식 공연’으로 선정한 바 있다.
그라모폰의 9월 ‘에디터스 초이스’엔 소프라노 임선혜가 바리톤 토머스 햄슨 등 다른 성악가들과 함께한 ‘리스트의 오케스트라를 위한 가곡’ 앨범도 이름을 올렸다. 바이올리니스트 박수예도 지난 2021년 발표한 ‘세기의 여정’을 그라모폰 ‘올해의 음반’에 뽑혔다. 국내 피아노 연주자로는 2015년 11월 임동혁(쇼팽의 프렐류드)과 2017년 5월 김선욱(베토벤 소나타), 2017년 9월 윤홍천(모차르트 소나타)의 음반들이 ‘에디터스 초이스’에 선정됐다. 조성진의 ‘헨델 프로젝트’ 음반도 지난 5월 그라모폰의 ‘에디터스 초이스’에 꼽혔다.
1923년 영국에서 창간된 그라모폰은 세계에서 발매되는 음반들 가운데 10개를 뽑아 다달이 ‘에디터스 초이스'로 발표한다. 여기에 뽑힌 음반들은 신뢰도가 높다. 전 세계 클래식 음악팬들에게 ‘품질 보증’ 표시로 받아들여진다. 어지간한 콩쿠르 우승보다 더욱 ‘대단한 일’로 평가하기도 한다. 비교와 평가의 대상이 콩쿠르에 참가하는 신인들이 아니라 전 세계에서 활약하고 있는 최고의 현역 전문 연주자들이기 때문이다.
임석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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