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윤찬 가르친 한예종 손민수 교수 미국행
제자 임윤찬도 같은 음대 옮겨가 지도 계속
제자 임윤찬도 같은 음대 옮겨가 지도 계속
[짬] 뉴잉글랜드 음악원 교수 임용 피아니스트 손민수
미국 동부엔 명연주자들을 배출한 명문 음대들이 많다. 줄리아드, 커티스, 뉴잉글랜드, 클리블랜드 음악원과 맨해튼 음대, 인디애나대 음대 등이 첫손에 꼽힌다. 최근 미국 명문 음대들이 한국에서 학생들을 가르쳐온 교수들에게 잇따라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한국 연주자들이 세계 유수의 콩쿠르를 석권하면서 두각을 나타내자 이들을 양성한 교수진 영입에 나선 것이다.
서울대 교수이던 바이올리니스트 이경선(58)은 올해 초 미국 인디애나 음대 종신 교수로 임용됐다. 역시 서울대에 교수로 재직하던 피아니스트 최희연(55)도 올가을부터 볼티모어 피바디 음악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한국예술종합학교(한예종) 교수로 재직하던 피아니스트 손민수(47)도 최근 뉴잉글랜드 음악원으로 옮겼다. 제자인 피아니스트 임윤찬(19)과 함께였다. 사제의 뉴잉글랜드 ‘동반 이적’은 지난 5월 뉴욕 타임스도 크게 다룰 정도로 미국에서 관심을 모았다.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 한국 음악교육과 체계에 큰 관심을 가진 것 같아요. 한국 사람으로서 자랑스럽고 신기하기도 합니다.” 지난 3일 경북 포항시 포항문화예술회관에서 만난 손민수는 “한국 음악가들이 전 세계 음악가들과 멋지게 교류할 수 있는 세상이 열리는 것 같다”며 반색했다. 그는 3회째를 맞은 포항음악제 개막 공연에서 베토벤의 피아노 협주곡 4번 연주를 끝낸 직후였다. “선생님들의 열성적인 가르침도 있지만 무엇보다 한국엔 재능 있고 뛰어난 역량을 지닌 젊은 학생들이 많아요. 한예종에도 임윤찬 말고도 정말 뛰어난 제자가 여럿 있었지요. 한국인에겐 음악적 디엔에이(DNA)가 있는 것 같아요.(웃음)” 그는 이날 협연한 포항페스티벌 오케스트라 악장 토비아스 펠트만(32)도 인구 대비 뛰어난 음악가가 가장 많은 나라로 한국을 꼽더라고 전했다.
김대진 한예종 총장도 최근 “세계 각국이 우리나라 선생님들까지 스카우트하는데, 이건 기분 좋은 일”이라며 이른바 ‘케이-에듀(K-Education)’를 언급했다. 한국 연주자들이 유럽과 미국에서 출중한 실력을 발휘하자 세계 클래식 음악계에서 그 비결을 궁금해하면서 국내 교수진에 관심을 갖게 됐다는 것이다. 케이팝(K-POP)이 세계적으로 유행하면서 여러 나라가 한국의 가수 육성과 제작 시스템에 눈을 돌리는 것과 같은 흐름이다.
이번 가을 학기에 뉴잉글랜드 음악원에 정착한 손민수의 입지도 탄탄해지고 있다. 그가 지도하는 학생은 임윤찬을 포함해 미국과 캐나다, 중국, 대만 학생 등 11명. 내년엔 17명으로 늘어난다. 그에게 이 학교는 지난달 작고한 스승 러셀 셔먼에게 배운 모교이기도 하다.
그가 학생들을 지도하면서 강조하는 핵심은 ‘나만의 소리 찾기’다. “학생들이 한 곡당 대략 30가지 버전의 연주를 듣고 옵니다. 그러다 보니 다른 사람이 하는 연주에 귀가 파묻혀 그 연주를 따라 하게 되고 자기만의 색깔을 잃어버리게 돼요.” 손민수는 “가능하면 학생들에게 다른 연주를 듣지 말라고 권하고 싶지만 그럴 수 없다는 게 현실”이라며 유튜브와 스트리밍 등 학생들이 수많은 연주에 노출된 환경을 우려했다. 그는 “사람마다 목소리와 얼굴이 다른 것처럼 피아노 연주에서도 자신만의 고유한 색깔을 내는 게 중요하다”며 “윤찬이에겐 그런 게 있다”고 했다.
한예종 교수로 임윤찬 등 제자 배출
최근 임윤찬 다니는 미 음악원으로
사제의 ‘동반이적’ 미국에서도 화제
“한국인은 음악적 DNA 있는 것 같아
피아노 연주, 고유 색깔 내는 게 중요” 23일 라흐마니노프 곡으로 독주회 “윤찬이는 저와 인연이 있었는지 성격이나 성향에서 비슷한 점이 많아요.” 그는 초등 6학년이던 임윤찬이 한예종 예술 영재교육원에 입학하던 시절을 떠올렸다. “그 당시 가장 우수한 성적으로 붙은 건 아니었는데 윤찬이에겐 다른 학생들과 다른 뭔가가 엿보이더라고요.” 손민수는 서울(23·28일)과 대구(12월2일), 광주(12월3일)에서 라흐마니노프의 ‘회화적 연습곡’으로 독주회를 연다. 미국에선 뉴잉글랜드 음악원 교수인 첼리스트 로렌스 레서와 베토벤의 첼로소나타를 연주한다. 1966년 차이콥스키 콩쿠르에서 우승한 레서 교수는 손민수가 뉴잉글랜드 음악원에 다니던 시절 학장으로 재직했다. 이번 연주는 레서 교수의 85살 생일 기념 공연이다. 오는 9일까지 포항시 일대에서 이어지는 포항음악제엔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와 스페인의 세계적인 현악 4중주단 ‘카잘스 콰르텟’, 소프라노 박혜상 등 국내외 쟁쟁한 연주자들이 무대에 오른다. 첼리스트인 박유신 음악감독은 “신생 음악제일수록 연주의 질과 프로그램 수준이 중요하다고 생각해 출중한 연주자를 섭외하려고 많은 신경을 썼다”며 “포항음악제가 현악기 중심의 특화된 음악제로 자리 잡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석규 기자 sky@hani.co.kr, 사진 포항음악제 제공
피아니스트 손민수가 지난 3일 포항음악제에서 베토벤의 피아노 협주곡 4번을 연주하고 있다. 포항음악제 제공
최근 임윤찬 다니는 미 음악원으로
사제의 ‘동반이적’ 미국에서도 화제
“한국인은 음악적 DNA 있는 것 같아
피아노 연주, 고유 색깔 내는 게 중요” 23일 라흐마니노프 곡으로 독주회 “윤찬이는 저와 인연이 있었는지 성격이나 성향에서 비슷한 점이 많아요.” 그는 초등 6학년이던 임윤찬이 한예종 예술 영재교육원에 입학하던 시절을 떠올렸다. “그 당시 가장 우수한 성적으로 붙은 건 아니었는데 윤찬이에겐 다른 학생들과 다른 뭔가가 엿보이더라고요.” 손민수는 서울(23·28일)과 대구(12월2일), 광주(12월3일)에서 라흐마니노프의 ‘회화적 연습곡’으로 독주회를 연다. 미국에선 뉴잉글랜드 음악원 교수인 첼리스트 로렌스 레서와 베토벤의 첼로소나타를 연주한다. 1966년 차이콥스키 콩쿠르에서 우승한 레서 교수는 손민수가 뉴잉글랜드 음악원에 다니던 시절 학장으로 재직했다. 이번 연주는 레서 교수의 85살 생일 기념 공연이다. 오는 9일까지 포항시 일대에서 이어지는 포항음악제엔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와 스페인의 세계적인 현악 4중주단 ‘카잘스 콰르텟’, 소프라노 박혜상 등 국내외 쟁쟁한 연주자들이 무대에 오른다. 첼리스트인 박유신 음악감독은 “신생 음악제일수록 연주의 질과 프로그램 수준이 중요하다고 생각해 출중한 연주자를 섭외하려고 많은 신경을 썼다”며 “포항음악제가 현악기 중심의 특화된 음악제로 자리 잡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석규 기자 sky@hani.co.kr, 사진 포항음악제 제공
연재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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