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 밴드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과 2인조 혼성 그룹 ‘소규모아카시아아밴드’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첫째, 썰렁한 농담 같은 얘기지만, 이들은 한국의 여러 밴드 중에서 가장 긴 이름을 가졌다. 둘째, 누구나 말렸을 별난 이름을 고집한 뚝심으로, 이들은 각자 자신만의 순수하고 진솔한 음악적인 영토를 지키고 있다. 셋째, 1집 음반이 귀 밝은 음악 애호가들 사이에서 호응을 끌면서, 최근 2집 음반을 내놓았다.
자조에서 사랑으로 한발짝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
달빛요정 역전만루홈런은 홍익대 대중음악 동아리 ‘뚜라미’ 출신의 이진원(33)이 결성한 1인 밴드. 2003년 혼자서 작사, 작곡, 편곡, 연주, 노래, 녹음을 한 1집 인디 음반 <인필드 플라이>가 ‘무려 1500장이 팔리는 대박’을 터뜨리면서 주목을 받았다. 이 음반에 실린 노래 ‘스끼다시 내 인생’과 ‘절룩거리네’는 너절한 인생에 대한 자조적인 푸념을 풀어놓아서, 관습적인 노랫말에 익숙한 사람들에게 묘한 쾌감을 선사했다. 예를 들면 이렇다. “졸업하고 처음 나간 동창회 똑똑하던 반장놈은 서울대를 나온 오입쟁이가 되었고/ 예쁘던 내 짝꿍은 돈에 팔려 대머리 아저씨랑 결혼을 했다고 하더군/ 하지만 나는 뭐 잘 났나 (스끼다시 내 인생)” 새 음반 <스코어링 포지션>에서는 특유의 자조는 줄어든 대신에, 연애의 아픔이 커졌다. 또 음악의 중심이 포크에서 록으로 몇 발자국 옮겨갔다. 인터뷰 동안 그는 자신의 시행착오와 심지어는 자기 검열에 대해서도 놀라울 정도로 진솔하게 얘기했다.
1집 곡들 방송금지 신경쓰여
은연중 자기검열
음악 중심 포크에서 록으로 - 이전에 비해서 록의 요소가 많다. = 한살이라도 젊을 때 록 음악을 해보고 싶었다. 록 스타일의 음악을 혼자서 녹음해보겠다고 욕심내다가 시행착오를 많이 겪었다. 디지털 사운드를 써봤는데 강한 ‘펀치감’이 안 나와서, 전통적인 방식으로 기타 앰프에 마이크를 대고 녹음하는 방식을 쓰기도 했는데, 소리가 너무 촌스럽게 나왔다. 그렇게 오락가락하다가 6개월을 썼다. 록 음악은 어렵다. - 이번 음반을 보면 투덜거림은 줄어들고, 사랑 얘기의 비중이 늘어난 거 같다. ‘달빛요정...’ 특유의 푸념을 좋아했던 팬들은 아쉬워할 것 같다. = 은연중에 자기 검열이 있는 것 같다. 사람들이 많이 좋아했던 ‘스끼다시 내 인생’과 ‘절룩거리네’가 방송금지 되었다. 심지어 ‘361 타고 집에 간다’는 “밟아라 엔진이 불타 터져버릴 때까지”라는 가사 때문에 교통방송에서 방송금지가 되었다. 노래를 많이 사람이 들어야 다음 음반이 나올 수 있는데, 자꾸 노래가 방송 금지가 되니까 신경이 쓰였던 모양이다. - 이번 음반이 힘들게 나왔다고 들었다. = 경제적인 어려움 때문에 새 음반을 기약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한국문화컨텐츠진흥원에서 작년 6월에 1000만원을 지원해줘서 제작을 할 수 있었다. - 음반 표지가 이번에도 야구에 관한 그림을 담았다. = 야구의 광적인 팬이다. 야구에는 인생의 흐름이 있다. 포스트 시즌이면 만사 제쳐두고, 미국과 한국 야구 한 게임씩 하루에 두 경기를 본다. 1집 음반의 노래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은 원래 엘지 트윈스 응원가로 만든 노래였다. 당시 트윈스가 이상훈 선수를 에스케이로 보내서 홧김에 내용을 바꿨다. -앞으로 계획은? = 통기타 중심으로 음반을 내고 싶다. 음악을 계속 하는 것이 즐겁다. 음악을 잘 해서 하는 것이 아니다. 좋아해서 못해도 하는 거다. 김기태 기자 kkt@hani.co.kr, 사진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트로트 버무린 독특한 정감
소규모아카시아밴드
소규모아카시아밴드는 작곡과 기타를 맡는 김민홍과 노래를 부르는 송은지가 만든 혼성 그룹. 2004년 첫 음반 <소규모아카시아밴드>에서 이들은 감성적인 노랫말과 소박한 선율, 간단한 악기구성으로도 낯선 정감을 창조하면서 단박에 평론가들의 귀를 잡아끌었다. 올해 3월에 열린 한국대중음악상 시상식에서 월드 뮤직 그룹 ‘두번째 달’과 마지막까지 경합을 하다가 신인상을 공동수상했다. 지난달 나온 2집 음반 <입술이 달빛>은 이들이 프로젝트 그룹이 아니라, 정식 그룹으로 뭉치고 나서 낸 첫 결과물. 아름답지만 조금은 산만했던 1집 음반에 비해, 새 음반은 그 고운 결은 유지하면서도 정돈된 모양새를 갖췄다. 또 민요와 트로트에서도 익숙한 선율을 가져와 이들 특유의 투명한 정감을 불어넣는 솜씨도 발휘했다. ‘아리랑’, ‘단장의 미아리 고개’, ‘두껍아 두껍아’는 이들의 재료가 된 작품들. 지난 2일 직접 만난 이들이 풀어낸 말은, 이 밴드의 ‘느낌 있는’ 가사와 비슷한 인상을 줬다.
정식 그룹 결성 뒤 첫 결실
아리랑·단장의 미아리 고개 등
익숙한 선율을 새 분위기로 - 새 음반을 들어본 느낌은? = 송은지: 의도한 대로 다 만들었다. 만드는 과정에서 최대한 솔직했고, 우리끼리도 서로 솔직했다. 모자란 부분이 있다면 그것은 우리가 모자라서다. 우리가 더 깊고 솔직한 사람이라면 더 좋은 음반이 나왔을텐데. - 트로트와 민요, 동요의 형식을 빌려 온 노래들이 눈에 띈다. = 김민홍: 우리가 할 수 있는 좋은 음악이란 무엇일까 고민했다. 집에서 밤에 인터넷을 하고 있으면 창 너머로 취객이 부르는 ‘청산이~’하고 부르는 한 자락이나 트로트 한 곡에서 우리의 정서를 표현하고 싶었다. 외국에서 유행하는 음악을 소개하고 우리 음악에 접목하는 것도 매우 중요한 작업인데, 그런 일은 외국에서 음악을 공부하고 연주한 분들이 더 잘할 거라고 생각한다. - ‘단장의 미아리 고개’를 리메이크해서 ‘또 돌아보고’라는 노래를 불렀다. 트로트의 가락에 아련하고 몽환적인 분위기를 만들어냈는데, 특별히 이 노래를 선택한 이유가 있는가. = 김: 트로트 노래를 고른다고 본 작품 중에 가장 ‘징한’ 작품이다. 전쟁 가운데 철사줄에 꼭꼭 묶인 채로 미아리 고개를 넘으면서 돌아보고 또 돌아보는 대목을 보면, 전쟁을 겪지 않은 사람은 쓸 수 없는 노랫말 같다. - 한 인터뷰에서 “사람들이 음악을 들으며 공간을 느끼고 내가 얘기를 하지 않아도 그들이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음악이 되었으면 한다”고 얘기했다. = 송: 1집을 만들 때는 그런 생각을 했는데, 지금은 아니다. 지금은 곡 자체가 그림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 김: 노래를 만드는 방법도 1집과 2집이 다르다. 1집에서는 (노래의) 배경을 먼저 그렸다. 그런데 2집에서는 배경은 잘 안 그렸다. 오히려 노래 안의 이야기가 훨씬 더 중요하다. 그래서 컴퓨터 음악도 적어지고, 신디사이저 음악도 줄었다. 대부분 기타와 보컬, 이렇게 단출하게 갔다. 김기태 기자 kkt@hani.co.kr, 사진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은연중 자기검열
음악 중심 포크에서 록으로 - 이전에 비해서 록의 요소가 많다. = 한살이라도 젊을 때 록 음악을 해보고 싶었다. 록 스타일의 음악을 혼자서 녹음해보겠다고 욕심내다가 시행착오를 많이 겪었다. 디지털 사운드를 써봤는데 강한 ‘펀치감’이 안 나와서, 전통적인 방식으로 기타 앰프에 마이크를 대고 녹음하는 방식을 쓰기도 했는데, 소리가 너무 촌스럽게 나왔다. 그렇게 오락가락하다가 6개월을 썼다. 록 음악은 어렵다. - 이번 음반을 보면 투덜거림은 줄어들고, 사랑 얘기의 비중이 늘어난 거 같다. ‘달빛요정...’ 특유의 푸념을 좋아했던 팬들은 아쉬워할 것 같다. = 은연중에 자기 검열이 있는 것 같다. 사람들이 많이 좋아했던 ‘스끼다시 내 인생’과 ‘절룩거리네’가 방송금지 되었다. 심지어 ‘361 타고 집에 간다’는 “밟아라 엔진이 불타 터져버릴 때까지”라는 가사 때문에 교통방송에서 방송금지가 되었다. 노래를 많이 사람이 들어야 다음 음반이 나올 수 있는데, 자꾸 노래가 방송 금지가 되니까 신경이 쓰였던 모양이다. - 이번 음반이 힘들게 나왔다고 들었다. = 경제적인 어려움 때문에 새 음반을 기약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한국문화컨텐츠진흥원에서 작년 6월에 1000만원을 지원해줘서 제작을 할 수 있었다. - 음반 표지가 이번에도 야구에 관한 그림을 담았다. = 야구의 광적인 팬이다. 야구에는 인생의 흐름이 있다. 포스트 시즌이면 만사 제쳐두고, 미국과 한국 야구 한 게임씩 하루에 두 경기를 본다. 1집 음반의 노래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은 원래 엘지 트윈스 응원가로 만든 노래였다. 당시 트윈스가 이상훈 선수를 에스케이로 보내서 홧김에 내용을 바꿨다. -앞으로 계획은? = 통기타 중심으로 음반을 내고 싶다. 음악을 계속 하는 것이 즐겁다. 음악을 잘 해서 하는 것이 아니다. 좋아해서 못해도 하는 거다. 김기태 기자 kkt@hani.co.kr, 사진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아리랑·단장의 미아리 고개 등
익숙한 선율을 새 분위기로 - 새 음반을 들어본 느낌은? = 송은지: 의도한 대로 다 만들었다. 만드는 과정에서 최대한 솔직했고, 우리끼리도 서로 솔직했다. 모자란 부분이 있다면 그것은 우리가 모자라서다. 우리가 더 깊고 솔직한 사람이라면 더 좋은 음반이 나왔을텐데. - 트로트와 민요, 동요의 형식을 빌려 온 노래들이 눈에 띈다. = 김민홍: 우리가 할 수 있는 좋은 음악이란 무엇일까 고민했다. 집에서 밤에 인터넷을 하고 있으면 창 너머로 취객이 부르는 ‘청산이~’하고 부르는 한 자락이나 트로트 한 곡에서 우리의 정서를 표현하고 싶었다. 외국에서 유행하는 음악을 소개하고 우리 음악에 접목하는 것도 매우 중요한 작업인데, 그런 일은 외국에서 음악을 공부하고 연주한 분들이 더 잘할 거라고 생각한다. - ‘단장의 미아리 고개’를 리메이크해서 ‘또 돌아보고’라는 노래를 불렀다. 트로트의 가락에 아련하고 몽환적인 분위기를 만들어냈는데, 특별히 이 노래를 선택한 이유가 있는가. = 김: 트로트 노래를 고른다고 본 작품 중에 가장 ‘징한’ 작품이다. 전쟁 가운데 철사줄에 꼭꼭 묶인 채로 미아리 고개를 넘으면서 돌아보고 또 돌아보는 대목을 보면, 전쟁을 겪지 않은 사람은 쓸 수 없는 노랫말 같다. - 한 인터뷰에서 “사람들이 음악을 들으며 공간을 느끼고 내가 얘기를 하지 않아도 그들이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음악이 되었으면 한다”고 얘기했다. = 송: 1집을 만들 때는 그런 생각을 했는데, 지금은 아니다. 지금은 곡 자체가 그림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 김: 노래를 만드는 방법도 1집과 2집이 다르다. 1집에서는 (노래의) 배경을 먼저 그렸다. 그런데 2집에서는 배경은 잘 안 그렸다. 오히려 노래 안의 이야기가 훨씬 더 중요하다. 그래서 컴퓨터 음악도 적어지고, 신디사이저 음악도 줄었다. 대부분 기타와 보컬, 이렇게 단출하게 갔다. 김기태 기자 kkt@hani.co.kr, 사진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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