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주봉 아들’ 최규환씨
연극 연출 도전하는 ‘최주봉 아들’ 최규환씨
1985년, 무대 위에 선 아버지 최주봉을 바라보는 아들 규환이의 눈은 반짝였다. 그리고 결심했다. 배우가 되기로. 겨우 여덟살에 했던 그 결심을 최규환(28)씨는 정말로 이루어냈다. 아직은 ‘최주봉 아들’이라고 불리는 편이지만 텔레비전에서 최씨의 모습은 이제 낯설지 않을 정도다. <안녕, 프란체스카 시즌 3> <사랑은 아무도 못말려>에 출연하면서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최씨는 요즘 사극 <연개소문>에 연개소문과 의형제를 맺는 수나라 무사들의 우두머리 생해 역으로 출연 중이다.
이제 배우로 자리잡아 가는 그가 이번에는 연극 연출에 새롭게 도전한다. 연출작은 <아타미 살인사건>. 21년 전 아버지 모습을 보면서 배우가 되겠다고 결심한 계기가 된 바로 그 연극(당시 제목은 <뜨거운 바다>)이다.
<아타미 살인사건>은 일본의 대표적 극작가이자 재일동포이기도 한 쓰가 고헤이의 대표작으로, 국내에서는 <뜨거운 바다>(1985) <월미도 사건>(2002)으로 각색돼 공연했던 작품이다. 이번 공연을 준비한 극단 공작소는 최씨의 모교인 중앙대 연극학과 선후배들이 뜻을 모아 만든 단체로, 최씨가 대표를 맡고 있다. 어린 시절 자신을 연기의 길로 이끈 작품인만큼 그가 첫 연출작으로 <아타미 살인사건>을 고른 것은 어찌 보면 당연했다.
“언젠가 꼭 한번 연출해보고 싶었어요. 또 이번 연출이 배우인 제가 성장해 나가는 데에도 좋은 경험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죠. 앞으로도 연극 연출은 수시로 할 거예요.”
제목이 보여주듯 이 연극은 일본 경시청 형사들이 성매매 여성 살해 용의자를 취조해 자백을 받아가는 과정을 코믹하게 그린다. 일본 색채가 강해 국내 관객들에게 거부감 없이 다가가게 만드는 게 연출자의 몫이자 능력이다.
“배우들에게 초점을 맞추는 쓰가 고헤이의 연출법이 흥미로웠어요. 원작을 충실히 따르면서 배우의 놀라운 에너지가 관객에게 전달될 수 있도록 배우들의 즉흥 대사 같은 것을 넣어 수정작업을 했습니다. 4명의 인물이 연극 속에서 어떻게 바뀌고, 어떤 결과를 이끌어내는지, 관객 스스로 극장에 들어올 때와 나갈 때 어떻게 달라져 있는지를 보면 더욱 재밌는 연극이 될 겁니다.”
최씨의 첫 연출작은 1월6일부터 2월4일까지 대학로 76스튜디오에서 공연한다. 1544-1555.
김미영 기자 kimmy@hani.co.kr, 사진 극단 공작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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