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벽을 뚫는 남자>의 주인공 남경주씨. 쇼노트 제공
‘벽뚫남’ 출연 뮤지컬 배우 남경주
82년 ‘보이체크’ 데뷔 이후 50여편 출연
“뮤지컬은 평생의 ‘꿈’ 20년간 정말 행복”
“기획·연출분야 넓혀…영화 도전 하고파” ‘남경주’는 설명이 필요 없는 국가대표급 뮤지컬 배우다. 올해 마흔네살. 그는 1982년 연극 <보이체크>로 데뷔했다. <아가씨와 건달들> <사랑은 비를 타고> <싱잉 인 더 레인> <아이 러브 유> 등 50여편의 뮤지컬에 출연한 그도 어느새 중년이다. 그는 지난해 11월17일부터 뮤지컬 <벽을 뚫는 남자>의 주인공 ‘듀티율’로 열정을 불태우고 있다. <에비타> 이후 1년 만에 골라, 지난해 5월부터 연습에 매달려왔다. 지난 23일 공연을 앞두고 만난 남경주씨는 “이 작품을 만난 건 행운”이라고 말했다. “소심한 듀티율이 벽을 뚫는 능력을 가진 뒤 자신감을 회복해 불의에 대항하고 사랑을 지키는 모습을 통해 주변사람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줍니다. 우리가 살면서 필요한 것, 추구해야 할 것들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하는 작품입니다. 다른 작품들도 마찬가지긴 하지만, 인생을 배우고 있어요.” 그는 조금씩 듀티율이 되어갔다. 지금은 남경주가 듀티율이고, 듀티율이 곧 남경주다. ‘벽에 갇힌 삶’이 특히 그렇다. “성실하다는 점이 같아요. 요즘 저는 집과 연습실을 주로 오갈 뿐이에요. 집에서는 주로 아내와 대화를 나눕니다. 책과 신문을 읽고, 운동도 합니다. 장미를 키우고, 우표를 수집하는 ‘듀티율’과 퍽 닮았어요. 결혼이 저를 변화시켰다기보다는 나이가 들면서 자신을 되돌아보고, 그러면서 조금씩 깨달아가고 있습니다.” [인터뷰] 남경주 “내 꿈을 이뤄온 20년간 행복했어요” [%%TAGSTORY1%%] 그는 요즘 연기 입문서들을 다시 꺼내 읽고 있다. 일에 있어서 양적인 팽창보다는 밀도를 높이고 책임을 다하고자 한다. ‘팔팔했던’ 남경주는 ‘진지’해졌고, ‘날라리’ 같기만 했던 그의 겉모습에선 ‘삶의 연륜’이 묻어났다. 어떤 작품이든 ‘남경주가 하니까 다르다’는 소리가 듣고 싶다. 그래서 그는 한 작품을 끝내고, 다른 작품을 공연하기까지 긴 휴식기간을 갖는 편이다. 한결 여유로워졌고, 배역의 섬세한 내면연기를 표현하는 게 자연스러워졌다. 다작을 하기보다는 한 작품이라도 최고의 공연을 보여주고자 한다.
“배우로서, 관객과의 약속을 지키는 것, 공연마다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제가 해야 할 몫이라고 생각합니다.” 2005년부터 공연한 뮤지컬 <아이 러브 유>는 2년 동안 단 세차례를 제외하고 총 600여회의 공연에 빠지지 않고 출연했다. <에비타> 출연을 앞두고는 두툼한 <체 게바라> 평전을 통독했다. “제 얼굴에 책임을 져야 하는 나이어서, 신중해지려고 해요. 과한 욕심도 부리지 않고요. 예전엔 작품 욕심이 많아 할 수 있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구별하지 못했어요. ‘빈 수레가 요란했다고 할까요?’ 작품의 배역 역시 밀도있게 채우지도 못했어요.” 한때는 물론 ‘시대가 변해 배우로서의 가치가 없어지는 것은 아닐까’ 걱정을 한 적도 있다. 1997년 벌여놓은 일과 팬들을 뒤로 한 채 <굿바이 콘서트>를 끝으로 훌쩍 미국행을 택했다. 여행하고, 브로드웨이 뮤지컬을 보며, 충분한 휴식을 취하며 남경주의 삶을 되돌아볼 수 있었다. 결론은 ‘기우’였다. 욕심을 버렸다. 한국뮤지컬대상에서 인기스타상만 여섯 차례 수상할 정도로 화려한 시절이 있었지만, 지금 그 자리가 조승우, 오만석, 엄기준의 차지가 됐어도 서운하지 않다. 그럼에도 그 어느 때보다 뮤지컬 제작편수와 관객이 늘었지만, 주인공은 인기가수나 탤런트 등이 채우는 일이 많아지고, 중년배우들의 설 자리가 좁아지는 현 상황에서 다시금 불안감이 엄습하지는 않았을까. “정말 한때는 그랬어요. 서운하기도 했고. 하지만 지금은 정말 아닙니다. 그 이유는 인기가 있었을 때나 지금이나 뮤지컬을 사랑하는 제 마음에 변화가 없기 때문이죠. 잘 나갈 때나 그렇지 않을 때나 마찬가지였구요. 전 전성기도 없었고, 한물 가지도 않았습니다.”
충분한 연습과 갈고닦은 실력 없이 티켓파워를 내세워 겁없이 뛰어드는 스타들에게 충고의 말도 잊지 않았다. “스타들이 뮤지컬 무대에 서면서 더 많은 관객을 끌어오는 것은 환영할 일이죠. 하지만 이것도 그들이 무대 위에서 자기 몫을 충분히 했을 때의 얘기예요. 연습이 충분하지 않으면 연기와 노래의 밀도가 떨어지고, 실망한 관객들이 더이상 뮤지컬을 찾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제가 바라는 거요? 실력과 스타성이 있으면서도, 뮤지컬계를 지탱하고자 하는 배우들이 많이 나왔으면 합니다. 꾸준히 한눈 팔지 않고 실력을 갈고 닦는 후배들이 빛을 볼 날이 있을 겁니다.”
그는 예전에도 그랬듯이 지금도 그에게 주어진 위치에서 꿋꿋하게 ‘뮤지컬 배우 남경주’의 50~60대를 준비하고 있다. 뮤지컬배우뿐 아니라 뮤지컬 기획·연출 쪽으로 분야로 활동영역을 조금씩 넓히고 있다. 영화 출연도 해볼 요량이다. 최정원이 출연한 <비밀의 정원>에 이어 지난해에는 뮤지컬 넘버들로 꾸민 일종의 (해설이 있는 갈라콘서트) <올 댓 뮤지컬>을 기획하고 직접 연출했다. <올 댓 뮤지컬>의 취지는 “소외된 지방관객들에게 뮤지컬을 향유할 수 있는 기회를 주자”는 것이다. “반응이 좋아 매년 정기적으로 지방 공연할 생각”이라고 한다. “뮤지컬 제작을 위해 시나리오를 검토하는 작품이 있긴 한데, 확정된 건 없어요. 영화는 그동안 자신이 없어서 못했는데, 제 2세에게 자신있게 보여줄 수 있는 작품과 배역이 주어진다면 도전해볼 생각입니다.”
<벽뚫남(2월3일까지)>을 끝낸 뒤 4월부터는 그의 오랜 단짝 최정원과 함께 <소리도둑>에 출연한다. 말 못하는 소녀 아침이의 소리를 찾아주기 위해 하나가 되는 마을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룬 창작뮤지컬이다. 올해 키워드 가운데 하나가 ‘모험’인데, 그 키워드와 꼭맞는 작품이어서 선뜻 출연을 결심했다고 한다. <천사의 발톱>의 조광화씨가 극·연출을 맡고, <김종욱 찾기> <오! 당신의 잠든 사이>의 작곡가 김혜성씨가 음악을 만든다.
남경주에게 뮤지컬은 뭘까. “평생의 ‘꿈’이었다”고 했다. “제 꿈이 현실에서 이뤄졌던 지난 20년 간 정말 행복했습니다. 꾸준히 한눈 팔지 않고 실력을 갈고 닦으면 앞으로 더 나이가 들더라도 언젠가 대가가 돌아올 것이라고 믿고 있어요. 앞으로 평생 저를 사랑했던 많은 분들과 뮤지컬을 사랑하는 분들에게 그 보답을 하고 싶습니다.”
글 <한겨레> 온라인뉴스팀 김미영 기자 kimmy@hani.co.kr, 영상 영상미디어팀 조소영 피디 azuri@hani.co.kr 사진 쇼노트 제공.
“뮤지컬은 평생의 ‘꿈’ 20년간 정말 행복”
“기획·연출분야 넓혀…영화 도전 하고파” ‘남경주’는 설명이 필요 없는 국가대표급 뮤지컬 배우다. 올해 마흔네살. 그는 1982년 연극 <보이체크>로 데뷔했다. <아가씨와 건달들> <사랑은 비를 타고> <싱잉 인 더 레인> <아이 러브 유> 등 50여편의 뮤지컬에 출연한 그도 어느새 중년이다. 그는 지난해 11월17일부터 뮤지컬 <벽을 뚫는 남자>의 주인공 ‘듀티율’로 열정을 불태우고 있다. <에비타> 이후 1년 만에 골라, 지난해 5월부터 연습에 매달려왔다. 지난 23일 공연을 앞두고 만난 남경주씨는 “이 작품을 만난 건 행운”이라고 말했다. “소심한 듀티율이 벽을 뚫는 능력을 가진 뒤 자신감을 회복해 불의에 대항하고 사랑을 지키는 모습을 통해 주변사람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줍니다. 우리가 살면서 필요한 것, 추구해야 할 것들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하는 작품입니다. 다른 작품들도 마찬가지긴 하지만, 인생을 배우고 있어요.” 그는 조금씩 듀티율이 되어갔다. 지금은 남경주가 듀티율이고, 듀티율이 곧 남경주다. ‘벽에 갇힌 삶’이 특히 그렇다. “성실하다는 점이 같아요. 요즘 저는 집과 연습실을 주로 오갈 뿐이에요. 집에서는 주로 아내와 대화를 나눕니다. 책과 신문을 읽고, 운동도 합니다. 장미를 키우고, 우표를 수집하는 ‘듀티율’과 퍽 닮았어요. 결혼이 저를 변화시켰다기보다는 나이가 들면서 자신을 되돌아보고, 그러면서 조금씩 깨달아가고 있습니다.” [인터뷰] 남경주 “내 꿈을 이뤄온 20년간 행복했어요” [%%TAGSTORY1%%] 그는 요즘 연기 입문서들을 다시 꺼내 읽고 있다. 일에 있어서 양적인 팽창보다는 밀도를 높이고 책임을 다하고자 한다. ‘팔팔했던’ 남경주는 ‘진지’해졌고, ‘날라리’ 같기만 했던 그의 겉모습에선 ‘삶의 연륜’이 묻어났다. 어떤 작품이든 ‘남경주가 하니까 다르다’는 소리가 듣고 싶다. 그래서 그는 한 작품을 끝내고, 다른 작품을 공연하기까지 긴 휴식기간을 갖는 편이다. 한결 여유로워졌고, 배역의 섬세한 내면연기를 표현하는 게 자연스러워졌다. 다작을 하기보다는 한 작품이라도 최고의 공연을 보여주고자 한다.
뮤지컬 <벽을 뚫는 남자>의 주인공 남경주씨.쇼노트 제공
“배우로서, 관객과의 약속을 지키는 것, 공연마다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제가 해야 할 몫이라고 생각합니다.” 2005년부터 공연한 뮤지컬 <아이 러브 유>는 2년 동안 단 세차례를 제외하고 총 600여회의 공연에 빠지지 않고 출연했다. <에비타> 출연을 앞두고는 두툼한 <체 게바라> 평전을 통독했다. “제 얼굴에 책임을 져야 하는 나이어서, 신중해지려고 해요. 과한 욕심도 부리지 않고요. 예전엔 작품 욕심이 많아 할 수 있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구별하지 못했어요. ‘빈 수레가 요란했다고 할까요?’ 작품의 배역 역시 밀도있게 채우지도 못했어요.” 한때는 물론 ‘시대가 변해 배우로서의 가치가 없어지는 것은 아닐까’ 걱정을 한 적도 있다. 1997년 벌여놓은 일과 팬들을 뒤로 한 채 <굿바이 콘서트>를 끝으로 훌쩍 미국행을 택했다. 여행하고, 브로드웨이 뮤지컬을 보며, 충분한 휴식을 취하며 남경주의 삶을 되돌아볼 수 있었다. 결론은 ‘기우’였다. 욕심을 버렸다. 한국뮤지컬대상에서 인기스타상만 여섯 차례 수상할 정도로 화려한 시절이 있었지만, 지금 그 자리가 조승우, 오만석, 엄기준의 차지가 됐어도 서운하지 않다. 그럼에도 그 어느 때보다 뮤지컬 제작편수와 관객이 늘었지만, 주인공은 인기가수나 탤런트 등이 채우는 일이 많아지고, 중년배우들의 설 자리가 좁아지는 현 상황에서 다시금 불안감이 엄습하지는 않았을까. “정말 한때는 그랬어요. 서운하기도 했고. 하지만 지금은 정말 아닙니다. 그 이유는 인기가 있었을 때나 지금이나 뮤지컬을 사랑하는 제 마음에 변화가 없기 때문이죠. 잘 나갈 때나 그렇지 않을 때나 마찬가지였구요. 전 전성기도 없었고, 한물 가지도 않았습니다.”
뮤지컬 <벽을 뚫는 남자>의 주인공 남경주씨.쇼노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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