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홍익대 근처 카페 벨로주에서 이한철과 더 박스 버스 라이더스(The Box Bus Riders)의 공연의 리허설을 하고 있다. 박수진 피디
[착한 콘서트 두드림] ‘깔삼보이’ 이한철
여행의 느낌 그대로 담아 3집 <순간의 기록> 발매
여행의 느낌 그대로 담아 3집 <순간의 기록> 발매
지난 주말, 여름비는 호기심에 가득찬 모습으로 오후 내내 대지를 적셨다.
살다보면 가끔은 ‘오늘의 날씨’와 ‘마음’이 닮기도 하는 법. 취재 수첩엔 가수 이한철씨를 인터뷰하려고 빼곡하게 나열된 글자들이 빗소리에 맞춰 춤을 춘다. 춤추는 질문들은 지난 밤, 잠 못 이루며 적었더랬다. 함께 일하는 김 피디는 캐물었다. “혹시 ‘사심’ 취재가 아니더냐?”고. “앗! 딱 걸렸다” 몰래 숨겨둔 사탕 하나를 까먹다가 들켜버린 기분이랄까.
지난 18일 오후 4시, 이한철과 더 박스 버스 라이더스(The Box Bus Riders)의 <빛의 하루>공연 리허설이 한창인 서울 홍익대 근처 카페에서 <착한 콘서트, 두드림(do dream)>의 여섯번째 주인공을 만났다. 사심 때문에 영원히 비밀로 남을 뻔 했던 여섯번째 두드림, 가수 이한철편의 인터뷰를 지금부터 하니티비 시청자들에게 공개한다.
[착한 콘서트 두드림] <슈퍼스타> 부른 ‘깔쌈보이’ 이한철
이한철은 2006년 발표한 “괜찮아, 잘 될거야. 너에겐 눈비신 미래가 있어”로 유명해진 국민 격려송 <슈퍼스타>로 2007년 한국대중음악상 ‘올해의 노래’, ‘최우스 팝싱글’ 부분의 2관왕을 차지했다. 1994년 MBC 대학가요제 대상을 수상한 계기로 가요계에 입문한 이한철은 언더와 오버, 솔로와 밴드를 끊임없이 넘나들며 독특한 음악세계를 만들어온 대표적인 싱어송라이터다.
1995년 솔로 활동과 더불어 포크와 하드록 사운드를 구사한 <밴드 지퍼>, 펑크와 라틴 음악으로 사로잡은 <밴드 불독맨션>, 록듀오 <하이스쿨 센세이션>, 싱어송라이터 프로젝트밴드 <주식회사>까지 다양한 장르의 밴드 멤버로 폭넓은 음악적 스펙트럼을 선보였다. 인디레이블 <튜브앰프>의 대표이기도 한 그는 2009년 봄, 15년 동안의 수많은 음악적 실험을 거쳐 만든 솔로 정규 3집 <순간의 기록>을 발매하며 본격적인 이한철표 음악을 선보이고 있다.
“안녕하세요? 이한철입니다. 노래하는 사람이구요. 간혹 라디오에도 나오고, 일년에 몇 번씩 텔레비전에도 출연하는 가수입니다.(웃음)” 이한철의 자기 소개는 짧고 간결했지만, 그의 노래처럼 친절함이 ‘뚝뚝’ 묻어났다.
현장에서 만난 <더 박스 라이더스>의 멤버들은 노래하는 이한철에 대해 한마디씩 거들었다. “무한 에너지.”(베이스 오영광), “관객 호응이 적은 공연에서도 단 두 마디로 관객들을 휘어잡는 카리스마 넘치는 보컬.”(드럼 신동훈) 맴버들의 칭찬에 이한철은 큰 소리로 웃었다. “그렇지 않아요. 예전에 젊었을 때는 그랬는데, 요즘엔…(웃음)”
-이한철씨를 아는 사람들은 ‘깔쌈보이’라고 부르는데?
“결혼 전에는 ‘깔쌈보이’라는 별명으로 활동을 했었는데요. 결혼 뒤엔 어지간해서는 제 입에 담지 않습니다. ‘보이(boy)’라는 말 때문에요. 경상도 사투리예요.
학교 다닐 때, 많이 썼던 말인데요. 깔끔하고, 쌈박한 복장을 하고 학교에 왔다거나, 아니면 어디가서 말을 똑부러지게 잘 했다거나 하면 친구들한테 “깔쌈한데”라고 하면서 너스레를 떠는 말이 ‘깔쌈’이예요. 느낌이 좋아서 몇 년전까지 사용했지요. 그런데 결혼을 해서….”
-팬들은 노래도 노래지만 어떻게 그렇게 어려보일 수 있는지 궁금해 하더라. 동안의 비결은?
“저 동안 아니지 않습니까? 눈가에 주름도 있고, 잘 보시면 얼굴에 기미도 있습니다. 동안이 아닌 것 같아서 대답을 잘 못해드릴 것 같아요. 그런데, 음악할 때 만큼은 잠깐 동안 소년이 되는 것 같아요. 노래하다가 즉흥적으로 장난기가 발동하고 표정도 해맑아지는 것 같아요.”
3집 <순간의 기록>…“여행의 느낌을 그대로 음악에 담아”
-2009년 봄, 데뷔 15주년을 맞아 3집 <순간의 기록>이 나왔는데, 어떤 앨범인가요?
“3집 음반 <순간의 기록>은 여행가서 만들었던 곡, 여행 다녀와서 느낌을 담아 만든 곡이 대부분이예요. 노래 제목에 여행지가 다 들어있어요. ‘동경의 밤, 밀라노의 여인, 세비아, 리빙시티 아바나’ 등이 있어요. 여행은 사람 마음을 감성적으로 만드는 것 같아요. 저도 그럴 때 곡이 많이 만들어지구요. 인생에서 여러가지 짜릿한 순간이 있지만, 특히 여행의 순간들이 기억에 많이 남고 그것이 삶의 재료가 되는 것 같아요. 그래서 그런 느낌을 앨범에 담았어요.”
-음악 외에 여행이 남긴 것이 있을 것 같은데?
“여행의 재미를 아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정말 여행 만큼 확실한 ‘삶의 링거’가 없는 것 같아요. 몸이 아프거나, 일상에서 스트레스를 받을 때, 링거 한방 맞는 것처럼 여행을 다녀오면 씻은 듯이 새롭게, 다시 태어난 듯, 자신이 리셋(reset)된 느낌을 얻을 수 있어요. 내 자신이 새로운 것을 접하는 것도 있지만 되돌아 올 때, 한동안 비웠던 내 자리가 새롭게 보여서 새로운 마음으로 시작해야지 하는 마음을 가질 수 있어서 좋은 것 같아요.”
- 이번 음반에서 개인적으로 아끼는 곡이 있을 것 같은데?
“개인적으로 세비아(Sevilla)라는 노래를 좋아해요. 여행에서 새로운 것을 경험하거나, 문득 가장 소중한 사람과 함께하지 못하는 게 아쉬울 때가 있잖아요. 스페인 남부에 위치한 문화도시 세비야에서 그런 생각이 들어서 가사에 잔잔하게 담았어요. 평소에 밝고 신나는 곡을 즐겨 불러요. 그러나 세비아는 굉장히 차분한 어조로 노래를 이끌어 가는 느낌이예요. 그렇다고 슬프지는 않아요.”
홍대, 공허해 싫었던 거리에서 음악적 발돋움
-홍대 앞을 떠나지 않는 이유가 궁금한데?
“홍대는 제게 가장 편한 공간입니다. 홍대 앞은 언제, 어디를 가나 공연할 수 있는 카페도 있고, 거리를 걷다가 뜻하지 않은 곳에서 만나는 길거리 뮤지션도 있어요. 으슥한 골목에 들어가 벽과 마주쳐도 이름 모를 예술가들이 꾸며 놓은 벽화도 있어요. 홍대 앞은 예술의 거리인 것 같아요. 제가 솔로 활동했던 99년까지 이 동네(홍대)에 잘 안왔어요. 공허한 느낌이 많아서요. 이후에 불독맨션 밴드 만들고 클럽에서 공연했는데, 저를 새롭게 발돋움하게 해준 장소입니다. 지금은 제가 믿는 구석이 이 동네인 것 같아요.”
“내 음악이 사회와 무관할 수 있을까요?”
-용산 참사 추모 콘서트 등 사회 참여에 함께하는 모습을 자주봤다. 앞으로도 그런 무대에서 자주 만날 수 있을지 궁금하다.
“음악에 정치적·사회적 메시지 등을 고려하지 않았는데, 몇 년 전부터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사람이 살면서 사회적 환경이 변화하고 정치적 이슈와 사회적 이슈가 쏟아져 나오는데, 내 음악이 과연 그것과 무관할 수 있을까? 그래서 앞으로도 생각을 같이 할 수 있다면 활동을 해야겠다고 생각해요. 거창하지는 않지만, 음악에 (사회적 메시지를) 보여드리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바야흐로 무더운 여름, 어떻게 하면 잘 보낼 수 있을까요?
“‘음악을 즐기는 것’이라는 평이한 답을 드릴 수 밖에 없네요. 저는 페스티벌 마니아입니다. 7월 말에도 지산락 페스티벌이 있고요. 10월엔 그랜드 민트 페스티벌도 있고요. 페스티벌 가서 놀면 습기고, 더위고 그런 것을 다 잊어버리는 것 같아요. 음악으로 느끼는 시원함이 저와 여러분을 시원하게 만들어 줄 수 있을 것 같아요.”
“소품집 시리즈 녹음…공연 많이 하고 싶다”
-올해 꼭 하고 싶은 일이 있을 것 같은데?
“올해는 공연을 무지하게 많이 해보고 싶어요. 저는 다작하는 편인데, 다작하는 만큼 많이 선보이거나 음반으로 만들지 못해서 (올해는) 재미난 형태로 곡을 많이 들려드리고 싶어요. 요즘 녹음하는 ‘소품집 시리즈’가 있어요. 빛깔나는 화려한 사운드는 아니지만, 제 음악을 소박한 모습으로 보여줄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해서 꾸준히 만들고 싶어요. 그것만 하기에도 바쁜 시간이네요.”
인터뷰 내내 왼쪽 어깨에 기타를 메고 가끔 하얀 덧니를 보이며 지치지 않는 열정을 한 곡의 음악처럼 들려준 이한철. 그는 8월29일 홍대 앞 브이홀에서 열리는 ‘이한철 월드투어 콘서트 7탄, 올라 쿠바 올래?’에서 “이 여름, 거뜬히 보내고 싶은 관객들을 초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한철의 3집 수록곡 중 ‘시내버스 로맨스’의 뮤직 비디오가 뜨거운 화제가 되고 있다. 싸이월드 <TV ON>으로 방송하는 리얼 퍼포먼스 프로그램 ‘인디 투 고(INDIE TO GO)’에 스물 세 번째 뮤지션으로 출연한 그는 종이상자 400여 개로 만든 버스 안에서 뮤직 비디오를 찍었다. 누리꾼들은 “독특하고 재미있는 발상”이라며 즐거워하고 있다. <착한 콘서트, 두드림>에서도 화제의 뮤직 비디오를 만날 수 있다. 글·영상 박수진 피디 jjinpd@hani.co.kr
이한철. <하니티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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