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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앵콜요청금지’…“끝나버린 사랑에 앵콜은 없다”

등록 2009-09-11 20:25수정 2010-06-01 14:43

인디 밴드 <브로콜리 너마저>가 지난 9월4일 서울 상도동 연습실에서 〈하니TV〉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왼쪽부터 덕원, 류지, 잔디, 향기)
인디 밴드 <브로콜리 너마저>가 지난 9월4일 서울 상도동 연습실에서 〈하니TV〉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왼쪽부터 덕원, 류지, 잔디, 향기)
〈하니TV〉와 함께하는 [아홉번째 두드림]
인디계의 ‘국민밴드’ <브로콜리 너마저>
아래 노래를 들어보시라. 어떤 밴드의 노래일까?

(가사) “친구가 내게 말을 했죠. 기분은 알겠지만 시끄럽다고. 음악 좀 줄일 순 없냐고.”

* 플레이버튼(▶)을 클릭하면 노래가 들립니다.

귓가에 울리는 명랑한 목소리에 볼륨을 낮출 수 없고, 멈출 수 없는 몸의 흔들림 충동을 느낀다면 당신은 음악을 아는 멋쟁이다. 첫 번째 힌트. 국민 남동생으로 떠오른 유승호가 출연해 유명해진 한 음료 광고에 쓰인, 이 밴드의 배경 음악은 친근하고 감미롭다. 이 정도에서 정답을 맞췄다면 당신은 진정 인디 음악을 사랑하는 ‘인디 마니아’다.

두 번째 힌트. 아래의 재생 단추를 꼭 누르시라.


“아무리 사랑한다 말했어도 다시 돌아올 수 없는, 그때 그 마음을 부른다고 다시 오나요.”

* 플레이버튼(▶)을 클릭하면 노래가 들립니다.

노래 제목은 ‘앵콜요청금지’다. 어두운 다락방 2층 골방에 켜둔 라디오에서 자주 흘러나올 법한 노래다. 이 밴드의 한 팬은 이 노래를 듣던 순간의 전율을 이렇게 표현했다.

“삶의 일부였던 그녀와 이별하던 순간, 참을 수 없이 끔찍한 배고픔을 느꼈다. 그 순간 귓가를 때렸던 앵콜요청금지. 배고픈 영혼에 대한 따스한 위로였다.”

‘이별의 아픔을 가장 뜨겁게 위로해준다’는 평가를 듣는 이 밴드. 도대체 누구일까?

이별의 아픔을 가장 뜨겁게 위로해주는 밴드

인디밴드 <브로콜리 너마저>는 우리에게 뚜벅뚜벅 다가오는 사랑과 이별의 이야기를 보편적인 노랫말에 담아낸다. 2005년부터 홍대 클럽에서 서서히 이름을 알렸다. 2008년 12월 발매한 1집 <보편적인 노래>을 지금까지 6만장 팔아치우는 기염을 토했다. 매체를 통한 홍보없이 순전히 음악성만으로 이뤄낸 ‘인디계의 쾌거’다.

이쯤되니 주류 쪽 매체들도 뒤늦게 숨은 진주의 진가를 알아봤다. 그들의 대표곡 ‘앵콜요청금지’는 인기 단막극의 엔딩곡으로, ‘이웃에 방해되지 않는 선에서’는 잘나가는 TV 광고의 배경음악으로, 지상파 시청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그래도 신비주의 전략일까? 지난 봄부터 줄곧 요청해왔던 <하니TV> 인터뷰를 정중히 거절했다.

“멤버들 사정으로 인터뷰는 물론이고, 공연 역시 계획이 없다”며 손사래를 쳤다. 한마디로 ‘인터뷰 요청금지’. 애가 탔다.

그런데 살랑살랑 가을바람이 부는 어느 날, 그들이 드디어 <착한 콘서트, 두드림>의 데이트 요청에 응했다. 서울 봉천동에서 상도동으로 둥지를 옮긴 뒤 보금자리인 ‘합주실’을 <두드림>에 처음 공개하겠다는 선물과 함께.

상상마당과 브로콜리 너마저가 공동기획한 ‘상상마당 7월의 주크박스’ 에서 공연하는 브로콜리 너마저
상상마당과 브로콜리 너마저가 공동기획한 ‘상상마당 7월의 주크박스’ 에서 공연하는 브로콜리 너마저

브로콜리 너마저의 ‘약간 수줍은’ 인터뷰

듣는 것, 보이는 것이 다는 아닌 법. 그들과의 데이트는 영상으로 다 담기에 벅찼다. 인터뷰에 앞서 잘 나가는 인디 밴드에 대한 독자들의 관심도 컸다. <두드림> 시청자들로부터 사전에 받은 질문지엔 궁금한 사연들이 수북이 쌓였다. 잔디(키보드), 윤덕원(보컬), 류지(드럼), 향기(베이스). 멤버들과의 수줍고 화기애애했던 인터뷰는 순전히 시청자들의 열화와 같은 성원의 결과물이다. 아래 인터뷰 전문은 그에 대한 보답이다.

-밴드 이름이 재밌다. 어떻게 지었나?
=(잔디) 200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공연을 하루 앞둔 날인데 밴드 이름이 없었다. 덕원, 잔디, 현호(현재 ‘장기하와 얼굴들’ 드러머) 등 멤버 셋이서 밴드 이름짓기 난상토론을 벌였다. 이름이 나오면 노트에 받아 적었는데, 후보 물망에 오른 것만 수 백개였다. ‘구파발 물미역’, ‘덩기덕 쿵덕’, ‘엄마 재 흙먹어’, ‘저 여자 눈 좀 봐’, ‘황금박쥐’, ‘좌우 호박’…. 그 중 하나가 ‘브로콜리 너마저.’ 기억에 남았고, 그냥 좋았다.

-<브로콜리 너마저> 모든 가사를 보컬인 윤덕원씨가 쓰던데, 개인적인 경험을 가사에 많이 쓰나?
=(덕원: 두 볼에 예쁜 보조개가 있었다) 연애 경험을 바탕으로 만들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선험적인 가치’에 대해서 이야기 하고자 할 뿐이다. 실제 있었던 일을 동기로 삼아 만든 노래도 있지만, 동성 친구와 이야기를 다룬 노래 등은 실제 경험과 다르다고 할 수 있다. (어쨌든) 우리의 음악을 많이 사랑해주셔서 감사하다.

-멤버들이 유독 수줍음이 많은 것 같다. 그런 순수함이 음악으로 이어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평소 모습과 성격이 궁금하다.
=(류지: 처음으로 마이크를 잡고 이야기했다) 원래 수줍음이 많은 성격이긴 하다. 그렇다고 일상 생활에서 항상 수줍음이 많지는 않다.

=(잔디: 전직 의료인 출신인 그는 멤버들의 성격을 의학적으로 분석한다) 성격이 다들 비슷하다. 멤버들의 성격을 ‘내향성’과 ‘외향성’의 기준으로 나눠보면 ‘내향성’인 것 같다.

=(향기) 수줍다기 보다는 낯을 많이 가린다. 공연이나 인터뷰는 낯선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는데, 수줍다기 보다는 낯을 많이 가린다. 하지만 일단 낯을 트고 나면 새로운 인격이 나온다. 하하하.

=(덕원) 보통 성격이다.

“우린 같이 있으면 식욕이 왕성해진다”

-밴드를 하면서 행복할 때는 언제인가?
=(잔디) 보통 이런 질문에는 공연에서 ‘관객들의 호응이 좋을 때’라고 해야 하는데, 우린 같이 있으면 식욕이 왕성해진다.
=(류지) 아침에 일어나 합주실에 나올 때, 같이 점심을 먹을 수 있는 사람들이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 때 행복하다.
=(향기) 되게 만족스럽게 먹고 나서, 맛있게 후식도 먹고나서, 그리고 합주실에 들어와서 같이 합주를 할 때, 행복하다. 배고플 때 합주하면 얼마나 힘든데. 하하하

-반대로 힘들 때는?
=(덕원) 박한 수입과 불확실한 미래, 주위의 싸늘한 시선, 합주하다가 더울 때….

-앨범 판매량이 늘어난 뒤, 돈은 좀 벌었나? 첫 월급으로 가장 먼저 한 일은?
=(향기) 앨범 판매 수익금이 들어온 다음에 바로 기타를 샀다.
=(잔디) 부모님께 선물을 드렸다. 처음으로. “음악을 해서 돈을 벌어왔구나”라며 신기해 하시더라.
=(류지) 저도 악기를 샀다. (뒤에 드럼을 가리키며) 저 드럼.
=(덕원) 농어촌 학자금 무이자 대출을 갚았다.

“앨범 팔아 번돈으로 농어촌 학자금 대출 갚았다 ”

인터뷰 질문이 절반쯤 남았을 때, 웃음 폭탄을 날린 것은 류지였다. 류지에게 ‘밴드 생활을 시작하면서 달라진 점은 없을까’라고 물었더니, “매일 연습실에 와야 하니까 전보다 생활이 규칙적으로 바뀌었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그는 애써 “전보다 규칙적”이라고 2번을 강조했다. 순간 멤버들의 웃음보가 터졌다. 5분 동안. 덕원은 “(류지가) 일주일에 한 번은 규칙적으로 오후 3시에 일어난다”며 배꼽 잡은 이유를 털어놨다. 그래도 류지는 “감사합니다”라고 인터뷰를 마쳤다. 꿋꿋하다.

같은 질문에 잔디의 대답은 어른스럽다. “밴드는 20대 초·중반의 중심축이었다. 음악을 위해 끊임없이 창의적으로 생각 해야하니까. 늘 (창작의) 고민을 하게 되는 것 같다.”

-기다리는 팬들이 많다. 앞으로 계획이 궁금하다.
=(덕원) 현장에서, 늘 발을 떼지 않고 활동할 수 있길 바란다. 그게 음악적으로든, 경제적으로든, 장기적으로 우리 밴드의 체질에도 맞는 방식이라고 생각한다. 클럽 공연을 통해서 지속적으로 활동하려고 한다. 지난 4월부터 몇 차례 선보였던 기획 공연이 <브로콜리 너마저>의 자연스러운 길이 아닐까 생각한다.

- 브로콜리 너마저의 새 음반은 언제쯤 만날 수 있나?
=(덕원) 새 음반에 들어갈 곡을 고르고 있다. 몇 곡은 작업에 들어갔다. 그렇지만, 언제 새 앨범이 나올지 확신할 수 없다. 조금만 더 기다려달라.

-<하니TV> 시청자들에게 한마디.
=(덕원) 어수선한 시국에 요즘 세상살기 쉽지 않다. 이럴 때일수록 서로에게 힘이 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주위를 돌아보면서 우리 스스로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향기) 신문 많이 보세요.
=(류지) 하니TV도 많이 시청해주세요. 하하하

걸어온 길보다 장래가 더 기대되는 인디계의 ‘국민밴드’ <브로콜리 너마저>. 팬들의 바람처럼 ‘지금 이 모습 그대로’ 우리 곁에서 ‘따뜻한 위로를 아끼지 않는 음악을 들려주길’ 기대한다. 글·영상/ 박수진 피디 jjinpd@hani.co.kr

# <브로콜리 너마저> 인디 음악의 새 역사 쓰다

브로콜리 너마저 보컬 윤덕원씨 ‘그랜드 민트 페스티벌 2008’ 무대에서 노래하고 있다 사진제공 ‘그랜드 민트 페스티벌’
브로콜리 너마저 보컬 윤덕원씨 ‘그랜드 민트 페스티벌 2008’ 무대에서 노래하고 있다 사진제공 ‘그랜드 민트 페스티벌’

2005년 8월, 덕원과 잔디, 현호가 밴드를 구상하고 계피(지금은 탈퇴)가 합류했다. 2005부터 2006년 겨울까지 준비기간을 거쳐 첫 데모 음반인 <봄이 오면/꾸꾸꾸>를 발표했다. 2006년 가을, 류지(드럼)와 향기(베이스)가 새 식구로 합류했다.

-2007년 10월 첫 비정규음반(EP) <앵콜요청금지> 발매
-2008년 12월 첫 정규 음반 <보편적인 노래>를 발매해 지금까지 6만여 장 판매
-2009년 4월 ‘라이브클럽 빵’에서 기획공연 ‘잔인한 사월 늦은 아홉시’로 활동을 시작, 4차례 ‘만원공연’ 등 흥행 대박
-2009년 4월 두 번째 데모 <잔인한사월> 발매

#착한 콘서트, 두드림(do dream)은?

지난 5월, <하니TV> 개국과 함께 선보인 ‘착한 콘서트, 두드림(do dream)’은 인디 음악인들의 이야기와 음악을 소개하는 음악+인터뷰 프로그램이다. 현재까지 캐비넷 싱얼롱즈, 아마도 이자람 밴드, 치즈스테레오, 좋아서 하는 밴드, 악퉁, 이한철과 더 박스 버스 라이더스, 국카스텐, 어쿠스트릿 등 실력있는 인디 음악인들이 다녀갔다. 앞으로도 홍대 앞에서 지치지 않는 열정으로 노래하는 뮤지션들의 음악과 이야기에 귀를 기울일 예정이다. 출연요청 jjinp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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