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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루저의 인생역전 꿈꾸며 달빛을 쳤다

등록 2009-11-30 14:46수정 2010-06-01 14:45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
[착한 콘서트 ‘두드림’] 〈14〉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
작사 작곡 연주 노래, 혼자서 ‘따로 또 같이’
투정으로 세상과 소통하면 축배의 그날까지
 

“나를 연애하게 하라. 사랑하게 하라. 뜨겁게 활활 타오르게 하라.” (‘나를 연애하게 하라’ 중)

그는 왼쪽 어깨에 비스듬히 베이스 기타를 걸치고 조금 떨리는 목소리로 관객을 향해 공개적인 작업(?)을 시작했다. “너희들, 외롭구나. (웃음)” 그는 “작업에도 정석은 있다”고 했다. 바로 ‘진심’이란다.

드러머의 양손에 들린 스틱은 다시 입을 맞춘다. 탁. 탁. 탁. 탁! 외로움을 잊게 하는 경쾌한 리듬이 공연장을 채웠다.

“어쩌면 좋아, 사는 게 왜 이렇게 힘들어. 오늘은 위로를 받아야겠어. 두려움 없던 그 시절로 돌아가 보는 거야.” (‘축배’ 중)

그때, 관객석에서 한 여성이 훌쩍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걱정스런 마음에 “무슨 일 있느냐”고 물었다. 그는 “노래가 깊은 위로가 됐다”고 눈물을 훔쳤다. 첫 만남의 ‘떨림’을 ‘울림’으로 바꿔버리는 넉넉한 인상의 그 남자의 정체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 공개 ‘작업’에 여성 관객 훌쩍…킹 오버 더 루저, 오늘도 홈런


작사, 작곡, 기타 연주, 노래를 혼자서 다 하는 원맨밴드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 그는 유일한 멤버인 자신을 ‘달빛요정’이라고 소개했다.

“여러분도 잘 아시다시피 제가 ‘루저’로 잘 알려져 있잖아요. 킹 오브 더 루저. (웃음) 제 공연에는 재수생이나 남성이 많이 오거든요. 그래서 보통 공연 때, 노래를 하면 ‘우 어어∼’하는 목소리가 많이 들리는데, 오늘은 여성분들이 많아서 ‘꺄아악∼’ 소리도 들리네요. 흥분이 되네요. 하하하.”

객석을 채운 청춘들은 오른손 주먹을 꽉 진 채 엄지손가락을 추어올렸다. 그리고 무대를 향해 몸을 날렸다. 한 관객은 “달빛요정은 진심을 담은 음악으로 오늘도 홈런을 쳤다”고 추켜세웠다.

무대를 빠져나온 달빛요정은 진지했다. 또 거침없이 솔직했다. “콤플렉스가 많은 것은 나쁜 게 아니에요. 사람들이 느끼고 있는 다양한 정서를 더 깊이 이해할 수 있어요.” 그는 “자발적 패배자들을 향해 위로하는 음악을 부르고 있다”며 “하지만, 민중가요처럼 불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음악이 좋아도 라면만 먹고는 못살아~”

“아무리 음악이 좋아도 라면만 먹고는 못살아. 고기반찬∼” (‘고기반찬’ 중)

그를 다시 만난 것은 11월 세 번째 주, 금요일 밤이었다. 공연을 마친 달빛요정과 그의 친구들을 만났다. 노래의 가사처럼 그들은 고기를 찾았다. “고기를 많이 준다”고 소문난 고깃집으로 향했다. ‘의리파’ 달빛요정은 “멤버들 소개도 잊지 말아달라”는 당부를 잊지 않았다.

기타리스트 이동훈씨는 “귀농생활에 푹 빠져있는데 달빛요정의 공연이 부쩍 많아져 서울행이 잦아졌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베이스 장혁조씨는 홍대 인디신에서 가장 바쁜 베이시스트로 통한다. 남성 4인조 락밴드 ‘한음파’ 소속이지만, 동료들은 “실력이 출중해 러브콜이 쇄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드러머 양제신씨는 남성 3인조 락밴드 ‘지하드’ 출신이다. 특이사항은 동방신기의 윤노윤호를 닮았다는 것. 멤버 중의 일부가 고개를 끄덕였다. “현재 직장인 밴드에서 활동하고 있다”는 유승혜씨는 건반 악기와 코러스로 달빛요정을 빛내주고 있다. 내년에 나올 음반 준비에 바쁘지만 틈틈이 달빛요정을 돕고 있다. 이렇게 5명의 친구들이 달빛요정의 공연에 언제라도 달려와 무대를 빛내주는 ‘동지’들이다.

# 홍대 인디밴드 생활 10년차 배터랑이 낸 앨범 3장

“만나서 반갑습니다.” 맑은 소주잔은 “짠! 짠! 짠!” 서로 부딪히며 몇 차례 비워졌고, 이내 경계가 풀어졌다.

달빛요정의 ‘행정 명’은 이진원이다. “이진원은 어떤 사람이냐”고 물으니, “나이가 조금 많고, 미혼이고, 군필, 방위입니다.(어허허) 평범한 동네 아저씨 같은 사람이다(어허허)”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말끝에 연방 너털웃음을 잊지 않는다.

달빛요정의 발자국을 따라가 보니 홍대 인디밴드 생활 10년차의 고단함이 그대로 묻어났다. 2004년 첫 번째 앨범 ‘인필드 플라이(Infield Fly)’을 만들었고, 1년 만에 1599장을 팔았다. 반응이 나쁘지 않았지만 여전히 사는 게 팍팍했다. 2006년 두 번째 앨범 ‘스코어링 포지션’을 냈다. 달빛요정은 “나름 러브송도 있고, 쓸쓸한 인생 고민을 농담하듯 털어놨지만 실은 이를 악물었다”고 그 시절을 회상했다. 2008년 세 번째 앨범 ‘굿바이 알루미늄(Goodbye Aluminium)’은 더 힘든 산고를 겪었다. “음악을 그만둘까도 생각했던 시기라서 그 심정이 앨범에 고스란히 녹아있다”고 말했다. 어느새 인디밴드 생활 10년 차, 홍대 인디신의 베테랑인 달빛요정의 음악과 인생에 대해 물었다. 그렇게 밤이 깊어갔다.

영상·글 박수진 피디 jjinpd@hani.co.kr


◈만나보니

“전투적인 음반 하나 준비했는데, 감옥에 갈지…”
원래 계획 ‘러브송’앨범, 시대의 반란같아 포기
‘스끼다시 내 인생’ 만루홈런인데 방송은 ‘퇴장’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

-원맨 밴드. 외롭지 않나?

=천성적으로 외로움을 못 느껴요. (웃음) 예전엔 도와주는 사람이 없어서 1인 밴드였지만, 요즘엔 부탁하면 다들 들어주니까 고맙죠. 제가 술을 많이 삽니다.

-밴드 이름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 음악과 어떤 관계가 있나?

=어릴 적 쓰던 아이디가 달빛요정이었어요. 통신 아이디였죠. 어느 날, 제 인생이 너무 우울하다는 생각이 들어 노래를 만들었는데, 그게 1집에 실린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이죠. 절 위해 만든 노래였어요. 지금 제 나이나 비주얼에는 어울리지 않지만, 제가 추구하는 음악과 그 노래 제목이 닮아서 아직까지 쓰고 있습니다.

-언제, 어떻게 음악을 시작했나.

=중학교 때, 한국에 헤비메탈이 유행했어요. 부활, 백두산, 시나위 등이 본격적으로 활동했고, 전 락 밴드가 하고 싶었죠. 그때만 해도 기타 들고 다니면 혼났어요. 부모님은 대학에 들어가면 기타를 사주겠다고 하셨죠. 전 돈을 모았고 기타를 샀어요. 대학에 입학한 뒤, 음악 동아리 ‘뚜라미’(홍익대 창작곡 연구회)에 들어가 본격적으로 음악을 시작했어요. 욕심이 생겼죠. 지하방에서 독학도 많이 했어요. 그렇게 10년 정도 혼자서 음악을 하다가 서른이 훌쩍 넘어서야 음반을 내겠다고 결심을 했고, 지금까지 이렇게 하고 있습니다.

# 음악은 진정성, 언젠가 통할 날 있을 것

-달빛요정에게 음악이란.

=‘세상에 대한 투정 같은 것’이라고 할 수 있죠. 그것이 어느 순간엔 사랑이기도 하고, 세상에 대한 외침이기도 하고, 결국 저 자신입니다.

-인디 밴드 생활 10년 차, 기억에 남는 일은?

=1집 앨범 작업 당시에는 2000장 아니면 시디를 찍을 수 없었어요. 공장에서 시디 100개씩 담긴 박스 20개가 제 방으로 왔어요. 그때가 가장 기억에 남아요. 어쨌든, 1년 만에 다 팔았다는 거 아닙니까. 저는 가장 훌륭한 사람입니다. (하하하) 1집, 내 이름으로 음반이 나왔을 때가 가장 뿌듯했어요.

-노래를 만들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전 음악에 진정성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진심으로 노래를 부르는 게 제 목표이자, 꿈이죠. 제가 노래를 만드는 순간만큼은 최대한 진심으로 다가갈 수 있게 만들려고 애쓰고 있어요.

-진심은 통했나?

=아직까지도 인디 바닥에서 굴러먹고 있으니까. (웃음) 어느 순간엔 진심이 통할 때가 있겠죠. 그 희망으로 사는 것 같아요.

# 가요작법 중에 한 획을 그은 불후의 명곡인데…

-자신의 노래 중 ‘불후의 명곡’을 뽑아 달라.

=1집에서 유명했던 곡 ‘스끼다시 내 인생’은 제가 생각해도 가사를 잘 쓴 것 같아요. 가요작법 중의 하나의 획을 그었다고 스스로 뿌듯해 하는 노래입니다. 3집은 제가 음악을 그만둘까도 생각했던 상태에서 만들어서 조금 우울한 곡이 많은데, 그 심정이 잘 표현된 ‘치킨런’이란 노래가 있어요. 그 곡들을 가장 좋아합니다.

- ‘스끼다시 내 인생’은 방송심의에 걸려서 방송이나 라디오 등에서 들을 수 없는 곡이 됐는데.

=제가 방송활동을 하는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사실 조금 아쉽긴 하죠. 제 노래 중 가장 히트곡인 노래 두 곡 ‘스끼다시 내 인생’과 ‘절룩거리네’가 방송에 나오지 못하니까. 어쩌겠어요. 자기들이 싫으면 틀지 말아야죠.(웃음)

-음반 발매도 되지 않은 ‘축배’라는 곡이 공연 때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곡을 소개해 달라.

=‘축배를 들어라. 오늘을 위해서, 내일을 향해서.’ (‘축배’중) 앞으로 3년이 남았어요. 2012년엔 축배를 들 날이 오겠죠. 대한민국 월드컵 4강과 같은 꿈만 같은 일이 벌어졌을 때를 상상하고 만든 노래에요. 하지만, 올해 5월 고인(노무현 전 대통령)을 보내고 생각이 바뀌었죠. 앞으로 정의롭게 살아야겠다고 다짐했어요. 나름 추모곡인 셈이죠. 이제껏, 제가 만든 노래 중에서 따라부르기 가장 쉬운 곡이에요. 즐거운 자리에서 불렸으면 좋겠어요.

# 가난하게 하더라도 죽을 때까지 하자

-스스로 ‘루저’라고 한다. 왜 그런가.

=키도 작고, 뚱뚱하고, 나이도 많고, 연봉도 적고. 그러니까… . 예술을 통해서 느낄 수 있는 다양한 감성이 있지만,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음악을 통해 행복하고, 즐거움을 느끼고 싶어하는 것 같아요. 그런데 제 노래의 가사 말은 팍팍한 현실을 끄집어내니까, 그 노래를 자기 이야기인 것처럼 듣는 것이죠. 그래서 오해 아닌 오해를 받는 것 같기도 하고. 음악을 하면서 마땅한 호칭이 없는데, 잘된 것 같아요. ‘난쟁이’ 이런 것보다 나아요. (웃음) 키는 약간 콤플렉스가 있거든요. 그런데 나이가 드니까 그런 관심도 은근히 즐기게 되네요.

-동안의 비결이 궁금한데.

=원래는 더 동안이었는데 살이 쪄서….(웃음) 어릴 때부터 동안이긴 했어요. 낙천적으로 살아서 그런 것 아닐까요. 고민이 많긴 하지만, ‘다 잘될 거야’라는 주문을 걸죠. ‘언젠가는 남들처럼 돈 벌면서 음악 할 수 있을 거야.’ 술 담배를 안 했으면 더 동안이었을 텐데.

-꿈은?

=음악을 시작 하면서 목표는 ‘가난하게 음악을 하더라도 죽을 때까지 음악 하자’였어요. 후회 없이. 개인적은 목표는 행복해지는 것이죠. 저는 행복해지고 싶어서 음악을 선택한 거예요.

-앞으로 계획이 궁금한데.

=2010년 1월쯤, 앨범이 하나 나옵니다. 미니앨범입니다. 원래 계획은 ‘러브송’이 들어간 어쿠스틱 앨범을 내려고 했는데, 이 시대에 그런 음악을 하는 것은 시대에 대한 반란이란 생각이 들었죠. 전투적인 음반을 하나 준비했는데, 과연 감옥에 갈지는 잘 모르겠네요.(웃음) 참, 수필집도 나옵니다. 2012년 축배를 들기 위해서 열심히 음악을 해야겠죠.

-<하니티브이> 시청자 여러분께

=요즘, 사는 게 만만치 않습니다. 공존만이 세상을 아름답게 하는 것 같아요. 서로서로 나눴으면 좋겠어요. 박수진 피디

◈착한 콘서트, 두드림(do dream)은?

지난 5월, <하니TV> 개국과 함께 선보인 ‘착한 콘서트, 두드림(do dream)’은 인디 음악인들의 이야기와 음악을 소개하는 ‘음악+인터뷰’ 프로그램이다. 현재까지 캐비넷 싱얼롱즈, 아마도 이자람 밴드, 치즈스테레오, 좋아서 하는 밴드, 악퉁, 이한철과 더 박스 버스 라이더스, 국카스텐, 어쿠스트릿, 브로콜리 너마저, 뜨거운 감자, 보드카레인, 노리플라이, 오! 부라더스,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 등 실력 있는 인디 음악인들이 다녀갔다.

인디음악의 메카인 홍대 클럽을 중심으로 200여 개 팀이 활동하고, 40여 개 음악 레이블(기획사)의 모임인 ‘서교음악자치회’(회장 최원민)가 인디음악의 부흥을 위해 애쓰고 있다. 200여 개의 팀을 모두 인터뷰하는 그날까지…. ‘두드림’은 지치지 않는 열정으로 노래하는 인디음악인들의 이야기와 연주에 귀를 기울일 예정이다. 출연 요청은 jjinp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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