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계 ‘불황 독감’ ‘엄마 열풍’ 그나마 위안
2009 무대예술 돌아보니
2009년 공연계는 경기 불황에 신종플루 악재가 겹쳐 여느 해보다 힘든 한해를 보냈다.
환율 상승에 따른 제작비·경비 부담, 전염병 확산 우려로 대형 연주회와 축제들이 줄줄이 취소됐다. 그렇지만 국외 주요 콩쿠르에서 유망주들이 잇따라 반가운 입상 소식을 전해오기도 했다.
■ 불황 이겨낸 ‘엄마 연극’들 상반기부터 <친정엄마와 2박3일>을 시작으로 ‘엄마 연극’ 열풍이 뜨거웠다. <친정엄마와 2박3일>이 연장 공연을 거듭하자 <손숙의 어머니>와 박정자 주연의 <엄마는 오십에 바다를 발견했다> 등이 가세하며 중년 여성관객들을 모았다. 삶이 어려울수록 엄마의 품과 가족의 온기가 그리워지는 것이 인지상정. 하반기에도 <엄마, 여행갈래요?>, <엄마들의 수다>, <엄마를 부탁해> 등이 ‘엄마 연극’ 열풍을 일으키고 있다.
■ 명동 연극시대 다시 꽃피나? 올 6월 서울 옛 명동 국립극장이 34년 만에 명동예술극장으로 부활한 데 이어 ‘한국 현대연극의 메카’였던 남산드라마센터도 남산예술센터로 새롭게 문을 열었다. 두 극장이 ‘소극장 실험극’의 산실인 삼일로창고극장과 함께 1970년대 명동 시대의 부활을 이끌어낼지 관심이 쏠린다.
■ 대형 뮤지컬의 아이돌 바람 뮤지컬계에서 인기 아이돌그룹의 스타마케팅이 뜨거웠다. 빅뱅의 승리가 뮤지컬 <샤우팅>에 출연한 것을 시작으로, 슈퍼주니어의 예성과 성민이 각각 창작뮤지컬 <남한산성>과 <아킬라> 무대에 나서 20대 여성팬들을 끌어들였다. 에프티아일랜드의 보컬 이홍기가 <한 여름 밤의 꿈>에, 소녀시대의 제시카가 <금발이 너무해>에 캐스팅되어 화제를 모았다. 아이돌 가수팬들을 관객으로 확보하려는 뮤지컬 제작사의 의도와 새 엔터테이너의 길을 개척하려는 아이돌 스타의 이해가 맞물려 아이돌 바람은 앞으로도 거셀 것으로 보인다.
■ 유망주들의 콩쿠르 입상 피아니스트 손열음씨가 밴 클라이번 콩쿠르에서 준우승하며 북미 진출의 발판을 마련했다. 피아니스트 조성진씨와 바이올리니스트 박혜윤씨는 각각 일본 하마마쓰 콩쿠르 최연소 우승과 뮌헨 아에르데(ARD)콩쿠르 우승이라는 결실을 따내며 샛별로 떠올랐다.
발레계에도 희소식이 잇따랐다. 국립발레단의 이동훈씨와 김리회씨가 ‘발레올림픽’이라 알려진 모스크바 국제발레콩쿠르에서 시니어 듀엣 부문 은상을, 김기민·채지영씨는 주니어 부문 은상과 특별상을 석권했다. 또 뉴욕국제발레콩쿠르에서는 시니어 여자부문 동상(이용정)과 남자부문 특별상(김기완), 유스아메리카그랑프리에서는 남자 시니어 솔로 1위(최영규)와 듀엣 부문 1위(최영규·원진호) 등의 수상 소식이 전해졌다. 아메리칸발레시어터의 발레리나 서희씨는 올 7월 미국 뉴욕 메트로폴리탄에 오른 전막발레 <로미오와 줄리엣>의 주역으로 첫선을 보였다.
정상영 기자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