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라이즈 밴드’로 활동하는 우승민.
[착한 콘서트 ‘두드림’] 〈16> 올라이즈 밴드 우승민
‘존(尊)나게 재수없어’ 등 까칠한 엽기로 데뷔
드럼 치는 여자 꼬드겨 미인계 써서 밴드생활
‘존(尊)나게 재수없어’ 등 까칠한 엽기로 데뷔
드럼 치는 여자 꼬드겨 미인계 써서 밴드생활
1월 17일 일요일 오후 7시 36분. 휴대폰으로 문자 한 통이 날아 들었다.
“어딥니까? 바쁘십니까. 술 한 잔 할까요?”
그를 만나기 위해 버스를 두번 갈아탔다. 마음이 바빴다. 버스는 꽉 막힌 도로 위에서 꼼짝을 못한다. 결국 약속시간보다 한 시간쯤 늦었다. 나중에 알게된 사실인데, 그와는 같은 마포구 주민이다. 더 정확히 말하면 현재의 거주지가 ‘만인의 아지트’가 된 홍대 인근의 지역이다. 인터뷰를 한다기보다 동네에 마실 나가서 푸근하게 한바탕 수다를 떤 느낌이다.
# 앉자마자 대뜸 “술 잘 합니까?”… ‘술+이야기 폭탄’ 음악주 홀짝홀짝
약속 장소인 ㅎ포장마차. 그는 여러 사람들 속에 둘러싸여 있었다. 언제부턴가 ‘홍대’와 가까운 거리에서 살고있다는 이유만으로, 고향을 떠나 고단한 서울살이를 함께하고 있다는 이유만으로도 낯선 사람들은 그렇게 친구가 됐다.
왼쪽 볼에 와닿는 시선을 느끼는 순간 누군가 그의 이름을 불렀다. “와~ 저기! 올밴 (올라이즈 밴드의 줄임말)이다.” 그와의 두 번째 만남이다.
그를 처음 만난 것은 1월 14일 오후, 역시 홍대 근처에 있는 ‘푸른 굴뚝’이란 어쿠스틱 전문 라이브 클럽에서였다. 그 날, 올라이즈 밴드는 통기타의 부드러운 곡선을 치면서 한대수의 ‘행복의 나라로’를 열창했다. 그리고, 진지하게 인터뷰도 했다.
“오셨습니까. 오늘도 일했습니까?” 다시 만난 그는 검은색 정장 차림이었다. 어느 방송 프로그램에서 그는 파란색 추리닝을 입고 어깨에 통기타를 메고 구부정하게 앉아 있었다. 눈익은 그 모습이 아닌 그의 새로운 변신에 조금 놀랍다. 팍팍! “친구 결혼식이 있어가지고요. 끝나고 왔습니다. 오랜만에 술 한 잔 하고 싶어서. 그 때(첫 번째 만남) 집이 홍대 근처라고 들었던 것 같아서 연락해 봤어요.” 한쪽 구석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잘 하셨어요. 그래서 부담없이 왔어요.” “술 잘 합니까?”라고 그가 대뜸 묻는다. “잘 모릅니다, 주량을…”이라고 아리송하게 답한다. “첫 잔은 ‘원샷!’ 입니다.” 짠! “반갑습니다.” 그렇게 인터뷰는 술에 이야기를 탔는지, 아님 이야기에 술을 섞었는지, 아무튼 ‘폭탄’이 됐다. # 역시 방송의 힘이란! ‘무릎팍 도사’ 출연 뒤 더욱 유명세 두 잔째. 잔을 가득 채운 소주를 한 모금 마셨다. 달달하다. 안주는 매운 닭발. 뭐든 가리지 않지만 닭발만큼은 엄두가 나지 않는다. ? : 어떻게 지냈어요? 올밴 : 뭐, 똑같습니다. 먹고, 자고. 늘 똑같죠. 사는게. ? : 고향이 부산이라고 했죠? 그럼, 서울에는 언제 올라왔어요? 올밴 : 2000년도인가. 기획사에 계약이 되어가지고, 앨범 내려고 올라왔습니다. ? : 당시에 ‘엽기 밴드’로 유명했었죠? 1집에 있는 ‘존(尊)나게 재수없어’, ‘뭘 째려보니’ 등을 저도 들어봤는데요, 그때만 해도 세상에 대한 시선이 ‘까칠(?)’ 하던데요. 참, 그때 그 곡들이 방송에도 소개되고, 화제가 많이 됐었죠? 올밴 : 네, 알아보는 사람이 많긴 하더라고요. 역시 방송의 힘이란! 사실 그 전에도 공중파 방송에 몇 번 출연했어요. ‘화제집중’, ‘리얼 코리아’ 같은 다큐 프로그램에 많이 출연했는데요. ‘무릎팍 도사’에 출연한 다음부터 사람들이 더 많이 알아보는 것 같습니다. ? : 서울에 올라온지 오래 됐네요. 힘든 일은 없었어요? 올밴 : 저 같은 경우는 1집 앨범을 낼 때, 대형 기획사에서 연락이 왔어요. 그 때는 ‘야! 이제 다 끝났구나. 아이고 참, (내가 서울가면) 이제 다 죽었다!’ 그런 마음으로 올라왔는데요. 이쪽 일이 쉬운 게 아니더라고요. 처음엔 아무 것도 모르고 올라왔으니까. 다른 연예인들처럼 사람들에게 이용도 많이 당하고, 잘 모르니까요. 그 때부터 고생을 좀 많이 했죠. 친구에게 신세를 지고, 매일 라면만 먹고요. 먹는 걸 잘 못 챙겨서 결핵에 걸린 적도 있어요. # ‘갈매기 공화국’ 끼리끼리 부대끼다보니 부산 말투 그대로
세 잔째. 껍질을 깨끗하게 벗긴 당근이 테이블 위에 올려졌다. 다시 잔을 비우고, 잘근 잘근 당근을 씹으며 질문을 던졌다.
? : 참, 부산에서 올라온 뮤지션들끼리 모임이 있다고 하던데요.
올밴 : ‘갈매기 공화국’이라고요. 부산 출신 밴드들 모임이 있거든요. ‘피아, 에브리 싱글 데이, 레이니썬’ 등이 있고요. 해마다 만나서 공연을 같이 했습니다. 또 우리끼리 친하게 지내고 맨날 이렇게 부산 놈들만 만나다보니까 서울 온지 10년이 지났는데, 말투가 안 고쳐 지더라고요. (웃음)
# 그런데 나한테 뭐 물어봤습니까?
네 잔째. 일요일 밤인데도 포장마차엔 사람들이 북적였다. 가끔씩 그는 알아보는 사람들에게 눈 인사를 보냈다. 다시 소주 잔을 들고 ‘건배’를 한다. 이야기 ‘안주’를 계속 주고받는다.
? : 그런데, ‘올라이즈 밴드’ 는 무슨 뜻이예요?
올밴 : 에이 엘 엘 (All), 엘 아이 이 에스 (Lies), ‘다 거짓이다’ 라는 뜻이예요.
어릴 적에 포크송을 많이 듣고 자랐는데요. 왜, 포크송이 멜로디도 아름답고, 노래 가사도 아름답지 않습니까. 중학교 때 쯤인가. 재즈를 접하다가, 한국 재즈 중에 “영자야~” 로 시작 되는 노래들 있지 않습니까. 그게 예전에 삼청교육대나 군대에서 나온 노래 거든요. 그런 노래들을 자꾸 듣다보니까요. 분명히, 세상이 잘못된 것을 지적하는 노래인데, 또 서민들의 애환 같은 노래인데. 정말 아름다운 것이 무엇일까라는 딜레마에 빠지게 되더라고요.
아름다운 멜로디에 아름다운 가사로 꾸며서 만드는 ‘아름답기 위해서 만드는 노래’와 있는 사실을 그대로 거르지 않고 만든 음악 중에 어떤 것이 과연 더 아름다운 것일까. 이렇게 고민에 빠져서 많은 방황을 했었죠. 그러니까…. 그런데, 나한테 뭐 물어봤습니까? (웃음)
? : 아, 밴드 이름과 뜻이? (궁금하다고 묻고 있죠.)
올밴 : 그래서 세상에서 다른 사람들이 보지 않는 것을 보고, 다른 사람들이 가사로 쓰지 않는 것을 해보자라고 생각해서 (올밴의 음악을) 하게 됐죠.
# 믿으실지 모르겠지만, 원래 전공은 ‘보컬’
다섯 잔째. 긴장이 허물허물해지고 있다. 그는 점점 속 깊은 이야기를 꺼내보였다. 딱딱함과 물렁함의 그 어름에서 꽃이 피어난다 . 어떤 테이블에서는 ‘웃음 꽃’이 피었고, 또 다른 곳에서는 ‘눈물 꽃’이….
? : ‘올밴’은 언제, 어떻게 시작하게 됐어요?
올밴 : 대학 다닐 때, 실용 음악과를 다녔는데요. 믿으실지 모르겠지만, 제 전공이 ‘보컬’이 거든요. (웃음) 많은 분들이 제 전공을 기타 아니면 작곡으로 생각하시는데. 수업 때, 팀을 만들지 않습니까. 이것(친구)들이 내하고 안 하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주위에 친한 애들을 꼬셔가지고 팀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죠.
일단, 드럼 치는 여자 친구를 하나 꼬드겨가지고 둘이 팀을 만들었고. 그 아이가 예쁘장하게 귀엽게 생겼었거든요. 이놈아를 이용해가지고, 미인계를 써가지고 기타 치는 친구를 또 한 명 섭외했죠. 세 명이서 반지하를 구해서 연습실을 만들었어요. 악기도 세팅하고.
그런데, 그 때는 학생이다 보니까 돈이 없지 않습니까. 월세는 계속 내야하는데, 유지가 안 되더라고요. 올라이즈 밴드 생활은 6개월 정도 했어요. 사실, 활동이랄 것도 없고요. 공연을 두 번 정도 했거든요. 월세만 내다가 뭐, 해체됐죠.
? : 그런데, ‘올밴’이란 이름을 가지고 계속 활동하는 이유가 있어요?
올밴 : 밴드 이름을 만들었을 때의 느낌과 밴드 이름의 진정성이 변함없이 느껴지고 있고, 지금도 그런 음악을 하고 싶거든요.
? : 혹시 누군가가 밴드에 지원한다면 받아줄 건가요?
올밴 : 지금도 계속 멤버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사실은 1년 반째, 구하고 있습니다. (웃음)
# ‘야동 보다가 나도 한 번 찍어보고 싶다’는 그런 심정으로
여섯 잔째. 음악 이야기를 꺼내자 그의 동그란 눈은 더욱 반짝반짝 빛났다. 조용조용하던 목소리에 미세한 떨림도 느껴진다. 그래도 편안하다. 마치, 친한 친구의 옛날 이야기를 듣고 있는 것 같다.
? : 어릴 적에 어떻게 음악과 인연이 됐어요?
올밴 : 제가 75년 생이거든요. 그 때는 ‘현진영과 와와, 나미, 소방차’ 등이 활동했던 시대인데, 제가 어릴 적에 할머니 집에서 살다보니까. 삼촌, 고모들하고 같이 살았거든요. 그러다 보니까. 친구들이 좋아하는 대중음악을 못 접했지요. 지금 생각해보면 포크송을 많이 듣고 자란 것이 계기가 되지 않았나 싶더라고요.
‘산울림, 트윈폴리오’, 또 당시에 활동했던 ‘시인과 촌장’을 참 좋아했었거든요. 그 때 듣던 음악에 영향을 받은 것 같더라고요. 포크송을 들으면 마음이 움직이고. 이 표현이 적절할지 모르겠는데, ‘야동을 보다가 나도 야동을 한 번 찍어보고 싶다’ 뭐, 어릴 적에 그렇게 철없는 생각을 해보지 않습니까. 음악을 듣기만 하다가 노래를 한 번 불러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고, 그러다가 기타를 치게 됐거든요. 기타 치고 노래를 하다보니까, 나도 내 음악을 해보고 싶어서 음악을 시작하게 됐습니다.
# 아이고, 참. 그냥 예! 나의 일기 같은 그런 거…
일곱 잔째. 다시 잔을 가득 채웠다. 그렇게 각 1병씩 비웠다. 소주 한 병은 360㎖이다. 소주 잔으로 약 일곱잔 반이 나온다. 뭔가 섭섭하다. 음악에 대한 이야기가 섭섭함 사이를 채운다.
? : 좋아하는 뮤지션은 누구예요?
올밴 : 시인과 촌장의 하덕규 선배님, 정말 좋아하고요. 또 한대수 할아버지요. 한국 최고의 히피라고 생각하고요. 한영애 아줌마, 송창식 아저씨. 그리고 또 들국화의 최성원 선배. 와, 정말. 80년 대에 음악을 하던 분들을 항상 존경하고 있지요.
? : 한대수 선생님과 같이 공연하면 좋겠어요.
올밴 : 그런 기회가 생기면 당장 달려가겠습니다. (웃음)
? : ‘올밴’에게 음악은 뭐예요?
올밴 : 아이고, 참. 그냥 예! (수줍은 웃음 뒤) ‘나의 일기’ 같은 거예요. 내가 이렇게 편하게 얘기해주는 것처럼. 피터 폴 앤 메리(Peter Paul and Mary)가 그런 얘길 했거든요. ‘포크 음악’이란 옆집 친구가 들려주는 이야기, 아버지가 아들에게, 오빠가 동생에게 들려주는, 훈훈한 이야기. 그것이 포크라고. 저도 그렇게 생각하면서 음악을 하고 있어요.
# “여기요! 소주 두 병만 더요”, 콜록콜. 에이취∼
“여기요! 소주 두 병만 더요.” 그 순간, 가게 점원이 어느 테이블로 들고 향하던 냄비에서 매운 냄새가 흘러나왔다. 사람들의 코를 자극하기 시작했다. 콜록콜록. 에이취∼ 에이취∼ ‘앵콜’을 요청하듯 여기저기서 기침 소리가 이어졌다. 빨갛게 달아 오른 그의 얼굴에 피식 웃음이 새어 나온다. 왜 웃느냐니까 그냥 마저 환하게 한참을 웃는다. 이빨은 8개나 보였다
? : 가장 아끼시는 곡이 뭔가요?
올밴 : 음악을 만들 때, 누구에게 보여주고 싶어서 만든 적이 없어요. 그래서 제 앨범 중에 어떤 음악을 들어도 항상 애착이 가고, 그 노래를 들으면 그 때 그 시절의 추억들이 생각나서 참 좋아요.
# 음반 제작부터 판매까지 직접…음악활동은 계속 은밀하게
여덟 잔, 아홉 잔째. 취기가 소리없는 아우성처럼 속으로 파고 든다. 그를 알아 본 사람들이 “우리랑도 한 잔 하자”고 말을 던진다. 그는 팬이라며 자신을 찾아오는 낯선 사람들과 스스럼없이 잘 어울리는 정이 많은 사람이었다
? : 음반 제작부터 판매까지 직접 한다고 들었는데, 욕심이 많은 거 아니예요? 이유가 있나요?
올밴 : 2000년에 1집 앨범을 낼 때부터 그렇게 해왔고요. 제가 운영하는 미니홈피를 통해서 음반을 판매했거든요. 방송을 시작하면서 기획사와 계약을 하게 됐을 때, 회사에서는 뮤직비디오도 멋지게 찍고, 음반도 잘 만들고 싶어하지 않습니까. 그런데 그건 왠지 저랑 잘 안 맞는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하던대로 하겠다고 했죠. 그게 제일 자연스럽고, 자연스러운 게 제일 멋진 것 같더라고요. 제가 낯을 많이 가려가지고요. 그래서 음악활동은 계속 은밀하게 진행하고 있습니다.
? : 그럼, 은밀하게 다음 앨범을 작업하고 있어요?
올밴 : 예, 저는 집에서 혼자 앨범 작업을 하다 보니까요. 지금 계속 준비 중입니다. 은밀하게. (웃음)
? : 언제쯤 새 앨범을 만날 수 있어요?
올밴 : 아마, 올 봄 쯤. 기대하셔도 좋습니다. (웃음)
# 황현희 찾아와 “남보원!” 외치며 원샷…“유명해지니까 안 좋은 일 더 많아”
열 잔째. 그의 동료이자, 아랫 집에 산다는 개그맨 황현희씨가 찾아왔다. 그 자리에 함께 있던 모든 사람들은 반가운 마음으로 일제히 ‘원샷’을 했다. 남보원!(남성보장인권위원회)을 외치면서. 술자리 분위기는 최고조로 무르익었다. 사람들이 마음이 술술 풀리고 있었다. 그도 고민을 풀어놓았다. 음악에 대한 고민, 방송에 대한 고민, 그리고 삶에 대한 고민까지….
? : ‘무릎팍 도사’ 출연 뒤로 달라진 점이 있나요?
올밴 : (기다렸다는 듯이 말문을 열며) 주위에서 저를 보는 시선이 많이 달라진 것 같더라고요. 저는 그대로인데, 항상 그 자리에 있는데, 주위 사람들이 “변했네” 하니까 속상하죠. 유명해지는 게 좋은 일이 아니구나라는 생각이 들 때가 많이 있죠. 사실은 유명해져서 좋은 일보다 안 좋은 일이 아직은 더 많은 것 같아요.
# “다음 번에는 마음 다 바쳐서 사랑하지 말자”며 서로 끄덕끄덕
열한 잔째. 술은 사람들을 대책없이 솔직하게 만든다. 모두 다 외롭고, 사실은 힘들고…. 느닷없이, 아니 어쩌면 자연스러운 이야기가 잔을 채워간다. 만인의 공통적인 관심사이자, 고민 덩어리 ‘사랑, 사랑, 사랑’. 두 번째 손가락으로 테이블을 툭툭 내려치면서 그가 불쑥 “예쁜 여자가 좋아요. 손과 발이 작은 예쁜 여자”라고 했다. 그렇게 한 참을 넋두리처럼 풀어놓다가 “다음 번에는 마음을 다 바쳐서 사랑하지 말자”는 결론 서로 고개를 끄덕인다.
? : 동료 결혼식에 다녀왔다고 했는데, 결혼하고 싶지 않아요?
올밴 : 고민이 좀 돼요. 자꾸만 나이를 먹고 있으니까. 그런데, 결혼은 쉽지 않은 것 같아요. 저는 누굴 만나면 굉장히 오랫동안 만나는데요. 연애를 시작할 때, 정도 많이 주고, 또 책임감도 크게 느끼는 것 같아요.
? : 연애할 때, 그런 책임감이 나쁜 건 아니잖아요.
올밴 : 그런데, 어느 순간엔 상대방을 책임져야 한다는 부담감을 갖는 것 같아요. 그것도 진심인데. 또, 헤어지면 상처도 많이 받고. 왜 그런지는 잘 모르겠는데, 그렇게 다시 반복하고…. 누군가의 마음을 얻는 건 참, 어렵지 않습니까.
# 술잔 꺾으니 ‘버럭’…“올핸 돈 좀 벌어 돈 지랄 한 번 제대로…”
열두 잔, 열세 잔째. 그는 음악을 만들 때가 가장 재미있고, 기분이 좋다는 뻔(?)한, 어쩌면 자기최면(?)같은 소리을 했다. 마치 연습실에서 새로운 노래를 만드는데 몰두하는 사람처럼 신이 나 있다. 그러다가 아차!, 내일은 월요일, 다시 시작되는 한 주가 슬슬 걱정스럽다. 어느새 한 병 반째. ‘원 샷!’ 뒤, 표정은 우스꽝스럽게 찌그러진다. “크∼ 씁니다.” 술잔을 꺾으니 “지금 뭐하시는 거냐”며 ‘버럭’ 한다. “내일 출근 시간이 몇 시에요? 난 아침 여섯시 삼십 분부터 ‘일밤’ 녹홥니다.”
? :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어요?
올밴 : 가수나 개그맨으로 기억되기 보다는 친한 오빠나 동생, 친구와 같은 사람으로 기억해주었으면 좋겠습니다.
? : 올 해 꼭 해보고 싶은 일이 있어요?
올밴 : 2010년에는 일단, 돈을 좀 벌어가지고요, ‘돈 지랄’ 한 번 제대로 해보고 싶은데. 돈을 좇는 사람에겐 돈이 안 오더라고요. 올해는 돈을 좀 벌어가지고 주위에 어려운 사람들을 제가 좀 챙겨야지요.
열네 잔째. 막잔이다. 잔을 비우고 난 시간은 자정이 넘어 12시 21분 쯤. 소주를 각 2병씩 마신 뒤, 다음을 기약했다. 그는 어릴 적, 연필로 꾹꾹 눌러 쓴 일기장을 다 가지고 있다고 했다. 오늘 날짜의 일기에 그는 뭐라고 쓸까?
박수진 피디 jjinpd@hani.co.kr
사진제공 이기태(www.leekitae.com).
“오셨습니까. 오늘도 일했습니까?” 다시 만난 그는 검은색 정장 차림이었다. 어느 방송 프로그램에서 그는 파란색 추리닝을 입고 어깨에 통기타를 메고 구부정하게 앉아 있었다. 눈익은 그 모습이 아닌 그의 새로운 변신에 조금 놀랍다. 팍팍! “친구 결혼식이 있어가지고요. 끝나고 왔습니다. 오랜만에 술 한 잔 하고 싶어서. 그 때(첫 번째 만남) 집이 홍대 근처라고 들었던 것 같아서 연락해 봤어요.” 한쪽 구석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잘 하셨어요. 그래서 부담없이 왔어요.” “술 잘 합니까?”라고 그가 대뜸 묻는다. “잘 모릅니다, 주량을…”이라고 아리송하게 답한다. “첫 잔은 ‘원샷!’ 입니다.” 짠! “반갑습니다.” 그렇게 인터뷰는 술에 이야기를 탔는지, 아님 이야기에 술을 섞었는지, 아무튼 ‘폭탄’이 됐다. # 역시 방송의 힘이란! ‘무릎팍 도사’ 출연 뒤 더욱 유명세 두 잔째. 잔을 가득 채운 소주를 한 모금 마셨다. 달달하다. 안주는 매운 닭발. 뭐든 가리지 않지만 닭발만큼은 엄두가 나지 않는다. ? : 어떻게 지냈어요? 올밴 : 뭐, 똑같습니다. 먹고, 자고. 늘 똑같죠. 사는게. ? : 고향이 부산이라고 했죠? 그럼, 서울에는 언제 올라왔어요? 올밴 : 2000년도인가. 기획사에 계약이 되어가지고, 앨범 내려고 올라왔습니다. ? : 당시에 ‘엽기 밴드’로 유명했었죠? 1집에 있는 ‘존(尊)나게 재수없어’, ‘뭘 째려보니’ 등을 저도 들어봤는데요, 그때만 해도 세상에 대한 시선이 ‘까칠(?)’ 하던데요. 참, 그때 그 곡들이 방송에도 소개되고, 화제가 많이 됐었죠? 올밴 : 네, 알아보는 사람이 많긴 하더라고요. 역시 방송의 힘이란! 사실 그 전에도 공중파 방송에 몇 번 출연했어요. ‘화제집중’, ‘리얼 코리아’ 같은 다큐 프로그램에 많이 출연했는데요. ‘무릎팍 도사’에 출연한 다음부터 사람들이 더 많이 알아보는 것 같습니다. ? : 서울에 올라온지 오래 됐네요. 힘든 일은 없었어요? 올밴 : 저 같은 경우는 1집 앨범을 낼 때, 대형 기획사에서 연락이 왔어요. 그 때는 ‘야! 이제 다 끝났구나. 아이고 참, (내가 서울가면) 이제 다 죽었다!’ 그런 마음으로 올라왔는데요. 이쪽 일이 쉬운 게 아니더라고요. 처음엔 아무 것도 모르고 올라왔으니까. 다른 연예인들처럼 사람들에게 이용도 많이 당하고, 잘 모르니까요. 그 때부터 고생을 좀 많이 했죠. 친구에게 신세를 지고, 매일 라면만 먹고요. 먹는 걸 잘 못 챙겨서 결핵에 걸린 적도 있어요. # ‘갈매기 공화국’ 끼리끼리 부대끼다보니 부산 말투 그대로
공연 도중 열창하는 우승민.
‘올라이즈 밴드’로 활동하는 우승민
사진제공 이기태(www.leekita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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