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콘서트 두드림] 〈20〉여성 싱어 송 라이터 ‘시와’
아이들 특수교육 전공하다 음악치료 눈 떠
착한 노래로 ‘북 콘서트’ 단독공연 열 계획
아이들 특수교육 전공하다 음악치료 눈 떠
착한 노래로 ‘북 콘서트’ 단독공연 열 계획
덜컹 덜컹. 멀리서 들리는 요란한 소리에 눈길이 갔다. 당산철교를 지나가는 지하철 소리였다. 한참 동안 그 모습을 바라보던 두 여자, 이내 눈이 마주쳤다.
“지하철 타고 한강 위를 건널 때,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서 문에 코를 박고 밖을 내다봐요.”
푸핫! 한 여자가 수줍게 고백했다. 앗! “사실은, 저도 그래요.” (웃음)
알고 보니 한 동네 이웃이었던 두 여자, 성큼성큼 발걸음을 옮겼다.
참, 두 여자 소개를 깜박했다. 한 사람은 여성 싱어 송 라이터 ‘시와’(본명 강혜미). 또 한 사람은 한강을 보고 있으면 (아직도!) 마음이 설레는 3년 차 서울 시민.
지하철 타고 한강 건널 때 창문에 딱 달라붙는 두 여자 순식간에 삭막한 도심 속을 빠져나온 것 같았다. 거친 강바람은 뺨을 때리고 갔지만, 다행히 봄 햇살은 따뜻했다. 통기타를 든 시와와 카메라를 든 피디는 마음 가는 대로 발걸음을 옮겼다. 한 사람은 질문을 하기로 했고, 또 한 사람은 그 질문에 친절하게 답해주기로 소박한 약속을 했다. - 시와라는 이름으로 활동하고 있는데. 무슨 뜻이에요? ♬ 홍대 앞에 ‘시와’ 라는 맥주집이 있었어요. 거기서 공연도 하고, 전시도 하고 그랬죠. 언젠가 노래를 하게 되면 시와에서 공연을 하고 싶다는 꿈이 있었어요. 어느 날, 그 가게가 문을 닫았죠. 안타까운 마음에 시와라는 이름을 쓰고 있습니다. 참, 시와는 이집트 사막의 이름이기도 해요. 그 바의 주인이 이집트 시와 사막에 다녀와서 이름을 지었다고 했어요. 이집트에 한번 가보고 싶을 뿐이고! (웃음) 클럽 ‘빵’에 공연 보러 갔다가 오디션, 용감한 실패
- 음악은 언제, 어떻게 시작하게 됐어요?
♬ 어릴 적부터 막연하게 노래하고 싶다는 생각은 했었어요. 그런데 특별한 재능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하는 일이란 생각이 들어서 선뜻 나서지 못했어요. 노래패에서 활동하면서 용기를 냈죠.
‘특수교육’을 전공했는데요. 만나는 아이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게 뭘까 생각하다가 ‘음악치료’를 알게 됐어요. 본격적으로 음악치료를 공부하고, 직접 음악치료를 받아보기도 했었죠. 그때부터 곡을 만들게 됐어요. 덕분에 이렇게 노래할 기회도 얻게 되고, 앨범도 내게 됐죠.
- 첫 공연하던 날, 기억나요?
♬ 홍대에 있는 클럽 ‘빵’에 공연을 보러 갔다가 오디션을 보게 됐어요. 그때가 2006년 겨울이었죠. 아마. 한참 음악치료를 배우고 있었던 터라 기타 연주나 작곡 실력이 많이 부족했어요. 다른 뮤지션이 가지고 온 기타를 빌려서 무대에 올라갔어요. 그 땐 어디서 그런 용기가 났는지. (웃음) 무대에서 자작곡을 불렀는데, 마이크를 들고 노래하는 제 목소리가 앰프를 통해서 강렬하게 들려오는 거예요. 그런 경험은 처음이었는데, 짜릿하게 온몸이 떨렸어요.
첫 오디션은 탈락했지만, 두 번 더 도전을 했죠. 그 뒤로 계속 공연을 하게 됐습니다. 와! 벌써, 4년 전 일이네요. (웃음)
미리듣기 공개하고 손 벌리니 250명이 선입금
- 3월 25일에 첫 앨범을 냈죠. 소개 좀 해주세요.
♬ 첫 앨범은 ‘소요(逍遙)’라는 이름을 지었어요. 소요는 목적지 없이 천천히, 여유롭게 이리저리 거니는 것을 뜻하는 말이래요. 마포도서관에서 책을 읽다가 그 단어를 알게 됐어요. 제 노래를 들으시는 분들이 계시는 곳이 어디든, 여유롭게 천천히 걷는 기분으로 즐겨주셨으면 하는 마음에 소요라고 지었어요.
- 첫 앨범 나오기까지 기억에 남는 일이 많았을 것 같아요.
♬ 2007년에 발매한 미니(EP)앨범 수익으로 1집 앨범 제작을 시작했어요. 물론 그때도 사비를 탈탈 털어서 만들었죠.
첫 앨범 작업을 하다 보니까 욕심도 나고, 제작비가 많이 들게 됐어요. 어느새, 제 통장은 마이너스가 되고…. (웃음) 후반작업 비용이 만만치 않더라고요. 그래서 홈페이지와 향뮤직을 통해서 미리듣기를 공개하고, 입금을 해달라는 내용을 남겼더니 250여 명 되는 분들이 선입금을 해주셨어요. 덕분에 무사히 후반작업을 마치고 앨범이 나왔죠. (웃음) 여러 사람의 좋은 마음이 앨범 제작에 도움을 준 것 뿐 아니라, 제 마음에도 큰 힘이 됐어요. 그 마음 잊지 않고, 꿀을 모으는 벌처럼 성실하게 노래하고 싶어요. 고맙습니다.
- 앨범을 직접 배달하기도 한다면서요.
♬ 그건 배송비 좀 아껴보려고 시작한 건데…. (웃음) 나를 알고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 감사했어요. 홍대 근처에 있는 몇몇 사람들에게 직접 앨범을 전달했죠. 어느 날엔 홈페이지에 ‘가수 투 에니 원(2EN1)이 배송 이벤트를 하는 것보다 반가웠다’는 후기가 올라왔죠. 참, 고마웠어요.
길상사 돌계단서 영감 얻어…봄은 늘 잔인
- 앨범 타이틀 곡은 뭐예요?
♬ ‘랄랄라’ 라는 곡입니다. 미니앨범(EP)에 ‘길상사에서’란 노래가 있어요. 두 곡 모두 길상사에서 만들었죠. 3년 전쯤인가. 마음이 좋지 않은 날이었는데, 평소에 앉아 있던 돌계단 말고, 반대편 자리에 앉아서 제가 즐겨 앉던 자리를 바라보다가 영감을 얻었죠. 그래서 그 자리에서 바로 노래를 만들었거든요. 음악을 듣는 분들께 그때 저의 느낌이 고스란히 전해질지 무척 궁금합니다. 제가 만든 뮤직비디오도 있는데, 꼭 한번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 유독 마음이 가는 곡이 있어요?
♬ 그때그때 달라요. (웃음) 요즘 ‘잘가, 봄’이란 곡에 애착이 가요. 어느 해부턴가, 봄엔 기분이 좀 가라앉았어요. 봄이 오면 벚꽃도 피고, 개나리꽃도 피잖아요. 꽃은 아름다운데, 전 초라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꽃이 지기 시작하고 날씨가 조금씩 더워질 때부터 기분이 좋아지는 것 같아요. 그런 마음을 노래한 게 ‘잘가, 봄’이란 곡인데요. 공연 때, 많이 부르고 있어요.
- 올 봄도 빨리 지나갔으면 좋겠어요?
♬ 아, 이번 봄은 예외예요. 사실, 요즘처럼 열심히 살아본 적이 없었던 것 같아요. (웃음) 첫 음반 발매하고 뭐든 적극적으로 하게 되더라고요. 봄에 느꼈던 우울함도 전혀 느껴지지 않고요. 시간의 흐름에 따라 봄이 가고, 여름이 오면 좋을 것 같아요.
‘전형적인 여성 싱어 송 라이터’, 그게 단점이자 장점
- 시와씨의 첫 앨범 비평을 읽어보면 ‘위로’, ‘치유’ 등 몇 가지 공통적인 키워드가 눈에 띄는데요. 의도하신 건가요?
♬ 의도적으로 치유를 위한 음악을 만들지는 않아요. 그것은 전문가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다만, 저는 제 안에서 차오르는 이야기를 노래로 만들 뿐이에요. 사실, 그 노래가 오히려 저한테 큰 위로가 되더군요. 제 음악을 들으시는 분들에게 위로가 될 수 있다면 좋죠. 노래를 만든 보람을 더 많이 느낄 수 있을 것 같아요.
- ‘여성 싱어 송 라이터’로서의 삶은 어때요? 궁금한데요.
♬ 많은 분이 여성 싱어 송 라이터에 대한 기대를 하고 있더라고요. 착한 노래랄지, 내면을 들여다보는 사색적인 가사, 차분한 목소리, 기타를 안고 노래를 하는 모습 등…. 사실은, 제가 가지고 있는 모습이 그게 다에요.
지난해에 여성 싱어 송 라이터 여러 명이 앨범을 냈는데, 평가가 모두 비슷비슷하더군요. ‘기존의 전형적인 여성 싱어송 라이터와는 다른 것이 있어 그게 참 매력적’이란 거였죠. 사실, 이 대목에서 많은 고민에 빠졌어요. 전 여성 싱어 송 라이터의 전형적인 모습밖에 없는데, 과연 이 모습대로 음악을 해도 괜찮을까 하는 고민을 했어요. 그때, 저의 프로듀서인 오지은씨와 결론을 냈죠. ‘전형적인 여성 싱어 송 라이터라고 불리면 어떠냐? 그것이 장점일 수도 있는데….’ 그래서 그것을 잘 살려보자고 합의를 봤죠.
- 주변에 든든한 지원군이 많은 것 같아요.
♬ 그러게요. 전 복 받은 사람이에요. (웃음) 제 앨범을 예약 주문하는 분들, 제 음악에 귀 기울여 주는 분들, 앨범을 제작해주는 오지은씨 등 주변에 도와주는 분들이 참 많아요. 늘 고맙죠.
다음달 ‘밑줄긋기, 옮겨적기, 마음에 담아두기’ 첫 선
- 또 다른 지원군도 있나요?
저희 부모님이요. (웃음) 아마, 제가 훨씬 어렸을 때 음악을 하겠다고 했으면 반대하셨을지도 모르겠어요. 왜냐면, 그때는 부모님도 젊으셨으니까요. 외람되지만, 살면서 느끼는 게 있어요. 나이가 들수록 부모님의 지혜가 더 깊다는 걸 요즘 많이 느끼고 있어요. 늦은 나이에 음악을 시작해서 그런지. 부모님께서 이해도 많이 해주시고, 도움도 많이 주시는 것 같아요.
- 본업이 선생님이라고 들었어요. 다시 아이들과 만날 계획이 있나요?
♬ 네, 7월부터 학교에 다시 나갈 예정이에요. 아이들 만나는 걸 참 좋아해요.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음악도 놓치지 않고, 두 마리 토끼를 다 잡는 시와가 되도록 노력할 겁니다.
- 마지막으로, 앞으로 계획이 궁금해요.
♬ 제가 직접 기획한 단독공연을 하고 싶어요. 제가 읽은 책에서 받은 영감이나 느낌을 음악으로 나누고 싶어요. 벌써 이름도 생각했어요. ‘시와의 북 콘서트’ (웃음) 소제목도 있어요. ‘밑줄 긋기, 옮겨 적기, 마음에 담아두기.’ 이런 제목으로 북 콘서트를 열려고 합니다. 아니, 열고 싶습니다. (웃음) 혹시 공연 포스터나 광고를 보시면 공연장에 와주세요. 공연장에서 더 많은 분을 만나고 싶네요.
뒷얘기가 궁금하시다면!
인터뷰를 마친 뒤, ‘시와’는 기타를 들고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공원은 금세 작은 콘서트장이 됐다.
‘미루나무’ 란 이름표를 달고 있는 나무를 올려다보니 꼭대기엔 조각 같은 구름이 걸려 있었다. 5월27일 홍대 근처 라이브클럽 ‘쌤’에서는 시와의 단독 공연이 열린다. ‘밑줄긋기, 옮겨적기, 마음에 담아두기’ 첫 선을 보이게 되는 날이기도 하다. 선착순이니, 서두르시기 바란다.
글·영상 박수진 피디 jjinpd@hani.co.kr
◈ 시와가 쓴 ‘이럴 땐, 이런 음악!’
2010년 3월에 발매된 ‘시와’의 첫 앨범 소요 중에서 골랐습니다. 하던 일 잠시 멈추어봐요. 이 노랠 들어요. 기분 좋은 일이 생길 거에요! 그럼, 플레이 버튼(▶) ‘꾹’ 눌러보세요.
♩ 트랙3. ‘랄랄라’
서울 성북동에 있는 절, ‘길상사’를 참 좋아합니다. 이 곡은 어느 따뜻한 봄 날, 길상사의 풍경을 바라보며 만들었어요.
한참, 길상사 돌계단에 앉아 있다가 반대쪽으로 자리를 옮기고, 뭔가 발견한 것 같았어요. 그 자리에서 가사와 멜로디를 만들었습니다. 잊어버리지 않으려고 무던히 애썼던 기억이 납니다.
시와의 미니앨범(EP) ‘시와’에도 실린 곡입니다. 당시 앨범에는 보너스 트랙 삼아서 가벼운 마음으로 녹음해서 실었어요. 다시 공을 들여서 이번 앨범에도 넣었습니다. 이번에는 아름다운 피아노 연주와 함께 서툴게 분 오카리나 소리가 들어있습니다. 들어보세요!
♩트랙6. ‘잘가, 봄’ 봄이 오면 우울합니다. 겨울을 보낸 뒤, 찾아오는 봄은 반가우면서도 반갑지 않아요. 예쁘게 핀 벚꽃을 보면서 질투하기도 합니다. 벚꽃이 지고 난 뒤의 시간은 제게 다시 활기를 불어넣어 줍니다. 팍팍! 아, 참. 이번 봄은 예외랍니다.
♩트랙8. ‘어떻게 해야 할 지 모를 때’ <한겨레신문>에 공지영 작가와 일본의 츠지 히토나리 작가가 공동으로 연재하던 소설이 있었어요. ‘먼 하늘 가까운 바다’란 소설. (나중에 ‘사랑 후에 오는 것들’로 출판) 그걸 읽다가 마음에 ‘쿵’하고 다가오는 구절이 있었어요. 그 영감을 받아 노래를 만들었답니다. 혹시, 공지영 작가님에게 누가 될까 봐 녹음 전에 정중한 메일을 보냈는데, 답장이 오지 않았어요. 작가님은 장편 집필중이었죠. 그러던 어느 날, 기다리고, 기다리던 소식이 날아들었습니다. 2010년 2월7일 공지영님께 답장을 받았습니다. ‘가사 잘 쓰셨네요. 그대로 쓰세요’라는 글과 함께. 행복했습니다!
박수진 피디
지하철 타고 한강 건널 때 창문에 딱 달라붙는 두 여자 순식간에 삭막한 도심 속을 빠져나온 것 같았다. 거친 강바람은 뺨을 때리고 갔지만, 다행히 봄 햇살은 따뜻했다. 통기타를 든 시와와 카메라를 든 피디는 마음 가는 대로 발걸음을 옮겼다. 한 사람은 질문을 하기로 했고, 또 한 사람은 그 질문에 친절하게 답해주기로 소박한 약속을 했다. - 시와라는 이름으로 활동하고 있는데. 무슨 뜻이에요? ♬ 홍대 앞에 ‘시와’ 라는 맥주집이 있었어요. 거기서 공연도 하고, 전시도 하고 그랬죠. 언젠가 노래를 하게 되면 시와에서 공연을 하고 싶다는 꿈이 있었어요. 어느 날, 그 가게가 문을 닫았죠. 안타까운 마음에 시와라는 이름을 쓰고 있습니다. 참, 시와는 이집트 사막의 이름이기도 해요. 그 바의 주인이 이집트 시와 사막에 다녀와서 이름을 지었다고 했어요. 이집트에 한번 가보고 싶을 뿐이고! (웃음) 클럽 ‘빵’에 공연 보러 갔다가 오디션, 용감한 실패
여성 싱어송 라이터 ‘시와’. 사진가 주성용 제공.
여성 싱어송 라이터 ‘시와’. 사진가 주성용 제공.
♩트랙6. ‘잘가, 봄’ 봄이 오면 우울합니다. 겨울을 보낸 뒤, 찾아오는 봄은 반가우면서도 반갑지 않아요. 예쁘게 핀 벚꽃을 보면서 질투하기도 합니다. 벚꽃이 지고 난 뒤의 시간은 제게 다시 활기를 불어넣어 줍니다. 팍팍! 아, 참. 이번 봄은 예외랍니다.
♩트랙8. ‘어떻게 해야 할 지 모를 때’ <한겨레신문>에 공지영 작가와 일본의 츠지 히토나리 작가가 공동으로 연재하던 소설이 있었어요. ‘먼 하늘 가까운 바다’란 소설. (나중에 ‘사랑 후에 오는 것들’로 출판) 그걸 읽다가 마음에 ‘쿵’하고 다가오는 구절이 있었어요. 그 영감을 받아 노래를 만들었답니다. 혹시, 공지영 작가님에게 누가 될까 봐 녹음 전에 정중한 메일을 보냈는데, 답장이 오지 않았어요. 작가님은 장편 집필중이었죠. 그러던 어느 날, 기다리고, 기다리던 소식이 날아들었습니다. 2010년 2월7일 공지영님께 답장을 받았습니다. ‘가사 잘 쓰셨네요. 그대로 쓰세요’라는 글과 함께. 행복했습니다!
박수진 피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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