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밴드 ‘10cm’. 사진/‘10cm’ 누리집.
[착한 콘서트 두드림] <22> 어쿠스틱 팝 밴드 10cm
시커먼 속내가 의심된다면 의자에 묶어두라는
‘구미 촌놈’들이 노래하는 ‘맨해튼’스타일 음악
시커먼 속내가 의심된다면 의자에 묶어두라는
‘구미 촌놈’들이 노래하는 ‘맨해튼’스타일 음악
♪오늘 밤은 혼자 있기가 무서워요. 혹시나 내가 못된 생각. 널 갖기 위한 시꺼먼 마음. 의심이 된다면 저 의자에 나를 묶어도 좋아∼ (‘오늘 밤은 어둠이 무서워요’ 중)
언제였던가, 홍대 거리를 거닐고 있었다. 도도한 두 남자는 거리공연 중이었다. 길거리 ‘여심’이 바람맞은 나뭇잎처럼 흔들리고 있었다. 나도 모르게, 덜컥! 그 대열에 끼어들었다.
“남녀 간의 가장 로맨틱한 거리가 십 센티미터라고 하죠.” 키 큰 남자 목소리가 야릇하다. 나근나근 밴드 이름에 담긴 뜻을 속삭인다. “당신과 나의 거리가 십 센티미터? 설마, 이런 걸 기대하신 건 아니겠죠.” 푸핫! 큰 웃음이 길거리에 터진다.
# ‘십 센티미터’ 도 ‘십 씨엠’도 아닌 오로지 ‘십센치’
키 작은 다른 남자도 거들었다. “아무 의미 없어요. 형이랑 키 차이가 ‘십 센티미터’ 예요. 그래서 밴드 이름을 ‘10cm(십센치)’라고 지었어요.” 신장이 171센티미터인 보컬 권정열씨의 유쾌한 속삭임.
재치 있는 당부, 잊지 않았다. “‘십 센티미터’ 도 ‘십 씨엠’ 도 아닙니다. 뉴욕 맨해튼 스타일의 어쿠스틱 팝 밴드 ‘십센치’ 입니다. 발음에 유의해주세요. 오해할 수 있으니…” (웃음)
어렴풋한 옛 기억이 사라져 ‘10cm 음악’이 그리워질 때쯤, 멤버 권정열(노래·젬베)씨와 윤철종(기타·코러스)씨가 ‘하니티브이’ 스튜디오에 찾아왔다. “두드림의 러브콜을 거부할 수 없었다”는 야릇한 고백은 길거리에서 받았던 느낌, 그대로다.
“10cm는 원래 신비주의 밴드지만, ‘두드림’을 위해서 웬만한 건 다 얘기하겠다”고 호기심을 바짝 끌어당긴다. 그래서 다짜고짜 물었다.
-대체 ‘뉴욕 맨해튼 스타일’은 뭔가요?
“뭔가 있어 보이기 위한 몸부림이죠. 허세예요. 허세.” (권정열) ♪오늘 밤은 혼자 있기가 무서워요. 혹시나 내가 못된 생각. 널 갖기 위한 시꺼먼 마음. 의심이 된다면 저 의자에 나를 묶어도 좋아∼ (‘오늘 밤은 어둠이 무서워요’ 중에서) ♬ ‘오늘 밤은 어둠이 무서워요’
-‘오늘 밤은 어둠이 무서워요’ 곡의 가사는 혹시, ‘경험담’인가요?
“이 노래 만들 때, 그 땐 정말 외로웠어요.”커다란 눈이 거짓말은 아니라는 사실을 말해준다. ‘아직도 외로운가요?’ 란 질문엔 망설임 없이 “음. 지금은 여자친구도 있고. (웃음) 어쨌든, 저희 노랜 다 ‘픽션’ 입니다. 오해하지 마시길…” (윤철종) # 고등학교 입학하면 꼭 밴드에 뽑아달라던 까까머리 중학생 두 남자는 “지적이고, 스마트한 ‘뉴욕 맨해튼 스타일’의 음악을 추구하고 있다”고 떠벌린다. 그러나 정작 두 남자는 ‘맨해튼’ 땅을 밟아본 적이 없는, 경상도 ‘구미 촌놈’들이다. 12년 전, 고등학교 선후배로 만났다. 지나온 세월만큼 두 사람에겐 공통적인 추억이 많았다. “고1 때, 밴드부에서 활동하고 있었어요. 운동장을 같이 쓰는 중·고등학교였는데, 어느 날엔 정열이가 직접 녹음한 테이프와 편지를 가져오더라고요. 1년 뒤에 고등학생이 되면 꼭 밴드에 들어가고 싶다고 ‘하트’를 날리면서…. (웃음) 이 녀석이 입학을 했는데, 노래를 정말 잘한다고 소문이 났죠. 왠지 안 뽑으면 욕을 먹을 것 같아서 뽑았어요. 원래 보컬은 제가 하려고 했는데. (웃음) 그래서 제가 기타로 전향하게 된 거요.” 어쩌면, 10cm의 ‘보컬’이 될 뻔했던 윤철종씨의 이야기다. # 동반입대해서 결성한 ‘세븐힐즈’의 비밀 “훗! 전 정식오디션을 거쳤어요. 경쟁도 치열했죠.” 10cm의 진짜 보컬 권정열씨가 농반진반 말을 받는다. “고교 스쿨밴드에서 나름 중추적인 역할을 했다”는 두 멤버의 음악 여정은 졸업 뒤에도 이어졌다. 심지어 군복무 시절에도 음악을 놓지 않았다. “2004년, 대구에서 ‘해령’이란 밴드를 결성해 음악 활동을 하다가 군에 입대를 했죠. 군대도 손잡고 ‘동반입대’를 했어요. 군복무 중에도 음악은 쉴 수 없었죠. 지금 생각해보면 10cm 음악의 모티브가 군대에서 둘이 만들었던 곡들이 아니었나 싶어요.” (윤철종) 군복무 중에 음악 활동을 했던 얘길 더 듣고 싶다고 했다. 군에서 ‘급결성’ 하게 된 ‘세븐 힐즈(Seven Hills)’에 관한 사연을 들려줬다. 웃음이 ‘빵’터질 수도 있으니, 배꼽 조심하시길! “군복무 시절, 음악은 하고 싶은데 마땅한 장소가 없는 거예요. 그래서 주말에 ‘교회’에 다니는 ‘척’을 했죠. (웃음) ‘세븐힐즈’는 교회에서 연습했던 밴드입니다. 위장 밴드였죠. 밴드 이름이 왜 ‘세븐힐즈’ 였느냐하면 부대 이름이 ‘칠봉 부대’ 였거든요.”(권정열) # 홍대 인디신 잠입… 가죽 케이스 앨범 300장 ‘한정발매’
제대하고 그들을 기다리는 것은 어려운 경제적 현실이었다. “음악 하면서 밥벌이 할 수 있는 신세계”를 찾아 큰 뜻을 품고 2009년, 홍대 인디 신으로 잠입했다. 서울로 상경해 온갖 행사와 공연에 참여했다. 대학로와 인사동 등을 누비며 거리 공연도 마다하지 않았다.
어느덧, 데뷔 1년 차. 2010년 4월엔 10cm 특유의 캐릭터와 로맨스를 살린 음악을 모아 미니 앨범을 냈다.
‘앨범 소개 좀 해달라’고 했더니 보컬 권씨는 주변 사람들을 고생시킨 얘기부터 시작했다.
“철종 형이 미니홈피에 ‘3월 말에 무조건 미니 앨범을 발매한다’ 고 쓰지만 않았어도…. (웃음) 그 뒤로 팬들은 독촉하고, 궁지에 몰리니까 더 이상 미룰 수가 없더라고요. 그래서 철종형 집에서 녹음하면서 쿵짝쿵짝 앨범을 만들게 됐죠. 씨디 케이스도 직접 만들었어요. 처음엔 ‘가죽’ 케이스로 만들었어요. 도와주겠다고 나선 친구들이 가죽 케이스를 만들고 있던 날, 녹음 마치고 찾아갔는데, 엄청나게 고생하고 있더라고요. 괜히 엄한 사람들 잡겠구나 싶어서 300장만 가죽 케이스로 작업했습니다.”(웃음)
그 뒤로“앨범 좀 많이 사달라”는 말은 세 번쯤 했고, “현재 온라인으로 음원이 유통 중”이라며 “씨디를 구입하는 것보다 더욱 저렴한 가격에 이용할 수 있으니 대박이다”라는 말도 여러 번 했다.
#‘10cm 음악’은 날 것 그대로 사랑이야기
대체, 앨범 소개는 언제 해주렵니까?
기타 치는 윤씨가 조심스럽게 말문을 열었다. “결론부터 말하면 저희 노랜 세련되지도, 거창하지도 않은 날 것의 사랑이야깁니다. 첫 앨범이라서 ‘실험’을 하고 싶었어요. 저희 음악을 처음 들었을 때, 확 끌리는 노래들은 배제하고 오래 들었을 때 가슴에 남는 그런 곡들을 담고 싶었어요.”
해보지 못한 로맨스가 너무 많고, 앞으로 만들어야 할 음악이 많이 남아있다는 10cm. 멋있고, 재미있게 살고픈 구미 청년들은 갈 길이 멀다고 했다. 그래서 10cm의 첫 미니 앨범은 그 길의 시작일 뿐이다.
마지막으로, 10cm의 ‘꿈’은 뭘까.
“저희 꿈은 되게 소박한데요. 홍대 인디 신에서 유명해지는 겁니다. (웃음) 중요한 것은 지금 10cm가 ‘화룡점정(畵龍點睛)’이라는 거죠.”
박수진 피디 jjinpd@hani.co.kr
# ‘이럴 땐, 이런 음악!’
2010년 4월, 스마트하고 로맨틱한 생계형 어쿠스틱 밴드 ‘10cm’의 첫 미니 앨범이 세상에 나왔습니다. 타이틀 곡 한 곡과 앨범에 수록되지 않은 두 곡을 골라봤어요. 그래요! 맞아요! 백 번 설명하는 것보다 한번 듣는 것이 더 나은 법이죠. 여러분도 들어보세요! 그럼, 플레이 버튼(▶) ‘꾹’ 눌러보세요. ♬ 굿 나잇(Good Night)
10cm에서 기타 치는 윤철종씨는 ‘앨범 타이틀곡이 뭐냐’는 질문에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별 뜻 없이 그냥. 괜찮은 것 같아서… 이 곡이 가장 좋은 것 같아서 ‘굿나잇’을 타이틀곡으로 정했습니다.” 원래, 좋은 하는데 이유가 없는 법이잖아요!
♬ 오늘 밤은 어둠이 무서워요 ♪오늘 밤은 혼자 있기가 무서워요. 혹시나 내가 못된 생각. 널 갖기 위한 시꺼먼 마음. 의심이 된다면 저 의자에 나를 묶어도 좋아∼ (‘오늘 밤은 어둠이 무서워요’ 중) 오늘 밤, 애인의 ‘시꺼먼(?)’ 마음이 의심된다면 여러분은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 아메리카노 ♪ 아메, 아메∼ 아메리카노∼ 좋아, 좋아, 좋아∼ 어떻게 하노∼ 시럽, 시럽, 싫어! 빼고 주세요! 빼고 주세요! (십센치의‘아메리카노’ 중) 이 노래에 중독될 가능성 99.9 퍼센트! ‘아메리카노’ 커피를 찾게 될 가능성 99.9 퍼센트! 우울한 날, 이 노랠 강력 추천합니다.
인디밴드 ‘10cm’ 멤버 윤철종(왼쪽)씨와 권정열(오른쪽)씨가 ‘하니티브이’ 스튜디오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두드림’ 영상 갈무리.
“뭔가 있어 보이기 위한 몸부림이죠. 허세예요. 허세.” (권정열) ♪오늘 밤은 혼자 있기가 무서워요. 혹시나 내가 못된 생각. 널 갖기 위한 시꺼먼 마음. 의심이 된다면 저 의자에 나를 묶어도 좋아∼ (‘오늘 밤은 어둠이 무서워요’ 중에서) ♬ ‘오늘 밤은 어둠이 무서워요’
-‘오늘 밤은 어둠이 무서워요’ 곡의 가사는 혹시, ‘경험담’인가요?
“이 노래 만들 때, 그 땐 정말 외로웠어요.”커다란 눈이 거짓말은 아니라는 사실을 말해준다. ‘아직도 외로운가요?’ 란 질문엔 망설임 없이 “음. 지금은 여자친구도 있고. (웃음) 어쨌든, 저희 노랜 다 ‘픽션’ 입니다. 오해하지 마시길…” (윤철종) # 고등학교 입학하면 꼭 밴드에 뽑아달라던 까까머리 중학생 두 남자는 “지적이고, 스마트한 ‘뉴욕 맨해튼 스타일’의 음악을 추구하고 있다”고 떠벌린다. 그러나 정작 두 남자는 ‘맨해튼’ 땅을 밟아본 적이 없는, 경상도 ‘구미 촌놈’들이다. 12년 전, 고등학교 선후배로 만났다. 지나온 세월만큼 두 사람에겐 공통적인 추억이 많았다. “고1 때, 밴드부에서 활동하고 있었어요. 운동장을 같이 쓰는 중·고등학교였는데, 어느 날엔 정열이가 직접 녹음한 테이프와 편지를 가져오더라고요. 1년 뒤에 고등학생이 되면 꼭 밴드에 들어가고 싶다고 ‘하트’를 날리면서…. (웃음) 이 녀석이 입학을 했는데, 노래를 정말 잘한다고 소문이 났죠. 왠지 안 뽑으면 욕을 먹을 것 같아서 뽑았어요. 원래 보컬은 제가 하려고 했는데. (웃음) 그래서 제가 기타로 전향하게 된 거요.” 어쩌면, 10cm의 ‘보컬’이 될 뻔했던 윤철종씨의 이야기다. # 동반입대해서 결성한 ‘세븐힐즈’의 비밀 “훗! 전 정식오디션을 거쳤어요. 경쟁도 치열했죠.” 10cm의 진짜 보컬 권정열씨가 농반진반 말을 받는다. “고교 스쿨밴드에서 나름 중추적인 역할을 했다”는 두 멤버의 음악 여정은 졸업 뒤에도 이어졌다. 심지어 군복무 시절에도 음악을 놓지 않았다. “2004년, 대구에서 ‘해령’이란 밴드를 결성해 음악 활동을 하다가 군에 입대를 했죠. 군대도 손잡고 ‘동반입대’를 했어요. 군복무 중에도 음악은 쉴 수 없었죠. 지금 생각해보면 10cm 음악의 모티브가 군대에서 둘이 만들었던 곡들이 아니었나 싶어요.” (윤철종) 군복무 중에 음악 활동을 했던 얘길 더 듣고 싶다고 했다. 군에서 ‘급결성’ 하게 된 ‘세븐 힐즈(Seven Hills)’에 관한 사연을 들려줬다. 웃음이 ‘빵’터질 수도 있으니, 배꼽 조심하시길! “군복무 시절, 음악은 하고 싶은데 마땅한 장소가 없는 거예요. 그래서 주말에 ‘교회’에 다니는 ‘척’을 했죠. (웃음) ‘세븐힐즈’는 교회에서 연습했던 밴드입니다. 위장 밴드였죠. 밴드 이름이 왜 ‘세븐힐즈’ 였느냐하면 부대 이름이 ‘칠봉 부대’ 였거든요.”(권정열) # 홍대 인디신 잠입… 가죽 케이스 앨범 300장 ‘한정발매’
인디밴드 ‘10cm’. 문진록(onion)씨 제공.
# ‘이럴 땐, 이런 음악!’
2010년 4월, 스마트하고 로맨틱한 생계형 어쿠스틱 밴드 ‘10cm’의 첫 미니 앨범이 세상에 나왔습니다. 타이틀 곡 한 곡과 앨범에 수록되지 않은 두 곡을 골라봤어요. 그래요! 맞아요! 백 번 설명하는 것보다 한번 듣는 것이 더 나은 법이죠. 여러분도 들어보세요! 그럼, 플레이 버튼(▶) ‘꾹’ 눌러보세요. ♬ 굿 나잇(Good Night)
10cm에서 기타 치는 윤철종씨는 ‘앨범 타이틀곡이 뭐냐’는 질문에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별 뜻 없이 그냥. 괜찮은 것 같아서… 이 곡이 가장 좋은 것 같아서 ‘굿나잇’을 타이틀곡으로 정했습니다.” 원래, 좋은 하는데 이유가 없는 법이잖아요!
♬ 오늘 밤은 어둠이 무서워요 ♪오늘 밤은 혼자 있기가 무서워요. 혹시나 내가 못된 생각. 널 갖기 위한 시꺼먼 마음. 의심이 된다면 저 의자에 나를 묶어도 좋아∼ (‘오늘 밤은 어둠이 무서워요’ 중) 오늘 밤, 애인의 ‘시꺼먼(?)’ 마음이 의심된다면 여러분은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 아메리카노 ♪ 아메, 아메∼ 아메리카노∼ 좋아, 좋아, 좋아∼ 어떻게 하노∼ 시럽, 시럽, 싫어! 빼고 주세요! 빼고 주세요! (십센치의‘아메리카노’ 중) 이 노래에 중독될 가능성 99.9 퍼센트! ‘아메리카노’ 커피를 찾게 될 가능성 99.9 퍼센트! 우울한 날, 이 노랠 강력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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