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 록 밴드 ‘갤럭시 익스프레스’가 서울 마포구 공덕동 스튜디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이정용 기자 lee312@hani.co.kr
착한콘서트 ‘두드림’ <23> ‘갤럭시익스프레스’
“음악으로 돈 벌겠다는 건 스트레스”…노는 게 제일좋은 록밴드
30일만에 완성한 2집 ‘와일드 데이즈’ 타고 음악여행 ‘칙칙폭폭’
“음악으로 돈 벌겠다는 건 스트레스”…노는 게 제일좋은 록밴드
30일만에 완성한 2집 ‘와일드 데이즈’ 타고 음악여행 ‘칙칙폭폭’
그 남자들을 만나야 하는 시간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약속한 날짜을 잡으려고 전화기를 들었더니, 손끝은 가늘게 떨린다. 마음은 요동을 친다. 무슨 말부터 해야 할지 막막하다.‘로커 울렁증’이다. 외계에서 온 생물체를 만나는 것 같은, 막연한 호기심과 한편에선 두려움이 덮친다. 로커 울렁증의 정체다.
“그냥, 다음에 인터뷰하자고 할까.” 급기야 피하고 싶은 진심이 불쑥 고개를 쳐든다. 대체 이토록 나를 긴장시키는 그들은 누구란 말인가? 그들을 가까이에서 지켜본 ‘국카스텐’의 보컬 하현우씨는 “무대 위에서 가장 잘 노는 밴드, 실력 있는 밴드”라고 엄지 손가락을 치켜세운다. 빈말은 아닐텐데….
‘갤럭시 익스프레스’, 스물세번째 <두드림> 주인공들과의 만남은 그렇게 울렁거리는 속마음을 진정시키면서 시작되었다.
# “무대 위에서 가장 잘 노는 밴드”…그래도 ‘로커 울렁증’
결전(?)의 그날이 다가왔다. 그들은 어깨와 양손에 악기를 가득 메고, 또는 지고 터벅터벅 하니티브이 스튜디오로 걸어 들어왔다. 자리에 앉자마자 반달모양으로 눈웃음을 친다. “방송이라 떨리는군요!” 첫마디에 울렁증이 가라앉는다. 그때 알았다. “무대 위에서 야생마처럼 날뛰는 라커들도 긴장을 하는구나!”그들의 ‘떨리는’ 음성은 아래 영상을 통해 직접 확인하시길….
# 록의 우주를 여행하는 ‘방랑자’ 갤럭시 익스프레스의 ‘10문 10답’ 여기 세 명의 ‘방랑자’가 있다. 방랑자 1. ‘피겨 여왕’ 김연아 선수만큼 곱게, 짙은 눈 화장을 한 단발의 소년(?) 박종현(보컬·기타). 방랑자 2. 머리부터 발끝까지 ‘블랙 주현’, 검은 선글라스까지도 잘 어울리는 이주현(보컬·베이스). 방랑자 3. 센스 있는 농담으로 큰 웃음 선사하는 갤럭시 익스프레스의 중심 김희권(드럼).
갤럭시 익스프레스. 이름 그대로, 그들은 다시 우주로 떠나는 ‘음악 기차’에 몸을 실었다. “한 달 만에 새 앨범을 만들겠다”는 무모한 도전의지는 한치의 어김없이 고스란히 2집 앨범에 담겼다. 영화 ‘반드시 크게 들을 것’에 출연해 배우로 변신한 새로운 모습도 보여줬다. 최근엔 ‘마포구 락왕, 기호 0번’으로 출마해 선거 참여를 독려하는 콘서트를 열면서 ‘의식 있는 밴드’로 자리매김했다. 그뿐만 아니라 일본, 홍콩 등 해외에서도 그들의 음악을 들어보자는 팬들의 ‘러브콜’도 쇄도하고 있다. 실제 홍콩에서 열린 국제 록 밴드 페스티벌에 출연하기도 했다.
종횡무진. 그들과의 인터뷰는 최근 그들의 행보만큼이나 ‘광폭’했다. 새 앨범에 대한 수다로 시작한 인터뷰는 갤럭시 익스프레스가 걸어온 길을 따라 걸어갈 길로 이어졌다. 인터뷰에 끝은 어쿠스틱 기타 반주에 맞춘 갤럭시 익스프레스 스타일의 포크송, 아주 특별한 무대로 끝을 맺었다.
♬ 하나. ‘갤럭시 익스프레스’ 는 어떻게 만나, 인디신의 대표 록밴드가 됐을까.
2006년, 펑크밴드 ‘스컹크 헬’에서 활동하던 이주현이 ‘게토밤즈’라는 밴드에서 활동하던 박종현을 만났다. 서로 안면은 있었지만, 5분 이상 얘기한 적은 없었다고. 서먹서먹했던 어느 날, 이주현은 ‘빗속의 여인’(신중현의 히트곡)을 부르는 박종현의 모습을 보고 반해버렸다. 급기야 “함께 밴드를 하자”고 추파를 던졌다.
2007년 가을, 중학교 친구였던 박종현은 우연히 홍대에서 만난 김희권에게 드럼 세션으로 참여해줄 것을 요청했다. 원래 김희권의 전공은 클래식 관현악. ‘드럼’으로 전공을 바꾸려고 다시 대학 입시를 준비하던 때였다.
“친구야, 우리 밴드에 드러머가 필요하다.” 친구 박종현으로부터 걸려온 한 통의 전화가 그의 인생을 바꿨다. 그렇게 록음악의 기본이라 할 수 있는 베이스, 기타, 드럼으로 밴드가 이뤄졌다. 멤버 셋이 1집 앨범 ‘노이즈 온 파이서(Noise On Fire)’를 발매하면서 3인조 록밴드 ‘갤럭시 익스프레스’가 시동을 걸었다.
♬ 둘. (밴드 이름을 들으면) ‘은하철도 999’가 떠오르는 이유는 뭘까. 관련이 있을까.
“우주를 여행하고 싶은 마음은 ‘갤럭시(galaxy:은하계)’를 떠올리게 했고, 빠른 교통수단을 생각해보니 ‘익스프레스(express: 급행의, 신속한)’가 됐다. ‘은하철도 999’의 영어 제목이 ‘갤럭시 익스프레스 쓰리 나인’이었다. 절대로, 따라한 것은 아니다.”
♬ 셋. 30일 만에 새 앨범 만들기 프로젝트 ‘와일드 써티(WIDE 30)’, 어떻게 시작됐을까.
“‘30일 안에 새 음반을 발매한다’는 약속은 거짓말이 아니었다. 삼일절에 ‘루비살롱’ 레이블(음반 제작사)에서 독립했고, 만우절에 ‘와일드 써티(WIDE 30)’ 프로젝트를 시작해서 노동절에 끝낼 ‘무모한 노동’에 도전했다. 약속은 지켰다. 새 앨범에 꼬박 20곡을 담았다. 누리집(http://galaxy30.tistory.com/)과 트위터를 통해 앨범 제작 과정을 생중계했다. 타이틀 곡 ‘진짜 너를 원해’는 누리꾼이 선정했을 만큼 반응이 뜨거웠다. 새 음반 ‘와일드 데이즈(WIDE DAYS)’는 처음부터 끝까지 팬들과 함께 만든 것이나 다름없다.”
♬ 넷. 주변 사람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녹음 작업은 왜 엠피쓰리(mp3)로 했을까.
“아주 어렸을 적에 카세트 테이프 녹음기로 목소리를 녹음하고 들어봤던 경험을 되살리고 싶었다. 좋아하는 사람을 위해 테이프나 시디에 음악을 담고, 손 글씨로 속지를 만들던 기억도 함께 공유하고 싶었다. 이 뜨거운 진심이 듣는 분들의 인생과 함께 걸어가길 조심스럽게 바란다.”
♬ 다섯. 음악을 만들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뭘까.
“‘진실성, 솔직함, 사람과 사람의 관계’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부른다고 음악이 아니라, 우리의 음악을 들어주는 사람이 있어야 ‘음악’이기 때문이다.”
♬ 여섯. 멤버들이 주연한 영화 ‘반드시 크게 들을 것’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을 것인데. 영화배우가 된 소감은 어떨까.
“지나치기 쉬운 우리의 모습을, 우리를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영화로 볼 수 있게 되어서 재미있었다. 우린 배우는 아니다. 연기를 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희권의 고향인 강원도에도 이 영화를 상영했으면 좋겠다. (웃음) 만약에, 400만 관객이 우리 영화 ‘반드시 크게 들을 것’을 본다면 큰 잔치를 벌일 예정이다. 잔치를 열 수 있도록 여러분이 도와주시면 좋겠다.”
♬ 일곱. 공연 중에 무대에서 자주 뛰어내리는데. 그때 무슨 생각을 할까.
“‘아이쿠, 높다!’ 생각했던 것보다 무대가 높아서 깜짝 놀랄 때가 많았는데, 아직까지 다치지 않아서 다행이다. 예전에 너바나 멤버가 공연 중에 관중 속으로 다이빙하는 모습을 봤는데, 기타를 들고 뛰어내리는 모습이 정말 멋있게 보였다. 멋있어 보이고 싶었다.”
♬ 여덟. ‘초심’이 있나? 초심을 기억하나?
“무대에 올라가기 전에 언제나 이번이 마지막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후회 없이 논다. 어느 뮤지션이나 생각하고 있는 건가. ‘음악으로 돈을 벌어야겠다’고 생각하는 순간, 스트레스가 생긴다. 티브이에 나오는 가수들을 이기려고 마음먹어도 스트레스가 생긴다. 예쁘고, 허벅지가 늘씬한 사람들을 이기려고 마음먹는 순간, 우선 거울부터 본다. 거울 보면 드는 생각은 ‘내가 졌다!’ (웃음) 재미있게 음악을 하고 있고, 재미있게 일하면서 돈을 벌 수 있다면 더 좋을 것 같다. 우리도 돈을 벌긴 해야 한다. 결혼도 한번쯤은 해봐야 할 것 같고.” (웃음)
♬ 아홉, ‘록’이란 뭘까.
“록 음악을 간단히 비유하자면 갓난아기가 태어날 때, 울어 재 끼는 그런 느낌. 아기는 엄마 뱃속에서 나와서 처음 겪는 솔직한 감정을 울음소리로 표현하지 않는가. 우리 음악은 대단히 시끄럽다. 대게 평이 ‘시끄럽다’는 얘기다. (웃음) 어머니한테 들려드렸더니 시끄럽다고 하시더라. ‘음악을 10년이나 했는데, 너도 나이가 있으니 조용한 음악도 만들어 보지 않겠냐’고 권유하신다.” (웃음)
♬ 열, 마지막으로 꼭 하고 싶은 이야기는 없을까.
“이렇게 만나게 된 것도 인연인데, 자기 전에 베게 맡에서 저희 음악 들어주세요. 록앤롤!”
글·영상=박수진 피디, 사진=이정용 기자 jjinpd@hani.co.kr
# 록의 우주를 여행하는 ‘방랑자’ 갤럭시 익스프레스의 ‘10문 10답’ 여기 세 명의 ‘방랑자’가 있다. 방랑자 1. ‘피겨 여왕’ 김연아 선수만큼 곱게, 짙은 눈 화장을 한 단발의 소년(?) 박종현(보컬·기타). 방랑자 2. 머리부터 발끝까지 ‘블랙 주현’, 검은 선글라스까지도 잘 어울리는 이주현(보컬·베이스). 방랑자 3. 센스 있는 농담으로 큰 웃음 선사하는 갤럭시 익스프레스의 중심 김희권(드럼).
인디 록 밴드 ‘갤럭시 익스프레스’가 서울 마포구 공덕동 <하니티브이> 스튜디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인디 록 밴드 ‘갤럭시 익스프레스’가 서울 마포구 공덕동 <하니티브이> 스튜디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이정용 기자 lee312@hani.co.kr
글·영상=박수진 피디, 사진=이정용 기자 jjinp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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