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 모던 록 밴드 ‘짙은’. 사진 ‘파스텔 뮤직’ 제공
착한콘서트 ‘두드림’ <25> 남성 모던 록 듀오 ‘짙은’
첫 앨범 후 2년 만에 ‘원더랜드’로 복귀
"폴짝 뛸 수 있는 마음 가지고 오세요"
첫 앨범 후 2년 만에 ‘원더랜드’로 복귀
"폴짝 뛸 수 있는 마음 가지고 오세요"
‘오빠들이 돌아왔다!’
2008년 밴드 이름 ‘짙은’과 같은 이름의 첫 앨범 ‘짙은’을 낸 뒤 2년 만의 ‘복귀 신고’다. 타이틀 곡 ‘티브이 쇼’처럼 최근 방송에도 종종 나타난다. 덩달아 홍대 라이브 무대에 ‘모던록’의 짙은 향기가 모락모락 풍긴다.
멤버는 노래하는 성용욱(30)씨와 ‘노래 외의 모든 것’을 다하는 윤형로(29)씨다. 갓 전역을 해 ‘민간인’ 신분인 윤씨는 “민간인이 된 지 오래니 이제 군대 이야기는 그만 하자”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성씨는 윤씨의 전역으로 다시 둘이 된 것을 “이제 다시 ‘완전체 출격’”에 비유하며 설레는 마음을 감추지 않았다.
짙은의 이력은 화려하다. 드라마 ‘트리플’의 오에스티(OST) 앨범에 참여했고, 여러 굵직한 페스티벌 무대에서 관객들과 짙은 공감을 이어왔다. 익숙한 곡과 신곡을 여럿 담은 미니앨범, ‘원더랜드(Wonderland)’가 주목을 받는 이유다.
앨범에 실린 웬만한 곡은 모두 그들의 ‘경험담’이다. 보컬 성씨의 가냘픈 목소리에 묻어나는 노랫말이 예사롭지 않다. 타이틀 곡 ‘티브이 쇼’도 성씨가 연인과 이별한 뒤 만든 곡이다. “단순히 사랑 노래를 만든 게 아니에요. 헤어지고, 정말 마음이 아팠을 때, 무심코 티브이를 켰는데 정말 위로가 되더라고요. 평소에 티브이를 별로 보지 않지만, 티브이 나온 사람들을 보면 사는 모습이 다 비슷한 것 같아요. 이런 경험 한번쯤은 해보셨죠?”
성씨의 묵직한 말을 받아 윤씨가 농을 친다. “우리 노래가 숙면을 취하게 해주는 게 아닐까요. (웃음) 농담이고요. 근데 사실 저도 경험한 걸 바탕으로 음악으로 만들어요. 관객과 소통하면서 적지 않은 위로를 받기도 하고요.”
전시회 즐기던 남자들 음악 동호회서 만나
짙은의 시작은 5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대학생이던 두 사람은 음악 동호회에서 처음 만났다. 음악 작업을 함께할 동료를 찾다가 두 사람은 인연을 맺었다. 밴드 이름 ‘짙은’은 ‘빛이 강하다’라는 뜻의 한글 말이다. 사실은 ‘세잔’이 될 뻔했다. 그 사연을 성씨가 털어놨다. “우린 미술 전시회 보는 것을 즐기는 남자들이었죠. 요즘엔 많이 못 가긴 하는데, 그 당시엔 유화를 좋아했어요. 누구나 다 아는 고흐나 세잔 같은 인상주의 화가 그림을 즐겼죠. 그런 느낌을 음악적으로 표현해보고 싶어서 단어를 찾다가 ‘세잔’이라고 지었는데….(웃음)” 당시 상황을 떠올리며 윤씨가 말했다. “주변 사람들이 난리가 났죠. 밴드 이름을 ‘세잔’이라고 하니까, 사람들이 소주 세 잔이냐고….” 노래하는 성용욱씨는 "장기하 못지않은 엄친아" 2005년 11월, 짙은은 첫 미니앨범 ‘락 도브즈(Rock Doves)’를 자체 발매했다. 그 뒤 가끔 라이브 무대에 서면서 차츰 이름을 알렸다. 성씨가 첫 공연의 기억을 떠올렸다. “록 공연을 많이 하는 클럽이었어요. 정말 신나고 시끌벅적한 무대였죠. 게다가 평일이었어요. 그런데 공연이 끝나고, 반응이 나쁘지 않더라고요. ‘다행이다. 우리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이 있구나’라고 안도했죠.” 2006년 겨울에는 영화 ‘아랑’의 오에스티(OST) 앨범에 ‘곁에’란 곡을 올렸다. 2007년 국가의 부름을 받은 윤씨가 입대하고, 혼자 남은 성씨는 파스텔 뮤직의 오디션에 데모 시디를 접수했다. 심사위원의 만장일치로 파스텔 뮤직에 둥지를 틀고, 2008년 드디어 첫 앨범을 손에 쥐었다. 혼자 남았지만 성씨의 활동은 꾸준했다. 성씨는 “장기하는 진짜 ‘엄친아’인 것 같다”고 했지만, 주변에선 성씨를“장기하 못지않은 엄친아”로 분류한다. 명문대를 졸업하고, 음악까지 잘하고 있으니, 주변에서 그에 대한 기대가 남다르다. “스스로에 대한 기대도 생기고, 다른 것도 잘할 수 있을 것 같은 마음이 드는 건 사실이에요. 하지만, 걸림돌이 되는 것 같아요. 음악에만 집중해도 모자란 데, 다른 쪽에 곁눈질을 하게 되니까요.” 한 때 공무원을 준비하고, 취업에 도전하고, 시민단체에서 간사로 활동하는 등 곁눈질이 왕성했다. 그러다 결국 돌아온 곳이 음악이다. 성씨는 “음악을 선택한 것이 옳았고, 정말 좋아서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주변을 설득해야 하는 일이 여전히 남았다. "폴짝 뛸 수 있는 마음 가지고 오세요" 인터뷰 도중 트위터로 팬들의 질문이 날아왔다. ‘작지만, 명확한 행복은 무엇인가요?’ 대답에 망설임이 없다. “통장 계좌에 찍힌 숫자. 하하하” 농담일까? 진담일까? 진짜, 짙은의 ‘행복’은 뭘까? “음악을 거창하게 시작하지 않았기 때문에 거창하게 끝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메시지가 강한 음악은 질릴 수 있을 것 같아요. 사회적인 이야기를 하더라도 인간의 근본적인 것을 놓치지 않고 싶어요. 그런 음악을 오랫동안 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꾸준하게 음악을 했고, 앞으로도 하고 싶지만, 멤버들에게 록 밴드로서 가지는 욕망은 묵직한 덩어리째 그대로다. “가죽점퍼도 입고, 무대 위를 맨발로 뛰어다니면서 노래하고 싶어요. 8월 14일, 홍대 브이홀에서 락밴드의 로망을 담아서 공연합니다. 저희의 조용한 음악을 신나게 펼쳐보이겠습니다. 같이 폴짝 폴짝 뛸 수 있는 마음만 가지고 오세요.” 영상·글 박수진 피디 jjinpd@hani.co.kr
‘짙은’의〈원더랜드〉
짙은의 시작은 5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대학생이던 두 사람은 음악 동호회에서 처음 만났다. 음악 작업을 함께할 동료를 찾다가 두 사람은 인연을 맺었다. 밴드 이름 ‘짙은’은 ‘빛이 강하다’라는 뜻의 한글 말이다. 사실은 ‘세잔’이 될 뻔했다. 그 사연을 성씨가 털어놨다. “우린 미술 전시회 보는 것을 즐기는 남자들이었죠. 요즘엔 많이 못 가긴 하는데, 그 당시엔 유화를 좋아했어요. 누구나 다 아는 고흐나 세잔 같은 인상주의 화가 그림을 즐겼죠. 그런 느낌을 음악적으로 표현해보고 싶어서 단어를 찾다가 ‘세잔’이라고 지었는데….(웃음)” 당시 상황을 떠올리며 윤씨가 말했다. “주변 사람들이 난리가 났죠. 밴드 이름을 ‘세잔’이라고 하니까, 사람들이 소주 세 잔이냐고….” 노래하는 성용욱씨는 "장기하 못지않은 엄친아" 2005년 11월, 짙은은 첫 미니앨범 ‘락 도브즈(Rock Doves)’를 자체 발매했다. 그 뒤 가끔 라이브 무대에 서면서 차츰 이름을 알렸다. 성씨가 첫 공연의 기억을 떠올렸다. “록 공연을 많이 하는 클럽이었어요. 정말 신나고 시끌벅적한 무대였죠. 게다가 평일이었어요. 그런데 공연이 끝나고, 반응이 나쁘지 않더라고요. ‘다행이다. 우리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이 있구나’라고 안도했죠.” 2006년 겨울에는 영화 ‘아랑’의 오에스티(OST) 앨범에 ‘곁에’란 곡을 올렸다. 2007년 국가의 부름을 받은 윤씨가 입대하고, 혼자 남은 성씨는 파스텔 뮤직의 오디션에 데모 시디를 접수했다. 심사위원의 만장일치로 파스텔 뮤직에 둥지를 틀고, 2008년 드디어 첫 앨범을 손에 쥐었다. 혼자 남았지만 성씨의 활동은 꾸준했다. 성씨는 “장기하는 진짜 ‘엄친아’인 것 같다”고 했지만, 주변에선 성씨를“장기하 못지않은 엄친아”로 분류한다. 명문대를 졸업하고, 음악까지 잘하고 있으니, 주변에서 그에 대한 기대가 남다르다. “스스로에 대한 기대도 생기고, 다른 것도 잘할 수 있을 것 같은 마음이 드는 건 사실이에요. 하지만, 걸림돌이 되는 것 같아요. 음악에만 집중해도 모자란 데, 다른 쪽에 곁눈질을 하게 되니까요.” 한 때 공무원을 준비하고, 취업에 도전하고, 시민단체에서 간사로 활동하는 등 곁눈질이 왕성했다. 그러다 결국 돌아온 곳이 음악이다. 성씨는 “음악을 선택한 것이 옳았고, 정말 좋아서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주변을 설득해야 하는 일이 여전히 남았다. "폴짝 뛸 수 있는 마음 가지고 오세요" 인터뷰 도중 트위터로 팬들의 질문이 날아왔다. ‘작지만, 명확한 행복은 무엇인가요?’ 대답에 망설임이 없다. “통장 계좌에 찍힌 숫자. 하하하” 농담일까? 진담일까? 진짜, 짙은의 ‘행복’은 뭘까? “음악을 거창하게 시작하지 않았기 때문에 거창하게 끝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메시지가 강한 음악은 질릴 수 있을 것 같아요. 사회적인 이야기를 하더라도 인간의 근본적인 것을 놓치지 않고 싶어요. 그런 음악을 오랫동안 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꾸준하게 음악을 했고, 앞으로도 하고 싶지만, 멤버들에게 록 밴드로서 가지는 욕망은 묵직한 덩어리째 그대로다. “가죽점퍼도 입고, 무대 위를 맨발로 뛰어다니면서 노래하고 싶어요. 8월 14일, 홍대 브이홀에서 락밴드의 로망을 담아서 공연합니다. 저희의 조용한 음악을 신나게 펼쳐보이겠습니다. 같이 폴짝 폴짝 뛸 수 있는 마음만 가지고 오세요.” 영상·글 박수진 피디 jjinpd@hani.co.kr
| |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