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밴드 ‘유발이의 소풍’ 앨범. 사진 루바토 제공
착한콘서트 ‘두드림’ <27> ’유발이의 소풍’
2010년 봄 첫 앨범…’즉석 짬뽕’맛 근사한 재즈
2010년 봄 첫 앨범…’즉석 짬뽕’맛 근사한 재즈
“유현이 누나가요. 발이 진짜 못생겼어요. 그래서 ‘유발이’가 됐죠.” (웃음)
‘유발이의 소풍’ 보컬 강유현이 ‘유발이’가 된 사연을 팀의 막내 김은성이 털어놨다. 옆에 앉아있던 유현씨가 화들짝 놀란다. “그렇게 대놓고 얘기하면 어떡해. 뜸을 들였어야지.” (웃음)
쑥스러운 듯 머리를 긁적이던 김씨가 배시시 웃다가 툭 던진 한 마디. “제가 태어나서 인터뷰라는 걸 처음 해봐서요.”
‘유발이’란 깜찍한 애칭이 만들어진 건 20년 전, 수학여행 길에서다. “숙소에 도착해서 양말을 벗었는데, 친구들이 막 웃기 시작하는 거예요. 민망했죠. 대체 왜 그렇게 웃는지 이유를 몰랐어요.”
킁킁킁. 혹시, 발 냄새 때문에 그런 건 아닌가. 후각을 곤두세워보기도 했다. 곧, 친구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유현아, 네 발 진짜 못생겼다. 넌 유현이가 아니라, ‘유발’이라고 해야겠다.” 그 뒤로 가족, 친구, 음악 동료까지 모두 그를 ‘유발이’라고 부른다. “발을 보여드릴 수 없어서 아쉽지만, 다행이네요.” (강유현)
“고민하지 말고 소풍처럼 즐기자”
2009년 봄, 유현씨는 재즈 밴드 ‘흠(Heum)’에서 피아니스트로 활동하다가 후배 김은성씨와 흠의 드러머 이광혁씨와 밴드를 만들기로 결심했다.
“당시엔 팀 이름도 없었죠. 팀을 꾸리고 세 번째 공연에 오른 게 이비에스(EBS) ‘헬로루키’ 무대였어요. 방송 제작진이 팀 이름을 간절히 원하시는 거에요. 고민 고민하다가 ‘소풍’ 가는 마음으로 즐기자고 생각했죠. 애칭으로 불리던 ‘유발이’에 ‘소풍’을 붙여서 밴드 이름을 ‘유발이의 소풍’으로 지었어요.” (강유현) 유발이의 소풍은 결성 4개월 만에 일을 벌였다. 제5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에서 주최하는 ‘거리의 악사 페스티벌’에 참가해 대상을 거머쥐었다. “큰 상을 받고 나니까, 모두 진지해지기 시작했어요. 딱 다섯 번만 공연하고, 유학 떠나려고 했었는데, 사람들이 저희 공연을 보고 너무 즐거워해 주시는 거예요.” (강유현) 화려한 신고식을 치른 뒤 이름이 알려진 ‘유발이의 소풍’에 베이시스트 고종성씨가 합류하면서 재즈 밴드로서 완전한 틀을 갖추게 되었다. 슬픈 가사에 경쾌한 리듬…절망의 순간도 즐겁게 이겨내자
2010년 봄, 첫 앨범 ‘유발이의 소풍’을 발매하면서 본격적인 음악 여정이 시작됐다.
앨범엔 강씨가 직·간접적인 경험에서 배운 ‘사랑’의 넋두리를 담았다. 이별도 예외가 아니다. 손에 꼽히는 절망의 순간도 최대한 즐겁게 이겨내자는 게 ‘유발이’ 방식의 사랑이요, 음악 철학이다.
“어차피 살면서 몇 번을 더 치러야겠죠. 사랑하는 사람을 안 만날 것도 아니고. (웃음) 어차피 간직해야 할 기억이라면 씁쓸하게 남기는 것보다, 즐겁게 소풍가던 설렘으로 간직하는 게 낫지 않을까요. 그렇게 만든 곡이 ‘이별도 아무렇지 않았잖아’에요. 가사가 슬프다고, 리듬이 경쾌하면 안 된다는 법은 없잖아요.” (강유현)
앨범엔 이한철씨와 ‘크라잉넛’의 한경록씨, ‘좋아서 하는 밴드’의 조준호씨가 참여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꿈이 잠들지 않게 실천하고 싶다
재즈 음악을 공부하던 멤버들에게 ‘인디음악’은 신선한 충격이었다. 지금은 어떨까.
“사실, 홍대 인디신 음악을 잘 몰랐어요. ‘유발이의 소풍’을 시작하면서 인디 뮤지션과 교류도 하고, 공연도 찾았지요. 홍대 인디신 음악이 경쟁력도 있고, 다양하고 좋은 음악들이 많다는 걸 알게 됐죠.” 그런데, 대중에게 잘 알려지지 않아서 안타까워요. 도와주세요. 여러분.” (이광혁)
뻔한 질문이지만 그래도 빼놓을 수 없는 질문을 했다. 꿈이 뭐냐고.
“방송도 출연하고, 상도 타고. (웃음) 농담이고요. 저희는 음악을 하고 싶었고, 다행히 꿈을 실천하고 있는 중이잖아요. 홍대 인디신에 들어와 보니 안타깝게도 꿈이 버려지는 경우도 있고, 버리지 않아도 접히거나, 잠들어 버리는 경우를 많이 봤어요. 오랫동안 실천하고 싶어요.” (김은성)
‘즉석 짬뽕’ 같은 라이브 공연
‘소풍’의 공연은 때마다 새롭다. 동요, 팝송 등 다양한 장르의 곡이 멤버들의 연주를 거치면 근사한 재즈곡이 된다.
“저희가 어릴 때부터 공부하던 게 재즈 장르다 보니까…. 편곡도 하고, 즉흥연주도 자유자재로 하죠. 우리의 라이브 무대는 ‘즉석 짬뽕’ 쯤이 되지 않을까요. 하하하.” (이광혁)
“회사원에겐 회사 생활이 일상이겠지만, 음악 하는 사람은 무대와 공연이 일상적인 일이죠. 각 각의 일상을 떠나 저희는 소풍가는 마음으로 연주하고, 여러분도 소풍가는 마음으로 저희 음악을 찾아주셨으면 좋겠어요.” (고종성)
유발이의 소풍이 만드는 ‘즉석 짬뽕’ 맛이 궁금하다면 올 여름휴가는 홍대 앞 라이브 클럽으로 ‘소풍’을 떠나보자. 영상·글 박수진 피디 jjinpd@hani.co.kr
2009년 봄, 유현씨는 재즈 밴드 ‘흠(Heum)’에서 피아니스트로 활동하다가 후배 김은성씨와 흠의 드러머 이광혁씨와 밴드를 만들기로 결심했다.
인디밴드 ‘유발이의 소풍’이 클럽 ‘오뙤르’에서 공연을 하고 있다. 사진 ‘루바토’ 이희경씨 제공.
“당시엔 팀 이름도 없었죠. 팀을 꾸리고 세 번째 공연에 오른 게 이비에스(EBS) ‘헬로루키’ 무대였어요. 방송 제작진이 팀 이름을 간절히 원하시는 거에요. 고민 고민하다가 ‘소풍’ 가는 마음으로 즐기자고 생각했죠. 애칭으로 불리던 ‘유발이’에 ‘소풍’을 붙여서 밴드 이름을 ‘유발이의 소풍’으로 지었어요.” (강유현) 유발이의 소풍은 결성 4개월 만에 일을 벌였다. 제5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에서 주최하는 ‘거리의 악사 페스티벌’에 참가해 대상을 거머쥐었다. “큰 상을 받고 나니까, 모두 진지해지기 시작했어요. 딱 다섯 번만 공연하고, 유학 떠나려고 했었는데, 사람들이 저희 공연을 보고 너무 즐거워해 주시는 거예요.” (강유현) 화려한 신고식을 치른 뒤 이름이 알려진 ‘유발이의 소풍’에 베이시스트 고종성씨가 합류하면서 재즈 밴드로서 완전한 틀을 갖추게 되었다. 슬픈 가사에 경쾌한 리듬…절망의 순간도 즐겁게 이겨내자
인디밴드 ‘유발이의 소풍’. 사진 루바토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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