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어 송 라이터 ‘이아립’이 자신의 기획공연 ‘어쿠스틱 테이블’에서 노래를 부르고 있다. 사진 이아립 제공
[두드림 28회] 이아립의 ‘세번째 병풍 - 공기로 만든 노래’
카페에서 기타 하나 들고 부른 노래는 공기 속에 스며든다
카페에서 기타 하나 들고 부른 노래는 공기 속에 스며든다
‘언니가 돌아왔다!’
최근 몇년새 유행하기 시작한 ‘홍대 여신’이란 말은 실력과 미모를 겸비한 여성 보컬을 일컫는다. 만약 10년 전에도 이 표현이 존재했다면, 이아립(36)이 그 이름을 대번 꿰찰 것이라고들 흔히 말한다. 모던록밴드 ‘스웨터’의 보컬이자 작곡가였으며, 루시드폴과 더불어 영화 <버스정류장>의 주제곡을 부르며 주목받았던 그다.
2005년 홀로서기를 시작한 이아립이 ‘세번째 병풍’을 냈다. ‘열두폭 병풍 프로젝트’로 불리는 그의 작업은 음악 뿐 아니라 디자인, 미술, 서사 등을 함께 구성하는 복합 예술을 추구한다. 과거 선보인 두 폭의 병풍은 음반과 함께 책, 미술 등을 묶은 패키지였다.
3년만에 나온 이번 병풍은 음악에 집중했다. 앞서 ‘복합’에 대한 철저한 반작용으로 보일만큼 음악 뿐이다. 시디의 표지와 속지에도 그림 없이 가사만 적었다. 이아립은 “제 노래를 듣는 분들 중에 다른 것보다 음악에만 집중하는 분들이 많아서 불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앞으로도 계속 음악만 낼거냐는 물음엔 “모르겠다”고 한다.
세번째 병풍의 제목은 ‘공기로 만든 노래’다. ‘열두폭 병풍…’의 첫번째 ‘반도의 끝’(물)과 두번째 ‘누군가 피워놓은 모닥불’(불)로부터 이어지는 고리가 느껴진다. 훗날 완성될 열두폭 병풍은 세상을 구성하는 요소들로 메워질 게 분명하다. “‘어쿠스틱 테이블’이라고, 지난해 여름부터 작은 연주회를 시작했어요. 앨범 준비하면서 새로 만든 노래를 발표하는 자리이기도 했는데, 공연장 아닌 (카페같은) 곳에서 어쿠스틱기타 하나만 들고 노래했죠. 사람들의 발걸음 소리, 이야기 소리, 스치는 바람 소리 등 우연히 듣게 되는 주변 소리와 음악이 어우러져 ‘공기같은’ 노래를 선보일 수 있었어요. 관객들에게 제 음악이 자연스러운 배경 음악이 된거죠. 그 느낌을 최대한 오롯하게 새 앨범에 담아봤습니다.” 돌아온 ‘원조 여신’을 만난 것은 8월8일 오후 8시 홍대의 카페 오리지널, ‘어쿠스틱 테이블 888’ 공연 현장이었다. 카페를 가득 채운 관객은 대부분 여성이었다. 10년차 ‘디바’에 대한 관객들의 감정은 얼굴이 상기되는 설렘만 있는 게 아니었다.
“뭔가 재미있는 멘트로 여러분을 웃겨드려야 하는데, 요즘 젊은 친구들 공연을 보면 멘트가 재미있더라고요. 제가 그런 쪽에는 완전 곰이어서요.”(이아립)
이웃집 언니같은 푸근함에 폭소가 터진다. 공연 중에 퀴즈도 낸다. 정답을 맞히면 상품으로 시디를 준다. 백미는 ‘뽐내기’다. 관객이 뽐내며 부르고픈 노래에 반주도 맞춰주고 같이 노래도 한다. 이아립의 꿈이다. 자기 공연에 찾아온 사람과 함께 노래 부르기. 그런데 왜 그런 꿈을? 혹시 다른 멤버 없이 활동하는 게 외로워서는 아닐까.
“외로워 죽겠죠. 마음맞는 동료를 만나는 게 쉽지 않은 것 같아요. 언젠가 같이 했으면 좋겠다 싶은 친구를 만났는데, 내일모레 군에 입대한다고 하더라고요. ‘기다릴까, 2년 기다릴 만하지’ 생각한 적도 있어요. 아직도 군에 있고요.”
같이 했으면 좋겠다는 게 음악 뿐일까. 연애하고 싶은 건 아닐까. 혹시 연애는 하세요?
“연애를 안 했던 기억이 없네요.(웃음) 연애를 굉장히 늦게 시작했어요. 스물네 살 되던 해에 첫사랑을 만났죠. 늦바람이 무섭다는 게 맞는 말인 것 같아요. 보통 중고등학교 때 연애를 시작해서, 손도 잡고 이런 에피소드가 있잖아요. 저는 한 번도 없었죠. 그래서 친구들이 물어볼 때마다 다 지어서, 전부 다 지어서 얘기했어요.”
원조 여신이 연애에 목말라 있는 것은 아니었다. 다만 음악적 동반자가 필요할 뿐이었다. 그럼에도 처절한 외로움을 털어놓는 것은, 그만큼 음악이 차지하는 비중이 큰 까닭이다.
“말을 많이 하는 편이 아니고 듣는 편이라 어떻게 말을 해야하는지 잘 몰라요. 1대1 대화 외에는 대화하는 방법을 잘 모르는데, (제가) 사람들과 소통하는 방법은 음악인 것 같아요. 음악하면서 친구도 생기고 행복해졌죠.”
그의 음악은 지친 이들을 다독여주는 힘이 있다. 차분한 목소리로 다가와 낯선 경계를 허문다. 공연을 보러 온 관객들도 “편안해서 좋다” “아립씨와 친구하고 싶다”고 입을 모은다. “제가 이렇게 얘기하고 있으니까, 당신의 이야기도 들려주세요. 마음 속에 꽁꽁 숨겨둔 이야기를 툭툭 털어내세요.” 그가 음악을 만들 때 깊이 되새기는 신념이다. “제 음악이 누군가를 위로할 수 있고, 아픈 마음을 치유할 수 있다면 정말 좋겠어요.”
이아립의 ‘어쿠스틱 테이블’은 계속된다. 9월9일 9시, 10월10일 10시, 11월11일 11시. 12월 공연은 고민중이다. “숫자에 굉장히 집착하는 편이라 공연 이름을 999, 101010, 111111이라고 정했어요. 이아립 공연은 이렇게 외워두시면 좋을 것 같다 싶어서 기획한 날짜이기도 해요. 더 가까운 거리에서 만나요.”
박수진 피디 jjinpd@hani.co.kr
세번째 병풍의 제목은 ‘공기로 만든 노래’다. ‘열두폭 병풍…’의 첫번째 ‘반도의 끝’(물)과 두번째 ‘누군가 피워놓은 모닥불’(불)로부터 이어지는 고리가 느껴진다. 훗날 완성될 열두폭 병풍은 세상을 구성하는 요소들로 메워질 게 분명하다. “‘어쿠스틱 테이블’이라고, 지난해 여름부터 작은 연주회를 시작했어요. 앨범 준비하면서 새로 만든 노래를 발표하는 자리이기도 했는데, 공연장 아닌 (카페같은) 곳에서 어쿠스틱기타 하나만 들고 노래했죠. 사람들의 발걸음 소리, 이야기 소리, 스치는 바람 소리 등 우연히 듣게 되는 주변 소리와 음악이 어우러져 ‘공기같은’ 노래를 선보일 수 있었어요. 관객들에게 제 음악이 자연스러운 배경 음악이 된거죠. 그 느낌을 최대한 오롯하게 새 앨범에 담아봤습니다.” 돌아온 ‘원조 여신’을 만난 것은 8월8일 오후 8시 홍대의 카페 오리지널, ‘어쿠스틱 테이블 888’ 공연 현장이었다. 카페를 가득 채운 관객은 대부분 여성이었다. 10년차 ‘디바’에 대한 관객들의 감정은 얼굴이 상기되는 설렘만 있는 게 아니었다.
“뭔가 재미있는 멘트로 여러분을 웃겨드려야 하는데, 요즘 젊은 친구들 공연을 보면 멘트가 재미있더라고요. 제가 그런 쪽에는 완전 곰이어서요.”(이아립)
싱어 송 라이터 ‘이아립’의 세번째 병풍 ‘공기로 만든 노래’ 앨범 자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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