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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인디계 ‘소년시대’, 희로애락 담긴 ‘스카’에 빠지다

등록 2010-09-03 15:40수정 2010-09-06 10:12

킹스턴 루디스카 2집 ‘스카 블레스 유’
킹스턴 루디스카 2집 ‘스카 블레스 유’
[두드림 29회] 국내 유일 스카밴드 ‘킹스턴 루디스카’
해외 ‘러브콜’에 으쓱…“노래방에서도 부를 수 있었으면”
‘빰~ 빰빰빰~ 빰빰~ 빰~~’

앗! 깜짝이야. 우렁찬 트럼펫 소리가 귀를 때린다. 관악기 군단이 하나 둘씩 무대 위로 오른다.

“안녕하세요. ‘킹스턴 루디스카’입니다.” 멤버 수를 세다가 또 한번 놀랐다. 하나, 둘, 셋, 넷… 아홉. 멤버가 9명. 인디계의 ‘소년시대’라고 불러야 하나?

공연 중간, 보컬의 목소리에 더욱 힘이 실린다.

“몸도 마음도 가볍게 렛츠∼ 스캥킹. 어깨는 들썩들썩, 몸은 흔들흔들. 모두 마주보며 스캥킹.” (스카 블레스 유 ‘Ska Bless You’ 중에서)

400여 명의 관객이 덩실덩실 춤추기 시작했다. 체면 따윈 필요 없고, 격식도 규칙도 따질 일 없다. 리듬에 몸을 맡기고 엉덩이와 두 팔을 앞뒤로 흔들면 스카 특유의 춤 ‘스캥킹’이 완성된다.

트럼펫과 색소폰, 트롬본 등이 어우러진 브라스 연주를 듣고 있으니 ‘전국노래자랑’의 구수한 시그널 송이 떠오른다. 어쩌면 트로트, 혹은 신명나는 굿판을 보는 것 같다. 하지만, 트로트나 굿판과는 분명 다르다. 이들의 음악은 ‘스카’다. 그리고 그들은 한국의 유일한 스카밴드다.


스카는 1960년대 영국으로부터 독립한 자메이카의 수도 킹스턴에서 시작됐다. 오랜 식민지의 한과 해방의 기쁨이 버무린 음악이다. 발랄한 리듬 위에 눈물나는 멜로디를 얹었다. 이 가운데에서 ‘슬픈 즐거움’이 피어난다. 역설적이다. 음악은 흥겨운데, 어쩐지 애잔한 감정이 스치는 이유다.

침 냄새 나는, 녹슨 금관 악기에 인생을 건 ‘킹스턴 루디스카’가 2집 앨범 ‘스카 블레스 유 (Ska Bless You)’로 찾아왔다. 2008년 데뷔작 ‘스카픽션(Skafiction)’을 발매한 뒤로 2년 만이다. 어느덧 7년 차다. 그래도 권태기 겪지 않고 스카 사랑에 푹 빠진 6명 남자를 <하니TV> 스튜디오에서 다시 만났다.

보컬과 퍼커션을 하는 이석율이 멤버를 소개하면서 인터뷰는 시작되었다. “막내 김정근(트럼펫), 둘째 형 오정석(트럼펫·프루겔혼), 리더이자 큰 형님 최철욱(트럼본), 우리 팀의 개그맨이죠. 정말 재미있는 친구 김억대(건반), 멋쟁이 드러머 석지완.” 아쉽게도 성낙원(테너 색소폰), 서재하(기타), 박상흠(베이스)씨는 개인 사정으로 인터뷰에 참여하지 못했다.

하고 많은 음악 장르 중에 이들이 스카로 뭉치게 된 이유는 뭘까. 밴드를 만든 최철욱씨는 90년대부터 펑크 밴드에서 활동했다. 최씨가 펑크 밴드를 탈퇴하고, 트롬본으로 전향하면서 동지를 찾기 시작했다. 이곳저곳 묻고, 물어 스카를 좋아하는 멤버들을 찾아가 프러포즈를 했다. 치킨집에서 아르바이트로 공연을 하고 있던 김억대(키보드)씨도 그런 과정에서 합류했다. “같이 스카음악 한 번 해볼래?” 최씨의 선한 눈동자를 외면할 수 없었다는 후문이 전해진다.

대식구를 이끌어 가는 리더 최철욱씨가 당시의 벅찬 감동을 이렇게 표현했다. “스카를 좋아하는 사람을 만났다는 것은 타지에서 한국 사람을 만나 김치를 나눠 먹는 느낌이었어요. (웃음)”


스카밴드 ‘킹스턴 루디스카’ 멤버들. 왼쪽부터 서재하(기타), 오정석(트럼펫, 플루겔혼), 성낙원(색소폰), 최철욱(리더, 트럼본, 보컬), 이석율(보컬, 퍼커션), 박상흠(베이스),  김억대(피아노), 석지완(드럼), 김정근(트럼펫).
스카밴드 ‘킹스턴 루디스카’ 멤버들. 왼쪽부터 서재하(기타), 오정석(트럼펫, 플루겔혼), 성낙원(색소폰), 최철욱(리더, 트럼본, 보컬), 이석율(보컬, 퍼커션), 박상흠(베이스), 김억대(피아노), 석지완(드럼), 김정근(트럼펫).

연인들의 애정 전선엔 3년이란 유효기간이 있다고 하지만 그들의 ‘스카 사랑’은 쉽게 멈출 것 같지 않다. 10년 넘게 ‘스카 잔치’ 를 벌이는 이유는 뭘까. 자메이카와 우리나라의 음악적 정서에는 큰 교집합을 이루고 있다는 게 그들의 진단이다.  

“굉장히 따뜻한 음악이에요. 인간적인 정서를 풍기죠. 만약 스카가 신나는 음악이기만 했다면 아마 몇년 하다가 지쳤을 것 같아요. 스카는 희로애락이 담겨있고, 동시다발적인 감정이 드는 음악이거든요. 슬플 때 웃음이 나오는 경우가 있죠. 예를 들면 우리나라가 광복을 맞았을 때처럼 너무 행복한데 눈물이 나오는 경우가 있잖아요. 그런 극단의 감정이 동시에 나올 때 감동적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스카라는 장르가 태동했을 때도 자메이카가 영국에서 독립한 시기였잖아요. 음악에서 그런 요소를 느낄 수 있는 것이 스카의 매력이지 않을까 싶어요.” (오정석)  

새 작품엔 “스카 사운드를 토대로 다양한 스타일을 보여주고 싶었다”는 그들에겐 어떤 생각의 변화가 있었을까. 보컬 이석율씨가 이야기를 이어갔다. “1집에서는 우리나라에 생소한 스카 음악을 소개해주고 싶다는 사명감이 컸지요. ‘스카의 본질을 보여주자’라는 의무감 같은 게 있었죠. 2집은 어깨에 힘을 빼고 좀 더 자유로워졌어요. 멤버들의 음악적 성향도 적극 반영했죠. 그러다 보니 레게, 스카재즈, 락스테디(스카와 레게를 섞은 미디엄 템포의 스타일) 등 다양한 느낌을 살릴 수 있었죠.”

한국에선 ‘제 3세계’ 음악으로 분류되는 이들의 음악은 해외에서 오히려 높은 평가를 받았다. 일본, 유럽, 남미 등 전 세계의 ‘스카신’에서 러브콜이 들어오고 있다. 김억대씨는 지난 과정을 소개하면서 어깨를 으쓱했다.

“2008년 미국 전역에 방송되는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대표 스카곡을 뽑았는데, 우리 곡이 선정됐죠. 디제이(DJ)다섯 명이 한 곡씩 추천하는 방식인데, 일본과 남미의 대선배 밴드들과 함께 뽑혔어요. (웃음)”

독일에서는 컴필레이션 앨범 발매를 제의하기도 했다. ‘유나이티드 컬러 오브 스카(United Color of Ska)’라는 타이틀로 전 세계의 스카 밴드를 모아 2장의 컴필레이션 앨범을 발매하는 프로젝트였다. 영국, 독일 등의 유럽에서 활동하는 스카 밴드와 함께 한국대표로 참여했다. 유럽에서 발매된 음반이라 국내에서 구하기는 어렵다.

조언을 구할 선배 밴드가 없어 막막하기만 했던 시절을 보냈다. 큰 악기를 들고 올라야 하는 무대에서 부딪힐까 아슬아슬했던 작은 무대도 수 백번 거쳤다. 그 지난한 여정을 거쳐 올해는 9명의 멤버가 공유하던 꿈을 이뤄냈다.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 메인 무대에 서게 되면서 정말 이렇게 꿈을 이뤄가는구나 느꼈어요. 무대 위에서 몇만 명이 스캥킹 춤을 추는 장면을 봤을 때, 눈물이 났어요.” (최철욱)

‘킹스턴 루디스카’의 다음 꿈은 뭘까 궁금해졌다.

“인디신의 꿈이라고 할까요. 음악방송에서 라이브 하고 10대 팬들도 열광하는 무대요. 영국의 예를 들자면 브리티쉬 (British) 팝이라고 하면서 블러(Blur)나 오아시스(Oasis)가 활동할 수 있는 저변이 우리에게도 생기면 좋지 않을까요. 대중음악이라고 하면서도 ‘인디신’을 따로 생각하는 것 같아서 아쉬워요.” (최철욱)  

“노래방에 좀 나왔으면 좋겠어요. 1집 때도 신청했는데 하나도 안 나와서. (웃음)” (이석율) 영상·글 박수진 피디 jjinpd@hani.co.kr

 

#이럴 땐, 이런 음악  

‘스카’ 사랑에 푹 빠진 9명의 악동! 인디계의 ‘소년시대’ 킹스턴 루디스카가 돌아왔어요. 2년 만에 발매한 2집 앨범은 바로바로 ‘스카 블레스 유(Ska Bless You)’. 이번 앨범엔 스카는 물론이고 레게, 재즈 등을 넘나들며 자메이카 선율에 한국적 감성을 고스란히 담았습니다. 스카의 발현지인 자메이카의 뜨거운 정열을 여러분께 전합니다.

♪ 스카 블레스 유 (Ska Bless You)

    

  쿵짝쿵짝∼ 여러분, 준비되셨나요? (글을 읽을 준비가 아니에요!)

  어깨는 들썩들썩, 머리도, 양팔도 흔들어주세요. 엉덩이도 흔들흔들∼

  와! 좋아요. 박자를 놓쳐도 괜찮아요. 이 노래에 맞춰 ‘스캥킹’을 춰보세요.  

♪ 리바 시티 (Riva City) 

 

‘타이틀 곡’을 빼놓을 수 없겠죠? ‘강’같이 넓은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 사는 도시는 어떨까요? 아마도, 웃음이 끊이지 않겠죠? 모든 게 아름다울 당신의 도시 ‘리바(Riva) 시티’로 여행을 떠나보세요! 리바(Riva)는 ‘리벌(River)’을 킹스턴 루디스카의 방식으로 표현했답니다.   

♪ R.P.G 

       

  ‘R.P.G’는 빨강(Red), 보라(Purple), 초록(Green)의 약자에요. 세 가지 색을 고른 이유가 궁금하시다고요? 이 노랠 만든 최철욱씨가 직접 소개합니다. “빨간색은 열정, 욕망 등 내면에 있는 본능을, 빨강과 파랑을 섞은 보라색은 감정이 혼재하는 심리를, 초록은 싱그러운 자연을 생각하게 되는 색이잖아요. 사람마다 세 가지 색깔 중에서 조금 더 가까운 마음이 있을 텐데 ‘난 어떤 사람일까’ 란 고민이 담긴 노래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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