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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달빛요정에게 부치지 못한 편지, 그 쓸쓸함

등록 2010-12-13 15:10수정 2010-12-16 13:11

고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 ( ‘착한 콘서트, 두드림’ 영상 갈무리)
고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 ( ‘착한 콘서트, 두드림’ 영상 갈무리)
[두드림 31회]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 추모 특집
동료 음악인들이 말하는 달빛요정에 대한 회고와 추모 그리고 그의 음악
다시 꿈을 위한 여행을 떠납니다. 매달 2번째, 4번째 월요일. ‘착한 콘서트 두드림(Do Dream)’은 홍대 앞 인디 음악 여행으로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낯선 음악에도 귀 기울일 수 있는 ‘열린 마음’만 가지고 오시면 누구나 함께 떠날 수 있습니다.

2009년 5월부터 시작된 ‘두드림’은 2010년 9월까지 홍대 라이브 신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인디 음악인들의 음악과 인생 이야기를 카메라에 담았습니다. 인디계의 ‘국민밴드’, ‘요정’, ‘늙은 아이돌’, ‘비틀스’ 등의 수식어로 다 설명할 수 없는 30팀을 주인공으로 모셨습니다. 음악을 사랑하는 청춘들의 꿈과 이야기는 멈추지 않습니다. 여러분의 관심과 성원이 인디 음악의 밝은 미래입니다.

두드림 31회는 지난 11월, 안타깝게 세상을 떠난 원맨밴드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이하 달빛요정)의 이진원씨를 추모하는 특집방송입니다. 기억하시나요? 무대 위에서 땀에 흠뻑 젖어 노래하던 그의 모습을, 더듬거리며 내뱉는 말에 섞인 소소한 위트를, 무엇보다 음악에 대한 열정과 우리 사회 정의에 대한 열망을….

동료 음악인들이 마음속 깊은 곳에서 달빛요정에 대한 회고와 추모의 마음을 꺼내놓았습니다. 그들과 인터뷰를 통해 달빛요정과 그의 음악을 추억해보시기 바랍니다. <‘두드림 시즌 3’를 시작하면서>
 

  

길거리 낙엽이 뒹굴기 시작한 늦가을 어느 날, 달빛은 고요히 사라졌다. 끝내 역전 만루 홈런은 터지지 않았다.


2010년 11월 8일 아침. 여의도 성모병원 장례식장을 출발한 달빛요정은 벽제 화장터로 옮겨졌다. 동료 음악인들이 그의 마지막 길을 따라나섰다. 한음파의 장혁조,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의 키보디스트 유승혜, 타카피의 김태일, 하이 미스터 메모리의 박기혁, 그의 선배이자 음악 멘토 박권일…. 아무도 말이 없었다.

누군가는 오열했고, 깊은 숨을 몰아쉬었다. 또 누군가는 울음을 삼키고, 뜨거운 불길에 휩싸이는 그를 바라보다가 차마 고개를 들지 못했다. 그로부터 한 달 뒤 동료들은 달빛요정을 어떻게 기억하고 있을까?

# “꿈에 나타나는 달빛요정, 전화하면 받을 것 같은데…”

“최근에 오빠(달빛요정) 꿈을 참 많이 꿨어요. 오빠가 보고 싶어 꿈을 꾸는 건지, 저를 보고 싶어하는 오빠가 찾아오는 건지 잘 모르겠지만(허탈한 웃음) 가끔 혼동을 해요. 아직도 살아있는 것 같고, 전화하면 받을 것 같죠.”

달빛요정과 한 무대에 섰던 유승혜씨는 아직 그의 죽음을 실감하지 못하고 있었다. 한 달 전보다 더 수척해진 유씨는 차근차근 고인에 대한 추억을 갈무리했다. “한 마디로 유쾌한 사람이에요. 까다롭고, 괴팍해 보이기도 하는데. 잔정이 많고, 사람을 참 좋아해요. 항상 주위에 사람들이 많았죠.”

유씨의 평대로 정 많고, 마음씨 고운 달빛요정의 모습은 다른 동료에게도 마찬가지였고, 그의 노래에도 고스란히 녹아 있다. 2009년 11월, 마포구 공덕동의 한 녹음실. ‘전투형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 앨범의 수록곡 ‘축배’의 코러스 녹음이 한창이었다. 달빛요정이 생전 마지막 녹음이 되어버린 그날, 여러 동료는 기분 좋게 자신의 목소리를 내줬다. 당시 달빛요정은 “축배가 즐거운 분위기에서, 희망을 이야기하는 자리에서 많은 사람에게 불려 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착한 콘서트, 두드림의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 추모 특집에서 록밴드 ‘한음파’의 베이시스트 장혁조씨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착한 콘서트, 두드림의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 추모 특집에서 록밴드 ‘한음파’의 베이시스트 장혁조씨가 인터뷰를 하고 있다.

# “솔직하고 용기 있는 음악인”

2010년 10월 30일 토요일, 홍대 라이브 클럽 빵. 오랜만에 무대에 오른 달빛요정의 곁을 언제나처럼 베이시스트 장혁조가 지켰다. 그것이 마지막 무대가 될 것이라고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장씨는 ‘음악인 이진원’을 용기있는 사람으로 기억하고 있었다.

“이 시대에 보기 드문 솔직하고, 용기 있는 뮤지션이었죠. 저라면 그런 가사를 못 쓸 것 같아요. 자신의 생각을 직접적으로 드러내는 가사는 웬만큼 의지가 없으면 할 수 없는 일이에요.” 장씨의 왼쪽 눈망울에 눈물이 맺었다. 금방이라도 굵은 눈물이 떨어질 것처럼…. 장씨와 그의 베이스는 아직 달빛요정의 곁을 떠나지 못하고 있었다.

# “키도 작고 배도 나왔지만 루저들의 문화를 대변하는 인기가수” 

“포스터에서 이름을 뺄 수가 없었어요. 형이 즐겨 입던 야구복을 입고, 형 노래를 불렀죠.”   

2010년 11월 13일 토요일, 홍대 라이브 클럽 쌤. ‘하이 미스터 메모리’의 단독공연에 달빛요정은 게스트로 출연할 예정이었다. 이날, 보컬 박기혁은 스스로 달빛요정이 되어 무대 위를 누볐다.

‘착한 콘서트, 두드림’의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 추모 특집에서 ‘하이 미스터 메모리’의 박기혁씨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착한 콘서트, 두드림’의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 추모 특집에서 ‘하이 미스터 메모리’의 박기혁씨가 인터뷰를 하고 있다.

“록 윌 네버 다이! (Rock Will Never Die!)”를 외치던 달빛요정은 무대 위에서 가장 단단한, 무대가 무기인 사람이었다. 달빛요정은 생전 인터뷰에서 “키도 작고, 말도 더듬고, 배도 나왔지만, 그런 ‘루저’들의 문화를 대변하는 인기가수”라고 말했다. 박기혁은 “자신의 콤플렉스를 힘으로 만들 수 있고, 한국에서 유일하게 자신의 가사를 쓸 수 있는 뮤지션”이라며 “대중들이 진정성 있는 음악을 했던 뮤지션으로 달빛요정을 기억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달빛요정이 목숨과 맞바꾼 숙제, 현실은?

2011년 1월 27일 목요일, 홍대 상상마당과 라이브 클럽 롤링홀 등에서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의 추모공연이 열린다. 추모공연의 밑그림을 그리고 있는 박권일을 만난 건 ‘축배’를 녹음했던 녹음실이었다. 그는 학교 선배로 달빛요정을 만나 최근까지 음악적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선배가 제대로 못해서 이렇게 됐어요. 이제라도 똑바로 해야 되는데.” 긴 침묵이 흘렀다. 고인이 남기고 간 숙제는 이제 남은 사람들의 몫이다. 달빛요정의 죽음을 계기로 ‘싸이월드’ 쪽과 ‘도토리 논란’이 불거지면서 가수들에게 불리한 음원수익 분배구조가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그러나 배고픈 가수들이 마음 놓고 노래할 수 있는 제도의 개선은 아직 내놓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박씨는 “진원이는 목숨과 맞바꾼 숙제를 남기고 갔는데, 현재 상황이 바뀌지 않을 것 같아서 솔직히 화가 난다”며 “사람들이 음악을 소비하는 형태가 바뀌지 않으면 홍대 인디신의 미래를 장담하기 힘들다”고 우려했다.

고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 ( ‘착한 콘서트, 두드림’ 영상 갈무리)
고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 ( ‘착한 콘서트, 두드림’ 영상 갈무리)

# 달빛요정에게 부치지 못한 편지, 그 쓸쓸함 

동료들은 카메라 앞에서 달빛요정에게 편지를 썼다. 오랜 침묵이 필요했다. 아직 달빛요정을 떠나보내지 못한 동료들, 부치지 못한 편지는 그렇게 마침표를 찍었다.

“많이 보고 싶네요. 요즘, 내 꿈에 자주 나타나던데. 심심하고 오갈 곳 없으면 자주 놀러 와요. 나중에 더 좋은 곳에서 만나요. 오빠.” (유승혜)

“형, 추신수가 아시안게임에서 우승해서 군대 안 간다. 그러니까, 그곳에서도 야구 열심히 보라고.” (장혁조)

“형, 혼자 외롭게 쓰러져 있게 해서 미안해요. 지금은 미안하다는 말밖에 못하겠어요. 형이 그렇게 좋아하던 주성치가 늙어가는 것을 내 눈으로 지켜보고 가서 주성치의 말년이 어땠는지 형한테 전해드리겠습니다. 미안합니다.” (김태일)  

“형, 우리가 다시 만났을 때 껍데기 집이었으면 좋겠고, 농담을 나눌 수 있는 친구들이 있었으면 좋겠고…. 다음 앨범 얘기를 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 (박기혁)

“이 녀석, 내가 술이나 더 많이 사줄 걸. 미안한 거 밖에 생각이 안 나네.” (박권일)

“달빛요정님, 당신이 늘 했던 말처럼 우리 웃으며 다시 만나요. 고마웠어요.” (박수진)

영상·글 박수진 피디 jjinpd@hani.co.kr

 

# 이럴 땐, 이런 음악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이 남기고 간 노래

 

“전 음악에 진정성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진심으로 노래를 부르는 게 제 목표이자, 꿈이죠. 노래를 만드는 순간만큼은 최대한 진심으로 다가가려고 애쓰고 있어요.” (두드림 14회,‘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편 인터뷰에서)

그의 진심이 여러분의 마음과 통하였을까요? 달빛요정에게 음악은 삶에 대한 열정과 사회를 치열하게 고민한 흔적입니다. 한음파 장혁조씨는 “웬만큼 의지가 없으면 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던 그 열정, 그게 달빛요정의 음악입니다. 생전 인터뷰를 통해 그 생애 있었던 인터뷰 내용을 통해 그가 아꼈던 노래를 만나봅니다.

 

 ♪ 스끼다시 내 인생

 

 “아무리 생각해봐도‘스끼다시 내 인생’은 가사를 참 잘 쓴 것 같아요. 자신도 ‘이렇게 가사를 쓸 수 있구나’라고 생각합니다. 가요작법에 하나의 획을 그었다고 뿌듯해하는 노래입니다.”(두드림’인터뷰에서)

   

 ♪ 축배

  

 “사람들이 즐겁게 술을 마실 때나 미성년자들이 콜라를 마실 때. 즐거운 분위기에서, 희망을 이야기하는 자리에서 이 노래를 불렀으면 좋겠어요.”(2009년 11월, ‘축배’의 합창 녹음 당시 인터뷰에서)

[착한 콘서트 ‘두드림’]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

▷ 루저의 인생역전 꿈꾸며 달빛을 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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