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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인디 여왕’에서 ‘홍대 누나’로 요조의 편안한 변신

등록 2010-12-27 17:38

영화 ‘조금만 더 가까이’에 출연한 요조
영화 ‘조금만 더 가까이’에 출연한 요조
[두드림 32회] 싱어 송 라이터 요조
“마이 네임이즈 요조. 당신을 사랑해요. 원하는 걸 줄게요.”(1집 ‘마이 네임이즈 요조’ 중에서)

어느덧, 홍대 인디신을 대표하는 아이콘이 된 싱어 송 라이터 ‘요조’.

그는 2004년 ‘허밍어반스테레오’와 ‘소규모 아카시아밴드’의 객원 보컬로 활동하면서부터 마이크와 인연을 맺었다. 그 뒤, 그의 목소리는 상업광고의 배경음악과 드라마 음악을 통해 자주 흘러나왔다. 2008년, 싱어송 라이터로 변신한 그가 내놓은 첫 앨범 ‘트래블러(Traveler)’에서는 일상을 소소하게 노래했다. 이제 막 여행길에 오른 그의 명랑한 목소리에는 아이러니하게도 가족과 상실이 주는 슬픔이 녹아있었다.

2년 만에 싱글 앨범 ‘우리는 선처럼 가만히 누워’를 발표한 그에게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그는 올해만 영화 두 편에 출연했다. 영화 ‘조금만 더 가까이’에 인디 가수로 나오는 배우는 ‘진짜 인디 가수’ 요조다. 영화를 통해 먼저 선보인 음악을 이번 앨범에 담았다. 달콤하고 간지러웠던 그의 목소리를 기대하고 있다면 조금 낯설게 들릴 수도 있다. 앨범에 수록한 다섯 곡은 사랑이 담담해진 얼굴을 하고 구름처럼 흘러간다. 그는 이런 변화를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설명했다.

요조는 느릿느릿 그 간의 음악 여정을 소개했다. 깜짝 놀랄 정도는 아니지만 반전도 있었다. 분명한 건, 이 고백이 끝나면 당신은 그와 더욱 가까워질 것이라는 것이다.


# 난 요조숙녀가 아니라고요 글쎄.
요조
요조

‘인간실격’ 일본 다자이 오사무의 소설을 읽었다. 남자 주인공의 이름은 ‘요조’였다. 소설 속 요조는 사회부적응자다. 인간에게 환멸을 느끼지만 타인을 위해 자신과 다른 행동을 한다. 요조는 명랑한 사람으로 비치지만 결국 인간이 되는 시험에서 실격해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학창시절, 이 책을 읽고 깊은 감명을 받았다. 내 본명은 신수진이다. ‘요조’는 필명으로 사용하다가 음악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예명으로 사용하게 됐다. 데뷔 뒤, 사람들이 요조숙녀를 떠올릴 줄 몰랐다. 조심스러워졌다. 어쨌든, 난 요조숙녀가 아니라고요. 글쎄.

# 누군가 직업을 물으면, 그냥 ‘로커’라고 답했다

어떻게든 되겠지. 대학 4학년, 친구들이 취직 준비로 바쁠 때, 난 도서관에서 좋아하는 음악을 듣고, 전투적으로 책을 읽었다. 학교에 친구가 별로 없었다. 늘 내가 좋아하는 것으로 채운 세상에서 살았다. 먹고사는 문제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하지 않았다. 내가 대체 어떤 생각으로 사는지 수상히 여긴 대학 신문사에서 인터뷰를 하자고 했다.

기자 : “4학년 졸업 예정자인데, 취업준비도 토익공부도 안 하신다면서요?”

요조 : “네.”

기자 : “그럼 뭐하시게요?”

요조 : “음악을 좋아하니까 졸업하고도 음악을 하고 있지 않을까요?”

가수가 될 생각은 없었다. 이력이라면 교회 성가대가 전부다. 우연히 동네 오빠인 이지린(‘허밍어반스테레오’ 리더)의 요청으로 ‘샐러드 기념일’이란 곡의 피처링에 참여했다. 그게 앨범에 실렸고, 그렇게 데뷔를 했다. 그 뒤로 코러스나 피처링 제의가 몰려왔다. 스스로 가수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그때 누군가 내게 직업을 물으면 나는 그냥 ‘로커’라고 대답했다. 로커.

#“언제까지 그렇게 앵앵거리면서 노래할래?”

‘소규모 아카시아밴드’와 함께 한 첫 앨범 작업은 재밌었다. 내 앨범이라고 생각하니 애착이 느껴졌다. 앨범 발매를 앞두고, 마음이 복잡했다. ‘이 앨범을 좋아하는 사람은 좋아하겠지만, 싫어하는 사람은 정말 싫어하겠구나.’ 앨범 프로듀싱을 한 김민홍(소규모 아카시아밴드 리더)에게 따져 묻기도 했다. 그에게 되돌아온 대답은 “너 원래 그런 사람이야. 원래 그래”였다.

내 음악에 대한 호불호는 내 목소리에서 나눠진다. 실제로 난 터프하고, 털털하다. 하지만, 노래하는 목소리는 다르다. 알고 있다. 나는 관객을 압도하는 노래를 부를 수 없다. 너무 가볍고, 앵앵거리는 것 같아서 싫다는 사람도 많다. 2005년, 보컬 트레이닝을 받았다. “언제까지 그렇게 앵앵거리면서 노래할래?” 선생님의 한 마디에 더 이상 노래를 못할 것 같았다.

요조
요조

# 자이언트 내 동생, 행복할 수만 있다면…

하루는 내 동생 수현과 밤새 수다를 떨었다. 우리는 여덟 살 차이가 났지만, 서로 나이 차이에 대해 고민할 이유가 없었다. 사진 공부를 하고 싶다던 동생은 부모님과 한바탕 냉전을 벌인 뒤 결국 사진기를 손에 쥐었다.

2007년, 수현은 청량리역으로 사진을 찍으러 다녀오겠다고 했다. 그날 저녁, 그는 청량리역에서 타워크레인에 깔리는 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그 뒤로 얼마 동안 나는 극적인 허무감에 시달렸다. 내일 같은 건 관심도 없었다.

동생을 잃고서야 오늘에 충실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렇게 작곡을 시작했다. 나보다 키가 큰 동생을 ‘자이언트(Giant)’라 불렀었다. 첫 앨범의 첫 곡에 ‘자이언트’란 곡을 담았다. 오른 손목에도 ‘Giant’란 문신을 새겼다.

음악을 대중적으로 만들어야겠다는 욕심도 그때 다 버렸다. 그런 야망은 내게 의미가 없다. 나와 내 주변을 행복하게 할 수 있는 음악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 홍대 언니, 홍대 누나쯤으로 편하게

2007년 첫 앨범을 발매한 뒤, 내 노래가 광고의 배경음악으로 쓰이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나와 내 음악에 그렇게 많은 관심을 가질 줄 몰랐다. 어느 날 갑자기 ‘홍대 여신’으로 불렸고, 대중음악의 기대주로 주목받으면서 부담스러웠다. 나를 꾸미는 수식어 때문에 나를 알아봐 줘 고맙기도 하지만, 내용보다 형식을 앞세우는 과잉 수식은 아직도 불편하다. 이제는 홍대 언니, 홍대 누나쯤으로 편하게 다가가고 싶다.

2년 만에 새 앨범을 냈다. ‘우리는 선처럼 가만히 누워.’ 올해는 영화 ‘조금만 더 가까이’와 ‘카페 느와르’에도 출연했다. 영화 작업은 좋은 인연을 만난 것처럼 설렜다. 영화 ‘조금만 더 가까이’에서 선보인 음악을 앨범에 고스란히 담았다. 요즘, 예전과 달라졌다는 얘기를 많이 듣는다. 내겐 자연스러운 거다.

30대에 들어서니 연애관도 달라졌다. 연애뿐 아니라 모든 인간관계가 마치 평행선 같다. 내가 스무 살에 이 곡을 썼다면, 아마 ‘우리는 꼭 끌어안고 누워’로 썼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결국 닿을 수 없는 그런 게 삶이란 걸, 이제 조금은 알 수 있을 것 같다.

지금껏 내가 살아온 인생이 내 음악이었다. 앞으로 어떻게 사느냐에 따라 내 음악도 달라질 것이다. 언젠가 주성치가 인터뷰에서 “삶은 힘들지만 영화는 재미있고 웃기는 영화를 하고 싶다”는 말을 했는데 크게 공감했다. 내 밝은 목소리가 기쁨뿐만 아니라 슬픔도 전할 수 있는 지금이 행복하다. (이상은 ‘요조’와의 인터뷰를 바탕으로 재구성한 글입니다.) 영상·글 박수진 피디 jjinpd@hani.co.kr

 

# 이럴 땐, 이런 음악 ‘요조‘ 편  

언니가 돌아왔다!

소소한 일상의 조각을 독특한 시선으로 반짝이게 했던 요조가 2008년 정규앨범 트래블러(Traveler) 발매 뒤, 2년 만에 싱글 앨범 ‘우리는 선처럼 가만히 누워’를 발표했습니다. 지금 여기, 요조가 당신의 마음을 노크합니다. 똑똑똑!

 

♪우리는 선처럼 가만히 누워 (피처링 이상순)

요조가 출연한 영화 ‘조금만 더 가까이’에서 먼저 만났던 타이틀 곡 ‘우리는 선처럼 가만히 누워’는 남자친구 이상순(롤러코스터·베란다 프로젝트)이 피처링으로 참여한 듀엣곡으로 담백한 호흡을 보여줍니다.  

♪연애는 어떻게 하는 거 였더라

사랑의 시작과 끝. 그 언저리에 선 요조가 자신의 연애관을 담담히 고백했습니다. 

“연애뿐 아니라 모든 인간관계가 평행선 같아요. 만약, 스무 살에 이 곡을 썼다면, ‘우리는 꼭 끌어안고 누워’로 썼을지도 모르죠. 하지만, 결국 닿을 수 없는 게 삶이란 걸, 이제 조금은 알겠어요.”   

 

착한 콘서트 ‘두드림 시즌 3’를 시작하면서

다시 꿈을 위한 여행을 떠납니다. 매달 2번째, 4번째 월요일. ‘착한 콘서트 두드림(Do Dream)’은 홍대 앞 인디 음악 여행으로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낯선 음악에도 귀 기울일 수 있는 ‘열린 마음’만 가지고 오시면 누구나 함께 떠날 수 있습니다.

2009년 5월부터 시작된 ‘두드림’은 2010년 9월까지 홍대 라이브 신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인디 음악인들의 음악과 인생 이야기를 카메라에 담았습니다. 인디계의 ‘국민밴드’, ‘요정’, ‘늙은 아이돌’, ‘비틀스’ 등의 수식어로 다 설명할 수 없는 30팀을 주인공으로 모셨습니다. 음악을 사랑하는 청춘들의 꿈과 이야기는 멈추지 않습니다. 여러분의 관심과 성원이 인디 음악의 밝은 미래입니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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